이문대 (JUL, 2023)

두 사람의 성질

 

1.

체호프는 입센의 작품을 보며 ‘인생은 저렇지 않아’라고 잘라 말한 적이 있다. 입센의 세계는 아무리 복잡한 비밀도 결국은 풀리면서 끝나는, 그런 의미에서 너무 ‘문학적인’ 세계라는 것.
—신형철, <인생의 역사>

요정국 브리튼은 입센의 세계…… 같다고 생각하는 이카본과 그를 체호프의 세계로부터 올라와 막을 걷어올린 자라고 생각하는 모르간 같은 것.
이카본에게 모르간이 열람을 허락한 요정력 시기의 기록을 읽으면서 그는 그렇게 생각하겠지. 요정국 전체가 그 얼마나 그녀의 큰 비밀이었는지……. 체호프의 세계는, 실제 인생은 수수께끼와 수수께끼로 점철되어 있다. 등장한 것은 반드시 사용하지만 등장하지 않은 것은 과연 그것의 실체가 무엇인지 언급조차 않는, 어떤 미지의 세계. 그런 세계로부터 온 자의 손에 맡겨진 순간 더 이상 비밀조차 비밀이 아니게 된 픽션의 세계는, 모르간이 무엇이라 정의 내리게 될까.

2.
이문대 모르간 뭔가 정리벽 있을 것 같다. 책상은 좀 가지런하게 정확히 직선의 나열이 되도록 깃펜이랑 서류 등등을 놓을 것이고 의자에서 일어날 때는 항상 등받이가 정면으로 책상을 바라보도록 둘 것 같고 등등. 약간…… 생활감이 없는 모델하우스의 소품 같은 모습이라고 해야 하나? 모르간이 머무르는 침실이든 집무실이든 그런 소품 같은 모양새로 있을 것 같은데…… 문제는 그 장소에 이카본이 들어와선 책상에 슬 걸터앉아 모르간이랑 대화하면서 별 이유도 없이 흰 깃펜이며 검은 수정 잉크병 만지작거리다가 그 손으로 고스란히 모르간의 베일을 걷고 들어와 뺨을 어루만질 듯하다는 생각
🕰️ - 제대로
🍎 - …….
🕰️ - 제대로 다시 정리해 둘까?
🍎 - 아느냐?
정돈해 둔 필기구가 흐트러지고 ‘앉아야 할 곳이 아닌’ 책상에 걸터앉는 사람 따위로 인해 불편해진 심기가 조금 마음에 들어서…… 이카본은 결국 미안…… 하고선 얼굴을 붉히며 모르간의 뺨에 입을 맞추고 손님이 앉을 법한 소파를 정해 달라 청하겠지.
2-1.
그런데 정말 얘기하러 들어와선 이카본이 대뜸 책상에 걸터앉을 때부터 불안해지더라니 모르간 눈이 베일 너머로도 보일 지경으로 꼭 무슨 고장난 마우스 커서 튀는 것마냥 별 뜻도 없이 잉크병 뚜껑 슥슥 만지다가 또 갑자기 스탠드용 램프 커버 열었다 닫는 손 따라 계속 튀면 좀 귀여울 것 같아……
아니 분명 평소에 아니 어제까지만 해도 들어왔을 때는 이런 일 없었는데? 내가 싫어할 일 할 만한 애가 아닌데? 이러다가 장난 좀 친 거 알고 나면 조금…… 토라지면 좋을 듯……
2-2.
그런데 이카본 책상은 평소에도 나름 깔끔하게 정리를 하긴 하는 편인데 모르간처럼 ‘모델하우스 소품’이 생각나는 그런 구석은 없을 듯?
막 깃펜도 각 잘 안 맞춰놓고 있고 좀 책도 읽다가 갑자기 나갈 일 생기면 책갈피만 꽂아두고 그대로 펼쳐둔 채로 홱 나갔다 오고……. 그래서 어느 날은 이카본 자리 비웠을 때 모르간이 이카본 서재 들어왔다가 책상 ‘그 꼴’(그런데 객관적으로는 깔끔함)인 거 보고 좀 망설이다가 펼쳐둔 책 덮어두고 대강 열어둔 편지봉투랑 페이퍼나이프 같은 거 다시 접어 넣는 거 보고 싶다……
말랑아방공이랑 리디광수의 어떤 무엇
2-3.
그냥 나는 그게 너무 좋은 거야 서로의 공간에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오고 이카본은 결국 자기가 모르간의 공간을 건드리지 않을 거란 믿음을 주고 모르간은 자기가 이카본의 공간을 건드려도 무례가 아닐 거란 안정감을 얻는 거

