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대 (OCT~NOV, 2024)

두 사람의 성질

 
1.
모르간은 그 세계에서, 그녀가 이룬 세계에서 영원한 오늘을 계속할 수 있었다. 그녀의 몽상, 그녀가 쓴 동화, 그녀를 위한 이문의 세계에서.
모르간이 한 세계를 넘어, 세계의 죽음과 탄생을 이끈 것은 그것을 결코 현실이 아니라 말하면서도 그녀를 정죄하지 않은 어린 애인 때문이 아니다.
그래도 나는 내일을 원해.
어린 애인을 만나고, 그녀를 만나고, 처음으로 그녀가 목숨보다도 소중하게 여겼던 딸이 저 먼 세상과 장벽 너머의 ‘진짜’를 원한 순간 모르간은 발을 내디뎠다.
내일은 어떤 오늘이나 어떤 어제보다 나쁠 수도 있다. 그녀는 내일보다 더 근사한 오늘을 바반 시에게 줄 수도 있었다.
그러나 아무려면 어떤가. 어떤 내일은, 그 모든 오늘과 어제를 합한 것보다 소중할지도 모른다. 이카본 키르히아이젠과 바반 시와 함께라면.

2.
모르간은 이카본 품에 얼굴 묻는 거 ‘다만 싫지 않을 뿐’ 정도의 감정으로 코멘트되지만 어느 쪽이냐고 구태여 캐묻는다면 좋아한다……고 대답하면 좋겠다.
그의 품에서 나는 후각적인 자극은 모두 향기로운 것뿐이다. 향기로운 것과 단 것을 모으는 취미가 있는 사람답게도 플로럴 계통의 향수, 조금 더 이른 아침에 파고들었을 적에는 샤워코롱의 과일향, 더 추상적으로는 뭉근하게 끓인 물에 우린 찻잎 향이 그새 희미하게 배고 만 느긋함, ……따위가 적잖이 기분 좋아서.
이카본이 그녀를 꼭 끌어안고 도란도란 사랑한다는 말을 속삭일 적마다 모르간은 편안하게도 눈을 감고 아주 느짓한 태도로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다.

3.
그 여자의 얼굴은 익숙하다. 위태로운 잿빛과 현기가 도는 창해 같은 푸름이 한곳에 깃든 얼굴. 마블처럼 섞이지 않고 외따로 떨어져 존재감을 피력하는 얼굴. 그 얼굴은 고요한 수면 같아서, 이카본은 저도 모르게 모르간의 뺨에 손끝을 댄다.
익숙한 얼굴 위로 익숙하지 못한 표정이 일어난다. 불에 덴 것처럼 놀라고, 이내,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고적함이 깃든다. 그것의 색을 무엇으로 말하면 좋겠는가.
 
4.
범인류사 모르간이든, 이문대의 모르간이든 모르간에게 있어 최악인 것은 사전적 정의 속에서 이카본이 진짜 문자 그대로 ‘고명대신’과 같은 역할을 수행한 것은 아서 왕에게가 아니라 우서 왕에게였다는 점일지도 모른다. 아서 왕의 사전적 고명대신은 엄밀히 말하면 베디비어였고, 이카본은, 그의 아비 곁에서 음독한 우서 왕의 유언을 들었다는 점이, …….
 
5.
모르간이 떠올리는 이카본의 모습은 언제나 나른한 표정으로 서가에 선 모습이다. 내리깔린 눈길, 그늘을 드리우는 풍성한 속눈썹, 이내 이어지는 그의 말들. 그 곁에서는 시간이 흐르는 소리조차 들릴 만큼 고요하다.
그는 입을 연다. 풍부한 교양과, 가르치는 듯 조곤조곤한 어조와, 잘 다듬은 말씨들. 그의 말. 그의 사상. 그의 가르침. 모두 말들이다.
모르간에게 이카본은 언제나 그의 말과 언어로 기억된다. 그녀 또한 그에게 그렇게 기억되기를 바란다. 그것이 어떤 말이라 해도.

6.
모든 모략과 권력의 한가운데에 있는 사람은 수면마저 독초처럼 달콤하고 쓰고 위태롭기 때문에…… 요정국에 있던 시절 모르간의 수면 또한 꼭 그러지 않을까. 어떤 꿈도 꾸지 않고—기억나지 않는 것이겠지만—선 불현듯 일어나서 곁에 잠든 이카본의 손을 잡고 독백하는 그녀가 보고 싶다.
내 말 좀 들어 보거라. 내 말이 얼마나 한심한가. 네가 깨어 있었다면 무엇도 묻지 않고 지금 당장 나를 끌어안고 달랬겠지. 다 괜찮다고 말해다오. ……다…… 괜찮다고.
오랫동안 중얼대던 모르간이 한숨을 내쉰다. 그리곤, 고개를 수그리며 이카본의 어깨에 이마를 대고선 말을 잇는다.
사랑한다. 네가 기적이라면 너는 최악의 기적일 것이고 네가 운명이라면 너는 최선의 운명일 것이다. ……깨어서는 말할 수 없겠지만…….
6-1.
이카본의 악몽은 모르간의 악몽과 명확하게 궤가 다르리라고 생각한다. 그의 악몽은 깨어서 기억나지 않는 종류가 아니다. 정확하게 죄책감에 기인해 있다. 모략이 아니라.
그에게 소중한 사람들을 구하려고, 중요치 않은 것을 잘라내려고 한 순간 어느 광대가 말하기를—
의사는 무얼 하고 있었느냐고요? 의사가 어디 있었는지 말씀드리지요. 어젯밤 영주님께서 죽으라 보낸 부대를 따르다 죽었습죠!
—그런 말을 들으면, 버밀리온공 이카본은 몸서리치며 깨어나 다시 생각하고 마는 것이다. 내가 잘라낸 자들은 내가 죽으라 내몬 자들은 숫자가 아니라고.

