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대 (JAN, 2024)

두 사람의 성질

 
1.
충분히 좋았고, 좋을 테니까. 라는 어떤 확신 어린 말에서 모르간이 느끼는 기이한 안정감과 그녀의 고요한 숨소리와 닿은 체온에서 이카본이 느끼는 안정감은 지극히 같은 성질이 아닌가 싶고
 
2.
색소 아낀 것처럼 흐리고 창백한 모르간 얼굴 왜 이렇게 좋은 걸까
밤의 불꽃놀이 보다 말고 물끄러미 모르간 옆얼굴이나 돌아보고 싶다. 명멸하는 빛마다 색이 내려앉아 뭉그러지는, 희고 매끄러운 얼굴. 이카본은 문득 하늘을 올려다보는 그녀의 얼굴에서 아주 오래 전에 읽은 줄글을 떠올린다. 사람은 빛에 물들고 색에 멍든다던데…… 하다가, 그만 제풀에 웃고 만다. 어떻게 하나같이 읽는 모든 것을 그녀와 연결지을 수 있나.
그 웃음소리에 고개를 돌려 이쪽을 바라볼 적의 얼굴도 정말이지 사랑스럽기 그지없겠지만, 어쨌거나…… 몹시도 민망한 것이다.

3.
이카본이 잉크를 채워 글씨를 쓸 때면 보이는 얼굴을…… 모르간은 아주 조금 좋아했으면 좋겠다. 모르간이 가끔은 필요도 없이 불러주는 대로 받아 적으라고 펜을 건넬 때조차 있을 만큼.
책을 읽을 때보다 더 깊이 가라앉아 진중한 얼굴, 정자체로 획을 그을 적마다 미미하게 골이 패는 미간. 잔뜩 집중해서 누가 들어오는지도 알아채지 못할 때의 무방비함. 모르간은 그 얼굴이 좋아서, 때로 이카본의 방을 찾아올 때 그가 글을 쓰고 있거든 기척을 내지 않을 때도 있다.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가, 이카본이 모르간을 보고 환히 웃거든 역시 지켜보기를 잘했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이카본은 즉각 펜을 내려놓고 그 해사한 웃음 그대로 이리 와 안기라는 듯 팔을 벌린다. 정말로, 이루 말할 수도 없이 모르간을 사랑해서.

 

HAPPY END?

 
1.
추밀원 설립되고 의장 이카본 취임한 뒤로 그의 약함을 업신여기고 말랑한 성격을 비웃지만 사실 여왕의 신년사보다 추밀원장의 신년사를 들어야 신년사 들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요정들 같은 것…
이카본 취임한 후로 모르간 신년사 원고도 이카본이 만져주는데두

2.
프레스코화는 석회가 아직 마르지 않은 벽에 그리는 수채로, 대개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서 발달했으며 습한 날씨가 불규칙적으로 들이치는 영국에서는 발견하기 힘든 기법이다. 그래서 요정국 브리튼에서 자주 프레스코화가 발견될 때면 이카본은 번번이 걸음을 멈추어 물끄러미 바라본다.
여왕 모르간과 나란히 걷다가도 이따금 멈추어서, 고개를 들어 그 투명하고도 탁한 명암을 바라보는 이카본의 뒷모습. 바람이 불 때면 케이프 자락이 제멋대로 날리면서 그것이 누구의 흉강에서 뱉은 숨인지 구분하게 하는 모습으로 침묵한다.
한참을 지켜보다가, 이카본은 걸음을 옮긴다. 그렇게 황홀하게 무엇을 바라볼 적이면 입에 담는 말은 들리지 않는다.
아름답지.
……모르간은 그 말이 나오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이해할 수는 없고, 마음에 와닿지는 않지만, 아름답다고 느끼지 못하는 태도가 당연한 것만 같다.

해시태그

 
@ 드림주/드림캐는 드림캐/드림주의 얼굴에 약한 편인가요?
이카본이야 말할 것도 없이 모르간의 얼굴에 약했고 약하고 약할 것이지만 모르간…은?
글쎄… 이카본의 용모가 얼마나 빼어난지 같은 건 관계없이 정확히 말하면 이카본의 웃음에 약하지 않을까. 그렇게 웃는 얼굴로 당신이 어떤 말을 내게 하든 충분히 좋았고, 좋을 테니까. 라고 속삭이는 어린 애인으로 인하여 안도하기를 바라는 작은 소망

@드림주의 잠버릇을 본 드림캐의 반응
보통 혼자 자는 스타일이라 다행이다. ……라고 제일 처음 생각하지 않았을까. 보다는 처음 이카본과 같이 잠들 때 누워 있는 이카본 팔짱 낀 채 시큰둥하게 내려다보던 모르간이 무심코… 범몰간 기억대로 말하는 거나 보고 싶다.
자다가, 옆 사람 머리 만지작거리고 끌어안는 버릇은 고쳤나?