3.
모르간이 이카본에게 익숙해질 때는 역시 항시 그랬듯 해가 지고 어두운 회랑을 걸어 그녀의 침실로 돌아갈 때면 늘 이카본이 냉큼 램프를 들고 앞길을 밝히는 게 그다지 새롭지도 않은 일이 될 무렵이면 좋겠다. 앞길이야 그녀가 마술로 밝힐 수도 있으련만 뭐가 그리도 신경이 쓰이고 염려가 되는지 손수 불을 밝힌 램프를 들고 바래다주는지 등 뒤가 불안하지도 않은지 두어 걸음을 아무렇지도 않게 앞장서는지 그냥 그 모든 것이, 더 이상 생각할 만한 것이 아니게 되어서. 그리곤 이카본이 자신에게 구는 다정함에 관해서 더 이상 낯섦을 느끼지 않는 순간이 오겠지.

4.
쇄골 절흔……이란 곳이 좋을 수밖에 없는 것은 그만큼 공개적으로 보이는 곳이 없으면서 정작 거기에 손을 대는 건 여간 깊은 연인이 아니고서야 잘 없는데다가 보편적인 스킨십이 닿을 곳도 아니라서 그냥 그곳에 접촉하고+접촉을 허가하는 자체로 뭔가 은밀한 망상을 부추기게 하는 곳이라 좋아해
모르간은 심?지어? 그… 그런 옷을 입고 다니는데 그냥 당연하게 눈만 돌리면 보인단 말이야… 호흡할 적마다 오르내리는 가슴팍 위에서 양 빗장뼈 사이에서 아주 미미하게만 팔딱거릴 움푹 팬 곳 빗장을 질러 가둔 틈에서 새어 나올 호흡을 찾아 더듬기라도 하듯 조금만 힘을 주어 누르면 숨통을 누르는 감각을 전하는 곳에 이카본이 손가락 끝으로 조심스럽게 대면 꼭 들어맞은 것만 같아서 되게 묘한 기분으로 서로 마주보면 좋겠다…… 적인 발상
아무튼 쇄골 절흔에 좀… 집착함 그래서 이카본이 모르간에게 단 하나만을 받을 수 있다면 그곳만은 내게 달라고 말하겠지
4-1.
그저 조금 손가락 끝으로 눌렀다가 숨통이 조이는 기분을 받을 곳……인데 거길 만지는 걸 허락하는 모르간이라거나 마른침 꼴깍 삼키면서 모르간 눈치 보는 이카본이라거나 같은 걍 그런 묘한 기분 좋아한다고

5.
모르간의 충족감이란 것은 어디서부터 와 어떻게 채워지는 것인가……를 생각하면 조금 애틋하게 구는 이카본과 공급되지 않는 충족감의 인과에서 완전히 별개인 사람이 부채감을 갖는 상황이 과히 나쁘지 않게 아이러니하고, 과히 싫지만은 않고 등의 연유로 입매를 뭉개는 모르간이 보고 싶다
5-1.
충족감 이야기에서 이어져서 으레 평소에는 이카본이 늦잠을 자고 모르간이 자는 걸 지켜보는 편이었는데 때때로 모르간이 피로가 지나쳐 까무룩 탈진하듯 잠든 날엔 아침나절까지 이카본이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흘러내리는 앞머리나 뒤척일 때마다 벗어나는 이불 같은 것을 번번이 조심스럽게 정돈해 주면서, 꼭 금세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은 아이를 대하듯 다정하게 구는 애인으로부터 충족감 공급받았음 좋겠다는 묘한 어떤 욕망

6.
나는 모르간이 스스로의 정신이 지금 당장, 현재 명징하다는 자기확신이 없고 실제로 그 판단이 아주 틀리지는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 명징한 정신의 비교 근거는 어디서 왔을까 생각하면 마모되지 않은 시기의 토네리코…… 정도. 쌓이고 해묵은 먼지를 털어내 비교하고 재판단의 소스로 삼아 무엇이 냉정해진 자신이고 무엇이 명징하지 못한 정신으로 이끌린 판단인지 상호검증하는 모르간은 조금…… 안쓰럽고 마음에 들고
아무튼 망가진 정신을 자기객관화해서 들여다보느라 혼잣말이 늘어가던 시기가 종종 있었으리라… 무대 바깥의 사람만이 듣는 방백으로
6-1.
어쨌거나 모르간은 자기가 비교군으로 사용할 수 있을 ‘명징한 정신’이 버리고 떠나온 페르소나인 토네리코의 페르소나밖에 없다는 것이 어느덧 가장 미워하는 것을 가장 가까운 벗 삼아버린 어떤 감성을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가장 미워한 페르소나 가장 사랑한 페르소나
사랑하고 미워하고 내치고 끌어안은 페르소나이기 때문에 그리고 그 미워함도 결국 사전적으로 명시된 종류의 ‘미움’이 아니었으므로 최종전 브금은 결국 토네리코였다고 어쩌구 오타쿠 필리버스터
6-2.
근데 이거 되게 내 드림적인 캐해 있는 것 같지?
이카본이 톨킨이 쓴 인물처럼 ‘중세를 섬세하게 공부한 현대인이 티 나게 모조한 중세인’ 스타일이라면 모르간은 아서 밀러의 등장 이래로 열린 신이 존재하지 않는 세계의 현대 비극 사조의 망가진 신이며 인간 주인공이라는 느낌으로 받아들이는 듯
현대 비극의 세계에서 더 이상 신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르간은 현대 비극의 무대에서 마지막 ‘진짜’ 중세인이며 스스로 계몽했던 자로 남은 유일한 주연인 것이다…… 뭐 그런