HAPPY END?

 
1.
온 요정국에서 임금을 오라 가라 하는 자는 너뿐일 게다.
여왕 모르간이 밤 깊은 때에 씨족장들을 소집했던 날, 그녀는 추밀원 의장 이카본에게서 전갈을 받는다. 대체로 이 시간이면 그는 잠들 시간이니 부르지 않았건만. 그의 서재로 들어서거든 커피잔이며 활자가 작은 책을 읽을 때만 쓰는 안경 유리알 너머로 개개 풀리는 눈 따위를 보자 모르간은 그만 실소를 금치 못한다.
그러니 내뱉은 말에도 이카본은 토라지는 대신 자그맣게 웃기만 하고선, 모르간을 끌어안아 제 무릎에 앉히며 소근인다.
🕰️ - 이런 야심한 시각까지 추밀원장도 없이 임금을 묶어두려는 씨족장들의 노고는 대단히 존경스럽거나 약간 미쳤다고 봐야겠지.
🍎 - 아마도 둘 다거나.
이카본은 가만히 모르간의 뺨을 손끝으로 누른다. 오직 그에게만 믿지 못할 만큼 앳된 것 같은 살갗이다.
🕰️ - 그래서 그 접견에서 불쾌한 말을 몇 번이나 들었니?
🍎 - 불쾌한 말? 그건 그들이 내게 소상히 고할 용기가 있다는 뜻이다. 너도 알고 있을 텐데. 그들은 대체로 가려진 암시와, 숨기지 못한 욕망으로 질문을 던지지 않느냐.
이카본은 검지 끝으로 모르간의 뺨을 간지럽힌다. 그는 그녀의 사르카즘을 좋아했지만, 오늘만은 아주 조금 아쉽다는 투로.
🕰️ - 그건 애석한 일이군. 당신이 기분 나쁜 말을 들은 횟수만큼 키스하고 싶었거든.
대수롭지 않다는 투로 씨족장들의 요청과 재청을 축약해 입 위에서 희롱하던 모르간의 입이 멎는다. 하, 한숨인지 웃음인지…… 칼로 치듯 구분하지 못할 것이 새어 나오며 그녀는 장갑을 벗어 맨손으로 이카본의 턱을 들어 올렸다. 그러하냐, 나지막한 서두와 함께.
나는 오늘밤 은밀한 모욕과 질시를 적어도 열두 번은 참아낸 것 같은데. 그래도 네 마음이 변하지 않을까?
 
 

해시태그

 
@저 그거 궁금해요 드림주들은 드림캐에게 자신의 과거에 대해 말해준 적이 있나요? 본인이 먼저 말해주는 것도 좋고, 아님 드림캐가 먼저 물어보는 것도 좋고요.
이카본은 본인 시점의 생전과 타인이 들여다본 생전을 별개로 생각해서 가끔 생전의 이야기에서 무표정으로 본인 시점을 다룬 부분을 전부 매직으로 지우면서 이미 알고 있잖아. 라고 하는 걸 때때로 생각하는데 유사하게 그의 그 사적인 상념들은 모르간과 아르토리아와 멀린만이 공유해야 할 것으로 규정할 느낌
그러므로 모르간은 이카본의 전부를 알고, 이카본과 모르간의 세계에서는… 마찬가지로 모르간도 토네리코 시절의 과거를 똑같이 무표정으로 매직으로 전부 먹칠하면서 이미 알고 있잖아. 라고 하는 걸 상상함… 그녀의 그 내밀한 과거들은 모르간과 이카본과 바반 시만이 공유해야 할 것이고 이카본은 그녀를 자기 자신과도 나누려 들지 않는 남자이기 때문에

적폐 상아사과

 

토네리코

 

요정기사들이랑 상아탑의 남자랑

1.
극초기에 바반시가 사적으로 가진 긍정적인 첫 관계가 부모자식의 관계라서
엄마가 이카본을 절케 숨기는 이유가 뭘까
범인류사 인간한테 왜 저렇게 쩔쩔매는 걸까
이유가 있지 않을까?
이카본은 모드레드라는 게 있다고 했어 범인류사의 어머님 자식이래
근데 그걸 우리 어머님은 몰랐는데… 어!
그럼 이카본은 혹시 범인류사 어머님의 아들이었던 게 아닐까??? 그런 주제에 어머님 이름을 막 부르다니 이런 후레자식이 다 있나!!!!로 드리프트 꺾은 게 좋으면서도 그냥 웃김
👠 - 이카본은 어머님 아들이에요??
🍎 - 뭐라고 (쨍그랑)
근데 이게 바반시 입장에서는 나름대로 합당한 추론이었잖냐…
이몰간은 모르는 범몰간 자식에 관해서도 소상히 알고 있음
이몰간이 이카본에게 쩔쩔매는데 그게 싫어서 쩔쩔매는 게 아님
자꾸 옛날 브리튼 이야기를 둘이 나눔
그렇다면…¿?
나름 머리 굴린 결과인 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