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국
LOG
여왕의 점막에 장미를 틔운 세계 (장편)
※제2회 드림 포스타입 온라인 온리전 #또그렇게됐다(2024.3.22~2024.3.29) 참가 작품입니다. ※붕락 이후의 if로, 해당 글에서 직접적으로 이어집니다. ※2024년 5월경 소장본 발행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해당 사항이 괜찮으신 분만 구매해주세요. https://midnight-fall.postype.com/post/16192370 여왕의 점막에 장미를 틔운 세계 : 포스타입 포스트 ※제2회 드림 포스타입 온라인 온리전 #또그렇게됐다(2024.3.22~2024.3.29) 참가 작품입니다. ※페이트 그랜드 오더 2부 6장 의 강한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2024년 5월 midnight-fall.postype.com
user-img
LOG
바다의 섬어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user-img
LOG
글래드스턴 3가 오트 쿠튀르 아틀리에
추밀원장이 여왕마마 옷 맞추는 놀이에 한 해 연봉 다 털어넣는 이야기 여왕의 점막에 장미를 틔운 세계(장편)의 프롤로그로 사용되었습니다. “설마 오늘 같은 날도 공무에 매달리고 나는 분신이랑 내보낼 줄은…….” “기억은 동일하고, 근본적으로 개체차는 없다. 돌아온 후에도 본체에 인계는 될 테지. 뭐가 불만인 거냐?” 그 자리에 앉으면 다들 사람의 마음은 알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거니? 이카본은 문득 목까지 치받쳐 올랐던 말을 삼키듯 조심스럽게 제 손으로 목덜미를 문질렀다. 모르간의 눈에도 보일 수 있을 만치 분명하게, 그리고 조용히 목울대가 한 번 오르내리고 나자 이카본은 슬 시선을 피했다. “아니, 뭐랄까. 당신은 왠지 그때 가서 생각하겠다고 말하고선 막상 그날이 되면 일이 바쁘니 약속은 취소하자고 할..
user-img
LOG
섬어의 체온
체온은 신음처럼 고요하고 낯설고 버거워서 “크리스마스로즈로군.” 묻지 않았을 때 음성이 흘러나오기는 처음이었다. 창백하고 핏기없는 입술이 움직이며 뜻 없는 음절로, 형태소로 발음되는 것을 바라보며 이카본은 눈만 굴려 화장대 주위를 살폈다. 오늘의 장식은 갖은 색을 입힌 수국과 흰 매그놀리아였다. 색색이 주는 인상이 화려했으나 각각의 색은 깊지 않고 호화롭지 않아 눈이 피로하지 않은 꽃들이었다. 그러므로 향 또한 장미수와 섞였다 해서 어지럽지는 않을 터인데. 이카본은 다시금 화장대에 등을 기댄 채 앉은 모르간을 내려다보았다. 눈이 마주쳤으나 잠시였고, 모르간은 느리게 눈을 감을 따름이었다. 투정을 부리는 성격이었대도 염려스러웠을 테지만 별다른 말이 따라오지 않아 염려스럽기는 매한가지였다. “마음에 들지 않..
user-img
LOG
사랑받는 불신자와 사랑하는 불신자에게
범인류사의 손님과 브리튼의 여왕 세상 사람들이 ‘외도를 하다 자살한 여자’라고 요약할 어떤 이의 진실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톨스토이는 2000쪽이 넘는 소설을 썼다. 그것이 『안나 카레니나』다. ─신형철, 『정확한 사랑의 실험』 그녀는 신을 믿지 않았다. 신의 개념을 믿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으므로 기댈 수 없으며 신뢰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모르간 르 페이에게 신이란, 아주 오래 전부터 이미 무의미해진 개념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이따금이면 그녀는 무엇에 이끌린 신도처럼 카멜롯 성탑 가장 높은 곳을 찾아가 뜻 모를 기도를 올리게 되는 것이었다. 아무리 노력한들 또 다른 오늘을 연명하는 게 고작인 그녀의 브리튼을 돌보고 기도를 경청해줄 신은 이미 없었다. 모르지 않다 한들..
user-img
LOG
여왕의 점막에 장미를 틔운 세계
추밀원장과 여왕이 맞는 요정국 브리튼의 아침 추밀원 의장은 체면이라는 것을 몰랐다. 사리분별 못하는 요정들조차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오래된 격언을 증명하려는 양 분에 넘치는 자리에 앉고 난 후 얼마간은 어울리지도 않게 새 기관을 제시한다든지, 으스대며 평의회 한참 전부터 궁정 회랑을 돌아다니며 기운을 뺐음에도 어제 갓 새로 설립된 추밀원 의장 자리에 앉은 이는 도통 그럴 생각이 없어 보였다. 아니, 자명했다. 아침 일찍 어전에 들기 전 보고 갈까 싶어 찾았을 때 아직도 테이블 앞에 앉은 채 두 손으로 머그컵을 감싸 쥐고선 꾸벅꾸벅 졸고 있는 꼴을 보고 있으면 손수 의장직을 내린 여왕이 아닌 누구라도 그렇게 생각할 터였다. 모르간은 팔짱을 끼며 못마땅하게 눈썹을 추켜올렸다. 머그컵에 담긴 커피는 아직도 ..
user-img
LOG
잠로湛露
요정국의 아침은 들어오는 햇빛에 견디지 못하고 눈을 찌푸렸다가 잠에서 깨는 아침과는 연이 없었다. 해가 떠오른 시간 내내, 하늘은 금세라도 다시 해가 저무는 황혼을 기다리는 것처럼 주홍빛으로 물들었고 햇빛은 옅게 가물거렸다. 덕분에 수면을 위해 눈을 가릴 일도 없어 밤이 늦도록 침대에서 램프 빛에 의지해 책을 읽다가 까무룩 잠에 빠지곤 점심 가까운 오전 중에나 일어나는 일이 일상이었다. 요정국의 카멜롯에 머무르기 시작하면서부터, 이카본에게 으레 궁정의 일과가 시작되는 아침 아홉 시 기상은 이른 기상 축에 들었다. 이전과 다를 바 없이, 그 어떤 자극도 없이 천천히 눈은 뜨였다. 익숙한 자색 천개나 창틈으로 새어 들어오는 미미한 소음 대신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모르간이 침대맡에 앉아 이카본을 내려다보..
user-img
LOG
서로를 잘 아는 이방인처럼 우리는
요정국 브리튼, 이카본과 모르간의 티타임 “홍차든 커피든 근본적으로 음료는 군더더기에 불과하다. 대화를 위해서는 티타임을 구실로 삼고, 티타임이니 마땅한 음료를 고를 뿐. 결과적으로, 내용물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아.” “미각 없는 자들이 가질 법한 지론이구나. 같은 것을 마신다는 점은 고려되지 않는 건가? 그렇다면 당신이 중요시하는 디테일은 어떤 거지?” 테이블 앞에 앉아 턱을 괸 채 모르간은 포트에 서 있는 이카본을 넘겨다보았다. 호리호리한 몸에 품이 넓은 셔츠를 걸치고 있으니 이따금 어깨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만 보일 뿐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도통 알 수 없었다. 그라인더에 간 원두를 서버에 올리고 덥힌 물을 따르고 있는 모양이리라고 넘겨짚을 뿐이었다. 천장부터 바닥까지 창을 낸 문틈으로 선선한 바..
user-im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