7.
모르간이 추밀원 의장도, 그녀의 손님도 만나지 않았던 시기에 불현듯 무엇에 이끌린 사람처럼 범인류사 책 한 권을 뽑아 읽는 게 보고 싶다. 무언가를 읽는다면 항시 정갈하게 정돈한 책상 앞에 앉아 읽던 것도 잊고 그날만은 서가에 비스듬히 등을 기대어 메마른 눈으로 읽었으면.
문학은 기본적으로 낭비성이다. 필요로 낭비하기에는 타산이 맞지 않았고 요정국에서 흉내 내는 이들이 맞추는 각운 또한 푸슈킨 시절 노문학의 ‘서리 장미’ 따위와 같이 기계적이다. 그러므로 그녀는 그 아름다움을 이해할 수는 없었다. 그녀의 눈에 글 속의 인간은 쉬이도 부서지고 지나치게 가벼이 감정에 휘말렸다. 그녀라면 하지 않았을 일을 하면서 그녀와 같은 결말을 맞거나 더없는 보상을 받았다. ……그러니 이해하지 못할 뿐더러 공감할 수 없는 것 또한 당연한 수순이다.
그녀 자신조차 이해할 수 없이 시간을 빼앗긴 그 조각 이후로 십수 년, 모르간은 그녀의 손으로 꾸며주다시피한 이카본의 서재에서 이카본이 꼭 그때와 같은 자세로 같은 소설을 읽고 있는 모습을 발견한다. 그는 마치 그러기 위해 태어난 것처럼 서서 눈길을 돌린다. 그녀는 마치 그 순간의 그를 보기 위해 십수 년 전 그런 충동에 빠졌던 것만 같았다. 시리우스가 찬란한 빛을 뿜어내지만 결국 양 떼들에게 재앙을 가져오는 수순과 같이.
영지를 버린 대신 꿰어맞춘 성씨로 자신을 주조한 이카본 키르히아이젠은, 모르간 르 페이는, 모르간이 보기에, 그녀를 무덤에 빠뜨리기 위해 광채 속에서 나타났다.
마지막 후반부 두 문단 일부는 앙드레 보나르, <그리스인 이야기>에서 차용 및 변형.

8.
예로부터 왼손잡이는 불길하다는 관념을 갖고 있으므로.
이카본은 마찬가지로 나와 비슷하게 태어나기를 왼손잡이로 태어나서 글씨 쓰는 것처럼 몇 부분을 오른손 쓰는 것으로 교육받았다. 그를 둘러싼 세계는 상냥하다. 부모한테나 가신들한테나 불길하긴 하지 근데 애가 전투지휘관 재능이 제로인데 이걸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지 그거 신경 쓸 새가 있나? 정도로 받아졌을 것이고 이미 버밀리온 밖으로 나갈 연령이 되었을 때 그는 양손잡이였으니 그저 조금 별난 무엇으로밖에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리라.
범인류사의 모르간은 확실하게 왼손잡이였으리라. 그녀의 세계는 애석하게도, 그녀의 탄생 가운데 가장 고결한 별이 빛나고 있었다 해도 우서 펜드래건으로부터 거부당하는 것이 예견되었을 것이다. 그녀의 왼손은 유년부터 지탄받았고 한동안 눈 있는 곳에서는 오른손만 썼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다시, 일부러라도 왼손만 썼을 것 같은 느낌.
그걸 기억하는 이카본은 이문대의 모르간이 오른손잡이인 걸 생각보다 신경 썼을 것 같다… 이미 그녀로부터 단절된 연결고리나 진배없는 비비안으로서의 그 어떤, 무엇. 그런데 이제 어디로 보나 본인 스스로 편하게 여기는 건 오른손인데 간헐적으로, 마치 잠식이라도 하듯 왼손이 무심코 먼저 나갔다가 이상 느끼고 손목 조정하고는 오른손으로 잡는 행동이 자주 눈에 밟혔으리라……
8-1.
금인칙서까진 아니어도… 좀 이유 있을 때 친필로 쓰려고 무심코 깃펜 들었을 때 모르간의 왼손
쓰지 않는 손이 쥔 깃펜이 자조적이라 손목 주무르고 있는 모르간에게서 깃펜 가져가서 대신 받아적을 테니 그대로 불러달라고 말하는 추밀원 의장 이카본의 오른손

