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류사 브리튼 (JUN~JUL, 2023)

유년의 뜰

 

1.
사실 아르토리아와 이카본이 친구……를 넘어서 군신관계로서도 괜찮은 사이였던 이유는 오히려 아르토리아가 디자인베이비였기 때문에 가능했다고도 생각하긴 해🤔 아르토리아에게 사적인 자의식이 강한데 브리튼이 기우는 게 예정되어 있으면 백이면 백 이런 관계 됐음
🗡️ - 누구도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생각에 잠을 이루지 못하는구나. 나는 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 - 지극히 정상적인 유행입니다.
🗡️ - 요즈음 사는 것 같지 않다. 낭만도 모험도 없이 살다니.
🕰️ - 요즈음 유행병입니다.
이 정도면 싸우?자는?? 뜻이죠??
1-1.
생각해 보면 모르간이 꼬드긴 거 받아줘서 범인류사 모르간이 왕 먹었으면 딱 저런 관계 되지 않았겠냐
사는 것 같지 않다(자극이 부족하다)
지극히 정상적인 요즈음 유행병입니다
이랬다가 다음날 이카본 목 달아남

 

 

신처럼 걷고 계명성처럼 말하는 이에게

 

1.
아 근데 진짜 범인류사 모르간이랑 이문대 모르간이랑 이카본 삼자대면하는 거 좀 재밌겠다 그렇게 호구처럼 굴더니 자기 싹 손절해버리고 이문대 모르간한테 붙었는데 슬쩍 웃으면서 질질 끄는 목소리로 이카본… ‘키르히아이젠’? 하고 우에까라마센하는 순간
이카본 얼굴 새빨개지면서 앗…… 아…… 아아…………………… 하는 거 보고 아무리 손절했어도 이건 치트키네… 싶어지는 이문대 모르간
근데 딱히 이카본이 범몰간에게 남은 감정이 없어서 약간 구언니를 보는 얼빠 빠돌이 느낌이 아니려나

2.
약간 그런 느낌 있어
범인류사 모르간이 아무리 이카본한테 쓰레기처럼 굴었어도 약간… 술 못 마신다는 거 억지로 마시게 시킨다거나 쿨파스 붙여야 하는데 핫파스 주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 같은 느낌
마치 제 캐자는 패싸움하는 양아치지만 시장에서 나물 파시는 할머니 괴롭히진 않아요 같은 감성

3.
범인류사 모르간이 이카본에게 갖는 감정을, 그리고 이카본의 존재를 축약해서 축복받은 자의 원죄라고 생각하는 것이…… 모르간은 이카본이 자신을 그렇게 아무 조건 없이 사랑한다는 걸 결코 모르진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이그레인과 로트, 멀린과 그녀의 아이들처럼 하나씩 모르간이 입 위에 인명을 올리고, 쌓고 난 연후에도 그의 무대가성은 공고했을 테지. 그러나 그 모든 것을 알면서도 모르간은 그 이상으로 이카본을 미워하고 경멸하고 싫어하지 않았나…… 싶어서. 그건 그가 그녀의 자리를 빼앗은 아서 왕과 더없이 친밀하고도 그라는 성질마저도 유사하기 때문에.
그 어떤 성향조차 존중받고 양육되었던 버밀리온의 이카본을 보고 있노라면 모르간 르 페이는 그녀의 유년을 통째로 부정당하는 감정에 사로잡히고 마는 것이다
3-1.
그러므로 모르간에게 이카본을 향한 사랑의 불가능성은, 다시 말하자면 그냥... '원죄'인 거야 이카본이 사랑받으며 태어난 사람인 게 모르간의 사랑을 얻을 수 없는 죄인 거지