@: 100억 받고 세상에서 제일 예쁜여자랑 살기 vs 100만원 받고 지금 나랑 살기 드림캐한테 물어보세요
모르간 곤혹스럽게 고개 기울이다가 바반시 흘긋 쳐다보면서 세상에서 제일 예쁜 여자랑은 이미 살고 있다고 해줘
이카본 왐마야~~ 함
 
@드림주/드림캐는 평소 잠을 자기 전에 드림캐/드림주에게 무엇을 하나요?
이카본은 잠들기 전에 모르간의 이마에 키스하는 게 익숙해졌다. 모르간은 꼭 아이를 대하는 것처럼 이마에 키스하는 게 퍽이나 어색하지만, 이럴 때면 항상 뿌듯해하는 얼굴을 보는 게 싫지 않아서 매일 받아주는 데에도 익숙해졌고.
다만 보통은 이카본이 먼저 자니까, 모르간이 잠든 이카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가 머리칼을 만지작거리곤 하는 버릇은 이카본이 모르겠지.

@드림주/드림캐 중 싸우다 먼저 우는 쪽은 누군가요?
모르간이 잘못해놓고 이카본이 조목조목 따지다가 사실만 나열했는데 눈물 퐁퐁 솟아서 이카본이 내가 미안해…… 하는 걸로 끝남
잘못: 모르간이 함
사과: 이카본이 함

@: 얘들아 너네드림은 허그랑 백허그중에뭐가좋은지 각각 어떤느낌인지 얘기해줘 (※단, 허그를 해도 죽지 않는 경우에 한함)
이카본이 안을 때엔 백허그든 허그든 다 좋고 모르간이 안을 때엔 이카본이 알아서 구겨져서 품에 파고들어야 하니까 허그가 좋아
모르간 품에 얼굴 묻고 비비적거리다가 고개 들면 머리 쓸어주면서 이마에 키스해주면 좋겠어

 

적폐 상아사과

 
1.
이카본 잠버릇 당연히 죽어도 못 고쳐서 맨날 모르간이랑 자면 그냥 잠들기 전부터 꼮끄랑하고 잠드는 게 일상일 듯…
그야 생전에도 어렸을 때부터 유모 머리도 만지고 멀린 머리도 만지고 했을 건데… 요정국 돌입 전까지 칼데아에선 방 혼자 쓰거나 침낭에 푹 묻혀 자서 티 안 났을 듯

2.
모르간 무릎에나 올 법한 어린 이카본… 모르간 치맛자락 붙들고 나란히 걸으면서 아가씨라고 부르고 싶다
아가씨께서는 언제쯤 저와 혼인해주실 건가요?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가만히 웃는 모르간을 떠올리고 지금 좀 인생은 멋진 거야 됨
2-1.
아니 근데 무릎에나 오는 작달막한 이카본 매달고서 자기랑 결혼해달라는 말 5분마다 한 번씩 듣는 모르간 좀 생각하니까 너무 좋음…
치맛자락에 꼭 붙어다녀야지

3.
이카본이랑 모르간 요정국에서 통화랄지 염화로 대화하는 거나 보고 싶다.
모르간 침실에 모르간만 없어. 나도 있는데. 하고 이카본이 투정 부리거든 모르간이 픽 웃었다가 자거라. 피곤치도 않으냐. 하고 잘라 말하거든 분명 이카본이 보는 눈도 없는데 손 꼬물거리다가 ……오늘따라 잠 안 와. 당신 없어서. 해도 잘 자라. 하고 염화 끊기겠지🤔
그리고 나선 십여 분도 안 지나 침실에 모르간 들어오면 좋겠다. 이카본 폭 눕혀주고는 적잖이 손 많이 가는 아이를 대한다는 듯 내려다보다가 말하기를,
잠은 왜 안 왔던 거냐?

요정기사들이랑 상아탑의 남자랑

1.
🕰️ - 옥스퍼드공, 나 힘들어……. 나 오늘 휴가 낸 거 잊었나? 워라밸 몰라……?
🐺 - 가당찮은 소리. 5세기 인간이 워라밸이 왜 필요하지?
🕰️ - 너…… 너무해…….
이카본 휴가 냈는데 끌고 다니는 우드워스가 보고 싶다네
1-1.
‪그런데 이 얘기 모르간한테 해봐야 모르간이 말이 없다가 우드워스가 뭔가 이유가 있어서 그랬겠지. 할 것 같음…‬
‪이카본도 맞아 버밍엄 데려간 거 자체가 나 필요한 일이긴 했어…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