9.
모르간의 간구는 나의 죄를 용서하소서
이카본의 간구는 나의 죄를 용서 마소서
눈을 감고 용서를 바라는 불멸자 옆에서 손을 모으고 눈을 뜬 필멸자의 입술에서는 죄값은 죄값 감히 용서받기를 바라지 않나이다 처벌받기 원하옵니다

10.
요정국의 10년 전도 모르간의 10년 전도 그렇게까지 많은 것이 달라지진 않았겠지. 그래도 역시 10년 전 모르간이 예상보다 너무 일찍 일어난 10년 전 소년 시기의 이카본을 만나게 되는 건 좀 보고 싶다. 이때는 노움 칼데아가 깨우지 않아서…… 아마 멀린이 어찌어찌 한 아메지스트로 깨어났을 것 같은데 그 시기면 당시의 ‘완벽하게 싱그럽던’ 소년의 모습 그대로 아니려나
이 순간의 이카본은 정확하게 모르간을 정죄하러 온 소년 선지자나 다름없어서 그냥 파탄 파탄 파탄이다
10-1.
범인류사 모르간이 이카본에게 어떤 감정도 없기 때문에 저 자신이 대면했던 시기의 이카본을 가리켜 ‘완벽하게 싱그럽던’ 시절이라고 이야기하는 건 조금 좋아하는 편
그것을 온전히 마모되었다고 할 수 있는가

11.
모르간은 과일의 가공을 금한 것 외에도 그녀 스스로 그다지 가공품 과일을 좋아하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있다. 어느 쪽인가 하면 싫지만 그리 극혐!에 가깝진 않을 듯하고… 또 정확히 말하면 그냥 가공한 걸 싫어한다기보단 원형이 남지 않는 것을 꺼린다는 느낌. 그리고 대강 보면 케이크 자체도 그렇게까지는……? 싶을 정도로 좀 시큰둥한 느낌인데…….
그래서 시트며 데코로 층층이 과일을 쌓은 케이크를 앞에 두면 뭔가 모르간은 폭신한 시트나 제대로 장식한 생크림 따위를 맛보는 대신 케이크 위의 딸기를 집어 입에 넣을 것 같달지…… 그 음식 중 유일하게 가공하지 않은 것으로. 이카본 앞에서 모르간은 케이크 위의 딸기를 당연하게 집어가도 괜찮은 어떤 상대임을 스스로 알면 좋겠다고……

12.
그냥 이카본이 너무 당연하게 ‘애정’에 목말랐다는 게 어떤 익명의, 특정되지 않는 이의 애정이 아니라 정확하게 ‘모르간’만을 골라 당신 아니면 싫고 그조차 당신의 전부가 아니라면 나는 필요 없고……로 연결되는 배타적이며 편향적이고 간절한 갈구가 모르간에게는 조금 충족감을 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당신의 전부가 아니라면 당신의 그 어떤 것도 필요 없다는 말 앞에서 기이할 정도의 애정을 느껴버리는, 조금…… 그녀다운 통찰
100 아니면 0

13.
이카본이 정확하게 캄란 이후 시점aka첫 사망 당시의 몸으로 깨어났다면 왠지 그녀의 손아귀에 들어가는 대신 잠든 모르간의 눈가를 짚어 깨우며 그녀의 침실에서 처음 만났을 것 같지… 그는 안개처럼 스며들어왔던가?
일어나시오, 모르간. 당신은 그렇게 세상을 보는군……. 내 주검이 아니라 최후를 봤어야지…….
할 말은, 들을 말은 너무도 많은데. 손은 왜 그리 차가운지…… 애틋하게도 그녀의 손을 잡아오는 자는 그녀에게 모든 것을 인계한 그녀 자신은 모르는 시점의 사람이었다. 거리낌없이 그녀를 아이처럼 대하는, 삼십대 중반의 남자.

 

 

HAPPY END?