4.
범인류사 모르간으로부터 기억을 인계받은 이문대 모르간이 이카본을 안다는 사실이 가장…… 범인류사 모르간에게서 이카본이 얼마나 하잘것없고, 중요하지 않은 사람이었는지를 증거한다고 생각한다.
모르간이라는 사람은 자기가 손에 쥔 것을 나누고 싶지 않은 사람. 이카본의 다정함이, 또는 헌신이 그녀에게 손톱만큼이라도 중요했다면, 소중했다면 그걸 인계받을 상대에게 한번에 쓸어넣어 뭉텅이로 인계할 기억으로 선별하지는 않았으리라. 그녀는 사실 몹시도 세심하게 인계할 것과 인계하지 않을 것을 선별했다고 생각하니까

5.
범몰간도 되게 혼자 있을 때는 텐션 낮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거든? 그래서 말인데 죽은 이그레인에게 수전 그리핀의 편지 구절 그대로 써서 보내지도 않고 태워버리는 거 보고 싶다고
어머니 나는 집으로 편지를 씁니다 내게 나의 육체를 돌려주십시오 << 이거…
내내 관자놀이를 짚으면서 펜을 굴리다가 끄트머리만 담가 잉크를 적시고… 천천히 뺐다가 잉크가 다 마를 때까지 빈 양피지 위에서 허망하게 망설이고… 몇 번을 반복하다 제대로 써지지도 않는 펜으로 내게 나의 육체를 돌려주십시오 라고 쓰는, 그녀 또한 장성한 자식이 있는 나이 마흔의 모르간

6.
까탈부리는 범인류사의 모르간…… 보고 싶다. 아니 까탈이라기보단 그냥 본인 성격일 듯.
시종이 아침마다 모르간 깰 때면 초콜릿 가져다놓는(애초에 고증 따지면 유럽엔 콜럼버스 전까지 초콜릿 그런 거 없었지만) 게 루틴이 되어 있겠지. 그런데 모르간 좀 신경성… 그런 거 있어서 아침엔 단 거나 고기 위에 못 집어넣고 익힌 채소나 겨우 좀 받는지라 입에도 안 대고 치우라 하면서 정작 안 가져다놓으면 히스테리 부릴 것 같음…
그걸 또 옆에서 달래고 비위 맞춰주고 싶은 걸 보면 나는 사실 M일지도 모른다

 

 

상아탑의 현자로부터

 

1.
혹시, 내가 당신 좋아하면 당신 마음 불편해질까?
2부 6장이랑 반대로 이문대 모르간이 범인류사 모르간에게 덧씌워졌을 때…… 이카본에게 그런 말을 들었으면 좋겠다. 아르토리아가 왕이 될 무렵, 모르간이 수녀원에서 갓 나와 로트 왕과 혼담이 당사자들 모르게 일방적으로 오갈 무렵으로.
모르간은 뭐라 대답하기도 전 기가 차서 허…… 하겠지. 인간사란 어찌 그리 악의적일 정도로 아이러니한가? 으레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상대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지 않고 정작 물어야 할 사람은 상대의 불편함을 모르고…….
그러므로 모르간은 그녀보다 어느덧, 아니 기억 속에선 언제나, 훌쩍 커버린 어린 이카본의 머리칼을 천천히 쓸어넘기며 미미하게만 물었으면 좋겠다.
내가 누구라 해도 너는 마음 불편해질 일이 없는 거냐?

