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대 (DEC, 2024)

두 사람의 성질

 
1.
이카본의 시선이 머무는 곳은 언제나 모르간의 얼굴. 또는 장갑으로 덮인 손이다. 드리운 베일 너머의 얼굴을 꿰뚫는 그의 시선은, 늘 같은 것을 바라본다.
짙은 화장으로 그린 서늘한 눈매와 언제나 감쳐 물듯 다문 핏기 없는 입술. 이카본은 그럴 적이면 턱을 괴며 슬그머니 자세를 고쳐 앉는다.
그녀는 무슨 마음으로 화장을 했을까. 왜 그래야만 했을까.
생각할 적이면 언제나, 이카본은 마음 한 구석이 쿡 찔리는 것만 같은 기분이다. 오로지 이문대의 모르간과 범인류사의 모르간이 화장으로 연출하는 얼굴의 방향이 다르다는 사유만으로.

 

2.

이문대 모르간이 어느 날엔가 범인류사 모르간의 수많은 남자 가운데 부러워하거나 질투했던 남자가 있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을까. 있었다면, 이카본은 일말의 고민도 없이 즉각 이렇게 대답하지 않았을까.
🕰️ - 아콜론.
🍎 - ……의외로군. 로트가 아니라.
🕰️ - 아콜론이야. 몇 번을 생각해도, 몇 년이나 예전으로 생각해도.
이카본은 턱을 괴고 큰 감흥이 없는 얼굴로 먼 곳을 보듯 시선을 피한다. 그리고는 말하기를,
🕰️ - 그렇게 맹목적으로, 마음 편히, 아무 생각도 없이 한 사람에게 홀려서 책임을 송두리째 내버릴 수 있을 만큼 생각이 없었다면 나도 좋았을 것을. 어깨에 진 짐이 무겁다고 벗어던져 개인의 갈등이 해결되는 인생이라면 나도 좋았을 것을. ……등이 휘어져도 나는…….
긴 적막. 모르간은 입을 달싹이다가, 겨우 꾸며낸 농담조로 대답한다. 과연 사람 불편하게 말하는 데에 탁월한 재능이 있다고.
그리고 인정한다. 범인류사의 모르간이 어째서 그를 그리도 싫어했는가를, 그는 어째서 아르토리아의 친구였는가를.

2-1.

어깨에 진 것이 무거워 등이 휘어진대도 사랑하는 상대에게 그럴 수 없다……라고 말하는 이카본은, 사실, 그로 인하여 이문대의 모르간에게 ‘그렇기 때문에 오직 모르간만의, 이문대의 모르간만의 남자인가’라는 생각을 안기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