 

1.
초여름의 이슬비가 내리는 정원에서 천개 달린 흔들벤치에 앉아 멀거니 비 구경을 하는 모르간을 찾고 싶다. 이른 오후에 해는 내리쬐고 비는 내리는 애매한 날씨에. 젖은 머리를 하고서 옆에 앉느라 벤치를 휘적이게 하는 이카본.
그는 정말이지 우산 챙기는 법을 일부러는 아닐까 싶을 만치 자주 잊었고 모르간은 이카본을 번번이 챙기지는 않아도 젖은 머리를 만져주는 일에 종종 진력까지 느끼곤 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그 여왕 영의 말고 2재림쯤의 옷이면 좋겠다는 생각

2.
어쨌거나 나는… 이카본이 아침에 잠 깨우는 용도로 홍차나 커피를 마신다면 모르간은 아침 일과 마치고 그의 손으로 우리고 내린 음료를 마시는 게 어느덧 한 루틴으로 익숙해졌으면 좋겠어…
그런데 그… 좋지 않나? 향을 내는 게 주목적인 기호품에 무슨 장난을 칠 줄 알고… 토네리코 시절 ‘우서’의 일이 있었던 그 모르간이 이카본이 찬장에서 꺼내는 찻잔도 찻잎도 무결하리라 ‘믿는’ 게 아니라 ‘아는’ 건?

3.
이카본 흰 포엣셔츠에 검은 바지 차림 그거… 바지 쪽에 코르셋 내장돼 있어서 뒤에서 조여줘야 나오는 핏이라 혼자 못 입는 옷이라서 모 처에서 생긴 해프닝……으로
조이는 것까진 어찌어찌 혼자 해도 매듭은 혼자 못 묶겠어서 미적거리다가 모르간 앞에 가서 손 끌어다가 묶어만 달라고 하고 싶다. 모르간 어처구니 없게 올려다보다가 픽 웃으면서 저도 안 하는 것을 네가 한다니…… 따위의 말을 종알거리곤 순순히 매듭 묶어줬으면
그리곤 혼자선 옷도 못 입느냐고 핀잔 듣기
3-1.
하지만 나 너무 적폐야 반대로 모르간이 이카본 셔츠에 뺨 기댄 채 손만 등 뒤로 돌려서 한손으로 코르셋 풀어주는 것도 보고 싶어 조금 불만스럽다는 것처럼, 조금 이해가 안 간다는 것처럼 뭘 이렇게 조였느냐고 종알거리는 연상의 여성… 풀고 나면 뭘 얼마나 조였던 건지 손가락이 다 아려오는

4.
🍎 - 말을…… 겁 없이 하는 경향이 있구나. 감히 내게.
🕰️ - ……당신에게 총애받기 때문이겠지.
소년처럼 붉어진 얼굴을 하고서도 그런 말이라니 정말이지 겁이 없다고 생각하는 요정국 여왕마마가 보고 싶다 이카본 품에서 눈매가 누그러지는 누구 씨

5.
이문대의 모르간에게 이카본은 봄 같은 남자지만 겨울의 테라스에서 턱을 괴고 꾸벅꾸벅 졸다가 그녀를 발견하고 생긋 웃는 걸 보며, 이 겨울의 너를 사랑한다고 말할 상대라면 좋겠다

6.
모르간은 요정안 있고 이카본은 요정안 없잖아?
이카본 고백 받아주고 나서 모르간이 처음 한 며칠 텀 두려고 한 거나 보고 싶다. 오히려 그 전엔 매일같이 이카본 방 찾아가거나 자기 침실에도 들였는데 정작 고백 받아준 날 발길 끊었달지 뭐 그런 거.
뭐 며칠 가기는커녕 하루만에 이카본이 눈물 그렁그렁 달고 찾아와서는 왜 오늘은 안 찾아오는 거야 바쁘지도 않았다는데… 하겠지…? 모르간 순간 표정관리 못하고 😦 되면 좋겠다… 본인은 걔 생각해서 요정국 요정 특성상 이카본 두고 수군거리는 자체로 물리적인 안위에 안 좋을 수도 있겠지 싶었던 건데두.
알 만한 사람이 왜 그러느냐고 머리 살살 쓸어주면 아는 것과 그래도 감당하고 싶은 건 다르다면서 훌쩍대면서 칭얼거리는 그녀의 어린 연인

7.
🕰️ - (눈 깜빡) ……옥스퍼드공 초콜릿 먹어도 돼? 안 되는 거 아닌가……?
🐺 - 여왕께서 내 자제력을 시험이라도 하라 이르셨나?
🕰️ - ……아니, 나는 그냥…… 궁금해서…….
진짜로 초콜릿 먹으면 안 되는 거 아닌가
근데 어차피 우드워스 채식주의자라서 초콜릿 안 먹을 듯

8.
글래드스턴 글에서 이어지는 이야기.
만약 몰관이 딱 한 벌만 사복 맞춘 거 입어준다고 했으면 벌써 이카본 사흘 밤낮 아틀리에만 데리고 다니다가 제일 마음에 드는 옷 디자인해온 재단사한테 백지수표 한 장 끊어줬다…
나 드림캐한테 지갑질하는 썰 좋아해서 어쩌지 그런데 드림캐는 또 으; 해야 좋음(?)