2.
뭔가 범인류사 시절부터 모르간이 물 같은…… 기존에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기초적인 원소를 재료삼아 마술의 원천 삼고(ex. 물거울이라거나 마술적인 시약 같은 것) 전통적인 마술 이론에서 숭배받는 쪽의 마술사라면 이카본은 오대원소 같은 개념에서 벗어난 쪽의 전통적인 마술사. 범인류사의 브리튼 시절부터 뇌우를 뿌리고 비로써 물을 불러들이고 안개를 쫓는 등, 일종의 2차적인 원소로부터 자연의 기초적인 산물을 만들어내는 종류의 사람이다.
그래서 모르간의 창조성을 이카본은 경탄했겠지만, 기실 많은 익명의 사람은 마술적인 산물 자체보다는 벼락으로 땅의 영양을 순회하게끔 하고 하늘의 운행을 예언하는 농사의 영향력 같은 것을 더 필요로 했을 것이라고도…… 생각은 했겠지.
범인은 범인이므로 모른다. 천재는 천재이므로 넘보지 않는다. 오로지 수재로 남은 상아탑의 현자만이 요정 모르간이 내다본 범위를 내다보면서도 그 스스로는 닿지 못하기에 경탄하는 것이다.
2-1.
범인류사의 모르간이 마술을 행사할 적마다, 암수를 뻗칠 때마다 이카본이 생각하기를, 타고난 혜안과 지성을 은밀하고 하잘것없는 유희에 불살라버리는 여자…….
그러나 그것을 자신이 손에 쥐었을 때의 가정일랑 꿈에선들 하지 않는
2-2.
물론 다른 사람이, 이카본이 또는 멀린과 같이 아서 왕에게 호의적인 다른 누군가가 모르간과 같은 마술적 재능을 지녔다면 더 고결한 것을, 더 이로운 일을 행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재능이 모르간 르 페이에게 있기 때문에, 생전 보지 못했던 것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그녀의 모략을 ‘은밀한 유희’가 아니고서야 무엇이라 말할 수 있겠는가.
그런 것에 빼어난 혜안을 불사르는 어떤 낭비성, 어떤 자멸성. 당사자는 결코 그리 생각하지 않을 테지만.

3.
“내 연인에게 속삭이는 저열한 귀엣말은 내 것이로다”
이거 약간…… 항상 생각하던 거지만
이카본도 그렇고 모르간의 주위 사람들은 모두 범인류사의 모르간과 이문대의 모르간을 타인으로 생각할 것 같은데(당연함 나스가 근본적인 성격부터 다르다고 했음)
범인류사 모르간의 랜섬웨어인지 뭔지 암튼 모종의 사유로 정작 모르간 당사자들끼리는 상대를 자기 자신으로 생각하고 있을 거라는 점이 너무 좋음…
그래서 이카본에게 속닥거리는 범인류사 모르간의 말은 이문대 모르간 입장에서 자기가 결코 하지 않을 말인데 자기 입에서 나오는 말이라고 인지하는 게 두 배로 좋아

4.
이제 어제 낮잠자다 꾼 꿈 얘기를 할 시간이다……
왠지 모르겠지만 요정국 브리튼 쪽에서 붕락 완료해야 할 때 마지막 트리거로 딱 하나가 더 필요해야 했음. 범인류사 브리튼의 잔재가 상아탑으로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임.
그 우아한 백색의 상아탑은 이카본의 육신이 죽고 브리튼의 신비가 조금씩 소멸하면서 마술로 구현한 상아탑이 함께 사라지는 동안 브리튼 유민들은 색슨과 로마 간의 혼란스러운 전시를 어찌어찌 그 안에서 피해갈 수 있는 보호소가 될 텐데 그게 아직 억지력에서는 ‘마지막 남은 브리튼’으로 인식돼서 덮어쓰기가 안 되는 거임.
요정국 브리튼에 있는 이카본이 모르간에게 호의적인 만큼 그냥 뭐 설득하면 되겠지~ 정도의 스탠스로 단신으로 모르간이 해결하러 넘어갔더니 정작 거기 있는 이카본은 상아탑을 목숨 걸고 지키고 있었음. 그 시절의 이카본은 아직 이문대 모르간에게 넘어갈 만큼 마모되지 않았으니까 인류사에 실망하지 않았으니까 이성의 침공 따위를 모르니까 모르간으로 인해 친구와 모드레드가 함께 죽었던 캄란이 너무도 생생한 어제 일이니까…… 그래서 이 브리튼 사람들을 지키는 게 자기 일생 마지막 남은 라스트 미션 이 느낌이라 도저히 말로는 설득이 안 되는 상대고 그냥 상아탑 진입 자체가 안 되는 상태였음.
아무튼 그래서 결국 모르간이랑 이카본은 싸우게 됨. 그런데 왜인지 모르게 이문대 모르간이 범인류사 브리튼으로 들어오면서 범인류사 모르간의 몸을 입어버린? 뭐 그런 상황이었음. 이문대에서 그녀가 이문대 8할 범인류사 2할이었다면 이쪽으로 건너오면서 범인류사 7할 5푼 이문대 2할 5푼이 된…? 아무튼 그래서 이카본을 그래도 설득해야 한다 스탠스가 아니라 그래도 자기는 브리튼이 갖고 싶은 상태가 된 거라 싸우게 되는데 뭐…? 당연히 이카본이 밀림
근데 이제 모르간이 범인류사 모르간의 의지가 더 강해져서 그오에서 가끔 엑칼모르간 컬러스왑 형태로 휘두르는 그 칼로 잡고 싸웠음. 그게 엑칼이고 자기가 정당하다는 일종의 자존심인 모양임… 이카본은 핀판넬 같은 걸로 막 유사 빔 쏘고 모르간이 정작 엑칼 휘두르면서 싸웠는데 대충 대화 내용이 이랬음.
🍎 - 너를 이해할 수가 없다. 우리는 캄란에서 아서 왕과 모드레드가 그랬던 것처럼 싸울 필요가 없다. 우리 목적은 같다. 신비가 소멸해서 브리튼의 멸망이 예정된 거라면 신비를 다시 주면 된다. 그러면 망할 이유가 없지 않나? 우리는 싸우지 않아도 된다 (25% 있는 이몰간의 의지?인 것 같은데 75% 범몰간 의지도 맞는 것 같음 싸울 만큼 미운 것도 사실 신비가 없어지면 그 신비를 다시 주면 된다는 사고 구조도 사실)
🕰️ - 그걸 누구도 아닌 당신이 말하는 거야? 내게 브리튼은 멸망했고 그건 전부 당신 때문이야. 당신이 말하는 그조차 이미 브리튼이 아닌데 그래도 브리튼이 갖고 싶은 거냐? 이제 됐어, 나는 이제 정말로 당신이 싫어
그래서 그 순간 내 기분도 이상해지고 모르간 기분도 이상해지면서 깸
작화는 유포였음 황사 오지는 무검 후반부

5.
이카본 - 으큼, 아이 써. 이건 시다못해 쓰잖아?
범몰간은 귀엽다는 것처럼 웃고서 다 먹을 때까지 빤히 쳐다봄(악의 100% 호감0%)
이몰간은 멀뚱히 쳐다보다가 말없이 레몬 접시 바꿔줌

6.
이카본은 인간들 중 가장 뛰어난 자였으므로 언제나 인간을 벗어난 것을 구상하고 마치 제삼자처럼 인간을 위해왔겠지만 항상—원했든 원치 않았든— 인간으로 남아 있었다. 그것이 그를 특별하게 만들었으므로 카멜롯에서 인간 아닌 자들은 자신들과 평범한 인간 사이를 중재할 그와 당연스레 친구가 되었고 같은 시각과 다른 행동을 공유했지만 단 한 사람 모르간만은 인간 아닌 자와 같은 것을 발설하는 이카본이 자신과 같은 인간 아닌 자가 아니었으므로 업신여기고 깎아내렸겠지.
그는 매력적이지만 결코 취향은 아니야…… 따위의.
이카본이 요정의 몸이라도 입게 된 날은 알게 되지 않았으려나 그녀의 입맛에 맞는 상대가 되었지만 그는 결코 매력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7.
진짜 범인류사 모르간이랑 이카본은 이 두 사람 근본적으로 너무 안 맞음…… 이란 코멘트 말곤 설명 안 되는 구석이 있달지 그렇다 해서 모르간이랑 맞는 사람이 있긴 할지 싶기도 하는 뭔가가 있음
‘정말로 인간의 영역을 벗어난 적은 한 번도 없는 주제에’라고 업신여기는 범몰간이 보고 싶다는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