9.
이카본이 답잖게 평소 입는 거랑 좀 다른 디자인의… 클리셰적으로 우산이 될 법한 디자인의 케이프를 입은 날 모르간이랑 같이 갑작스러운 비를 긋는 모습이 보고 싶다. 그날은 퍽 바빴으므로 평소였다면 젖는 게 싫다던 말도 스스로 번복하고 걸음을 재촉했겠지만…… 처마에서조차 행여나 머리라도 젖을까 저어하듯 케이프를 벗어 제 머리 위로 드리운 이카본 때문에 잠자코 서 있는 모르간도. 이따금 케이프 위로 떨어지는 빗소리만 들으면서 팔짱 낀 채 비 때문에 시계가 나쁜 먼발치만 쳐다보다, 그녀는 먼저 입을 연다.
우산을 가져오라 이를 시종들은 많다.
돌아오지 않는 답변. 빗소리가 조금 더 이어진 연후에야 모르간은 한숨을 내쉬며 혼잣말처럼 말을 잇는다. 물론 너는 그런 걸 바라지 않겠지…… 늘 아쉬워했으니까…… 얼마나 더 있고 싶으냐…… 따위의, 중언부언…… 논점을 명확하게 하지 않는 말들을. 이카본은 희미하게 웃으며 쏟아지는 빗속을 바라보다가, 그녀에게 고개를 돌리며 소근인다.
이 비가 그칠 때까지만 같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10.
때 아닌 여름감기에 걸린 이카본을 보고 생각하는 모르간…
인간의 몸은 도대체 왜 그렇게 결함투성이인가?
어처구니가 없는 투로 생각하면서도 어느 날 밤 그녀의 침대에 기어들어와 비실거리며 픽 쓰러진 어린 애인이 감기가 다 나을 때까지 옆에 있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열이 39도 7부. ……어지간히도 끓는구나.
나 정말 감기 맞아……? 무슨 큰 병 아니야?
엄살은.
찰싹, 땀에 젖은 머리칼을 넘겨주다 말고 이마를 가볍게 내리치면 이카본은 정말이지 어쩔 수 없다는 것처럼 소리 내 웃다가, 금세 마른기침으로 돌아눕는다. 한정없이 가벼운 농담을 입에 올릴 기운도 빠졌는지 까무룩 얕은 잠에 빠졌다가 깨기를 반복하는 애인을 내려다보다가, 손수 물수건으로 이마보다 관자놀이며 뺨이 더 뜨거운 어린 애인의 열을 식혀주는 모르간 같은 게 보고 싶다… 미지근한 물로 적신 것이 스칠 때마다 빠르게 열이 식었다가, 다시 더워지는… 뭐 그런 것… 그리고 아프자마자 자기 침대부터 찾아온 어린 애인의 마음 같은 것도…
헉 미친 나 지금 당장 마력공급 필요해(급발진) (쌉소리)

11.
난 우드워스가 전장에 나서는 걸 피하는 게 역시 너무 좋다…… 붕락 완료 후 소요사태 진압 때 우드워스가 자길 보내달라고 모르간에게 청할 때 같은 게 보고 싶다……
옥스퍼드공, 아직도 훈장이 부족한가? 생전 듣도보도 못한 음성으로 시니컬하게 묻는 추밀원 의장의 말 때문에 우드워스가 그만큼이나 시니컬하게 웃었으면 좋겠다…… 그가 싸우기 위해 전장에 나가고자 한 것이 아니고 추밀원장의 동행을 청한 것이 아님을 말하기 위해서

 

 

해시태그

 

@탐라 드림러들아… 드림주와 드림캐가 같이 자면 둘 중 누가 먼저 잠들어? 그리고 서로의 옆에서 뭐 해? 제발 이거 얘기해 줬으면 좋겠다
이카본은 으레 늦지 않게 잠들어 느지막이 깨고 모르간은 잠든다면 자정 무렵 잠들어 새벽 다섯 시에 시계추처럼 깨는 편. 그리고 잘 무렵엔 둘 다 텐션 낮게 침대에서 각자 책 읽으면서 크게 별다른 말이 없을 것 같다. 이카본이 밤 열한 시쯤부터 꾸벅꾸벅 졸면서 모르간 어깨에 머리 기대면 으레 이런 말이나 오가곤 하겠지.
🍎 - 그만 자거라.
🕰️ - 당신 잠드는 거 보고 싶어…….
🍎 - ……어쩔 수가 없구나.
칭얼거리는 어린 종자 같으니라고. 모르간은 한숨에 섞여 나오는 생각을 숨기지도 않고서, 그 감상을 접어두지 않은 채 자정 무렵 책을 덮는다. 그리곤 잠드는 게 보고 싶다던 말이 무색하게 머리 대자마자 까무룩 잠들어 버리는 남자의 품에 안겨 가슴팍에 귀를 대면, 일정한 심박은 전해진다.
잠들며 느려지고, 고요해지는 심장소리.
그는 단 한 번도 이곳이 적진 한가운데란 생각조차 하지 않은 것처럼 평온한 소리를 들으며 모르간은 그날도 그만치 고요한 잠에 빠져들고 만다. 잠든 어린 애인을 두고 침대 밖으로 빠져나가는 동 틀 무렵이 올 때까지.
그리고 그녀는 아침 조회 끝마치고 잠시 침전이나 방으로 들를 무렵이면 그때서야 겨우 일어나 부스스한 머리 정돈하고 홍차 우리는 이카본 볼 때마다 인간이 항상 그리 오랜 수면을 필요로 하는 것도 아니던데…… 라고 내심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드림캐를 사랑한 만큼 미래의 드림캐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안 드림주의 반응은?
🕰️ - ……거짓말. 그렇다면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보다, 그 사람이 그 사람 자신을 사랑하는 것보다 더 그 사람을 사랑했는데 어째서 내가 만난 모든 모르간 르 페이는 그런 꼴이 되었던 건데…….
정말로 일생을 다 바쳐 사랑한 사람만이 감히 자신하여 말할 어떤…… 근거 있는 교만함이 이카본에게는 있는 것이다

#드림커플의_분위기를_이모지_4개로_표현하면
🕰️🍎⚖️🫧
시간을 거슬러 돌아온 상아탑의 현자랑 사철 사과나무가 열매를 맺고 꽃을 피우는 사과의 섬 아발론의 주인
옳고 그름을 천칭에 재단하던 안개의 남자랑 수면에 비친 물거품의 성을 안고 사는 여자

 

 

토네리코

 

1.
토네리코 해리포터 안경인 거 좀 의외긴 함…
난 이카본 안경 씌운다면 뿔테안경으로 생각했는데두
몰관 나이 먹은 티 나는 거 좋아해서 글 읽을 땐 막 은테에 안경줄 달린 그런 안경 쓰면 좋겠다 망상했는데두
1-1.
‪약간… 그 우체국 같은 데에 있지 엄청 세로폭이 좁은 원시용 안경……….. 은테에 각종 장식 달린 안경 체인 달리고…… 깨알같은 글씨는 안경 내리면서 살짝 인상 찌푸리고 멀리서 보면 좋겠다는 생각‬
‪물론 요정이니까 시력이 그렇게 나빠질 일은 없겠지만‬

 

 

적폐 상아사과

 

1.
이카본 옆에 붙어서 요정어 과외해주는 모르간은 조금 보고 싶긴 하다(적폐) 읽을거리 필요하다고 했으니 자긴 바쁘다면서 범인류사 책 잔뜩 보내주고선 추밀원장 주고 나면…… 요정어는 이제 독해할 필요가 있으니까.
요정어 과외해주는 모르간…… 책을 좀 봐라 이카본 그건 내 얼굴이다(적폐2)

 

2.
이카본 추구미가 범인류사 모르간이라서 이카본이 모르간 화장해준 날은 어차피 정해진 컬파에서 미묘하게만 변주한 거라 다른 사람들은 어 좀… 다른가? 정도인데 아기바반시만 오늘 어머님 뭔가 평소보다 예쁘네에~ 그런데 왠지 가까이 가고 싶지 않은 느낌……
하다가 그날은 이카본이 손댄 거 알면 가서 이카본한테 화풀이함 그 자식은 왜 추구미가 범몰간이라서

3.
아니 내가… 오늘 아침에 좀 목이 부은 채로 일어나갖고… 더위 먹은 이카본이랑 한여름에 겨울 여왕 영의 입고선 인간의 몸은 정말로 쓰레…아니 연약하군… 하는 모르간이 좀 보고 싶어가지고……(오타쿠 필버하겠다는 뜻)
더워 죽겠어서 침대에 누워서 헤롱헤롱하는 이카본 보다가 됐으니까 그만 나가들 보라고 모르간이 시종들 물리고 침대맡에 앉는 게 보고 싶다. 모르간이 손수 얼음물 컵에 따라서 입가에 대주는데 몇 번 받아마시다가 고개 푹 꺼지니까 한숨 쉬고는 키스로 건네주는 거? 같은? 적폐동인망상적인 모먼트 말이야…
막 얼음이랑 물 같이 입에 머금고 혀 섞는데 열로 들뜬 이카본 쪽 혀가 얼음물로 금세 체온이 변하는 양상이라거나 아차 하는 사이에 얼음은 금방 녹아버린다거나…… 같은 거 때문에 모르간이 이카본이랑 체온 차이가 엄청 많이 난다는 걸 새삼 자각했으면 좋겠다고……
3-1.
얼음이 정말 아차 하는 새 녹아버릴 정도의 체온이란 부담스럽다고 느끼는 모르간 같은 것(이런 발언)

4.
모르간 여왕 옷 아무리 봐도 너무 파렴치하고… 뭔가… 뭔가고… 꼭 끌어안고서 겨드랑이에서부터 이어지는 맨살 살살 만지다가 가슴팍에 폭 얼굴 묻고서 어물어물 당신이 너무 좋아… 라고 고백하면 가소롭다는 듯이 픽 웃으면서 원 참 대단치도 않은 말을 너무 어렵게 하는구나 해주면 좋겠다……

5.

보스턴 요리학교의 유명인사인 메리 J. 링컨은 사과를 “과일의 여왕”이라고 부르며 “시들지 않는 파이” 형태로 만들기보다는 자연 상태 그대로 먹기를 권유했다. 메리 V. 터훈 부인은 그보다 더 단호했다. 그녀는 파이를 “파괴적인 과자”라고 부르며(후략)
—제리 퀸지오, <디저트의 모험>

이거 걍 시도때도 없이 과일 가공 금지한 요정국에서 하루에 한 번씩 쿨타임 차면 애플타르트 애플파이 찾는 이카본 보는 모르간 아니냐
근데 사과를 과일의 여왕이라고 하는 건 좀 히쥭히죽 과몰입오타쿠하게 만듦

 

6.
쿨타임 찼나보다 포지션스왑 보고 싶다 범인류사 브리튼의 현자 모르간이랑 요정국 국왕 이카본 그런데 현자 모르간은 범인류사 브리튼 닫으면서 내 이름도 영원하리 천 년의 시간이 흘러도 적인 현자였으면 좋겠어 모 뮤지컬 곡 나눠불렀으면 좋겠다는 소리
근데 이러면 평범하게 2부 3장의 재림임

7.
그녀는 단추를 싫어하는 걸까?
이카본은 생각을 쉬이 발설하거나 겉으로 드러내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애인이 생각을 쉬이도 읽는 사람이라서. 허리를 굽혀가면서 목덜미에서부터 등허리까지 이어지는 리본들을 하나씩 풀어내리던 그를 내려다보던 모르간이 마음에 들지 않느냐고 물었으면 좋겠다. 잘 모르겠다거나, 당신에게는 뭐든지 다 어울린다는 입발린 말을 하지 않을 거란 걸 안다는 전제하에. 그러고는 한 마디 톡 쏘아붙이겠지.
그런 것에 정신 팔릴 여유도 있는 모양이지?
이카본은, 자신이 분명히 어색하게 웃고 말 거란 걸 알면서도 그렇게 말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조금쯤 오기가 생길지도 모른다. 그래서 모르간의 물음엔 냉큼 램프를 덮어버리고선 치기 어린 소년처럼 연상의 상대에게 말하게 되고 마는 것이다.
당신 옷에 달린 그 많은 리본들은 모두 나더러 풀어보라고 달린 건가 말하려고 했어.
그리곤 얼마 뒤에 황급히 품에서 빠져나온 모르간 등에는 새퉁스러울 정도로 어울리지 않는, 그녀의 인생에서 한 번도 달아보지 않았을 얇고 가느다란 버건디 끈 하나가 리본처럼 묶여 있었으면 좋겠다고…… 장본인이 집히는 아무 끈이나 집어 묶었다기엔 지나칠 정도로 정성스럽고 정갈하게 묶은 형태로

8.
아플 때면 유독 애처럼 구는 이카본 뺨 살살 만져주는 모르간 보고 싶다……
🍎 - 열은 다 떨어졌는데 아직도 여기 있는 게냐?
🕰️ - (끄덕끄덕…)
🍎 - ……? 뭐냐. 
🕰️ - …….
🍎 - 말하지 않으면 모른다던 사람이 누구였는지, 대체.
🕰️ - ……나 목 쉬어서 말하기 싫어…… 듣기 싫은 목소리 들려주기 싫은데…….
진짜 기도 안 차는 말이라 옆에 앉아서 열에 들뜬 뺨 살살 식을 때까지 만져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