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종성배전쟁 AU

“나를 잊지 말아요”

 
1.
좀 복잡하게 꼬인 현대AU 보고 싶다
모르간이 물거울로 요정력 시기로 보내버리려고 했는데 스노우필드 같은 아종성배전쟁 터진 평행세계 범인류사로 날아간 이카본 같은 거
그런데 세계선에 문제 있어서 이카본 기억 다 날아가고 난누구여긴어디 하다가 시계탑에서 집행자 노릇하게 되고 아종성배전쟁 파견되었다가 소환한 게 범인류사 룰러 모르간(아포 사양 말고 베릴 거트 사양)이었으면. ……이라고 이카본은 생각했으나 소환할 때 아주 잠깐 망설이다가 룰러 모르간이라고 해서 기본적으로 7할 정도는 이문대 모르간인…… 어떤 무엇

2.
‘저거’를 본 순간 이카본이 증발함으로써 2부 6장이 본래 FGO 스토리대로 끝나고 본인도 죽을 거란 걸 직감했는데 그래서 이문대 모르간이 아니라 범인류사 모르간으로 행동하게 되는 본능적인 거부반응… 신명재결 진명간파 못해서 들키지 않… 나? 싶었는데 FGO 들어서는 안 들고 나오는 룰러 많잖아

3.
약간… 자기 이름이나 겨우 기억하는 이카본이 불쌍한 연하의 무엇으로 비쳤으면 싶어지기도 하고 모르간이 보호자처럼 나서는데 결국은 이카본이 모르간을 보호했으면 하기도 하고……

4.
집행자라고 해봐야 진짜 바제트처럼 날이면 날마다 싸움박질하진 않았을 거고 주로 관리직이거나 대행자들이랑 덜 싸우게 하는 조정자 역할이었을 건데 모르간이 브리튼 망하고 상아탑에 데려가서 책임지고 나서야 죽을 수 있었던 거 떠올리면서 너는 천생 남 뒤치다꺼리나 하는 인생이군…… 하고 독백했으면 좋겠다
본래의 이카본이라면 생긋 웃으면서 그 말은 조금 무례하네. 그걸 뒤치다꺼리라고 말하는 건 당시 브리튼 백성들에게 모욕이야. 설명하진 않을게. 설명해 봐야 당신이 이해라도 하겠어? 그래도 사과하지 않겠니? 했을 건데(범인류사 모르간이라고 생각했을 때 가능한 말이겠지만) 지금은 영문도 모를 테니 당신은 나에 대해 정말 많이 아는 것처럼 말하는구나…… 재정자에겐 그것도 보이는 모양이지? 해서 기분 복잡해지겠지.

5.
아무튼 그래서 보고 싶은 건 3재림 모습이던 모르간이 어느 순간 이문대 모르간 옷으로 바뀌면서 이거저거 위장한 것들 진명개방처럼 다 풀리더니 그때 단 한 순간만 이카본을 ‘소나타’라고 부르는 게 보고 싶다임
그대를 데리러 왔노라고…………………
나중에 소나타라고 부르는 거 듣고 싶다고 졸라도 두 번 다시 소나타라고 얘기 안 해줄 듯
그거 본인 입장에선 거의 청혼이었을 건데…
5-1.
그 전투 끝나고 나서 헝클어진 이카본 머리 넘겨주면서 웃기지도 않은 책임의식 때문에…… 라고 말은 하지만…… 좀 복잡한, 모르간의 보신도 보함된 무언가 같은 감정들이 다같이 섞여 있었으면……

6.
항상 모든 마스터들이, 그 자신에게 낯선 서번트를 만났을 때 하는 일. 서번트의 원전을 찾는 일. 이카본은 기억이 없으므로 분명 모르간의 이야기를 찾을 것이다. 성배전쟁이 그만치 오래 갈 일은 없을 테고, 아마 말로리의 <아서 왕의 죽음> 정도로 조사를 끝내지 않으려나.
책을 읽는 이카본 옆에서 모르간은 불안감보다는 가슴이 죄어드는 듯한 미묘한 압박감 내지는 조바심만을 느끼며 그를 살핀다. 사유는 그녀 자신도 가늠할 수 없으며, 온전히 파악할 수 없는 종류의 조바심이다. 아니 감정보다는 육체적인 반응에 가까운지도 모른다. 말로리가 쓴 책은 여간 두꺼운 게 아니라 하룻밤에 모두 읽을 수는 없고, 모르간 르 페이의 분량은 그 긴 책 가운데 그리 길지 않다. 그녀를 위해 작성된 글이 아니니까. 이카본은 다만 성실하고 꾸준하게, 일주일 남짓 페이지를 넘겨가며 읽을 뿐이다. 마침내 그가 모조리 그녀를 위한 것 아닌 책을 모두 읽었을 때 모르간은 손끝이 저릿한 기분을 느낀다. 이카본은 예의 나긋나긋한 음성으로 감상을 말한다. 당연하게도, 그녀가 기억하던, 또는 알고 있던 버밀리온의 이카본이 가졌던 명징한 통찰력은 찾아볼 수 없다. 항상 가슴 한쪽을 찌르는 듯하던 애틋함 또한.
제 이야기나 다름없으니, 설령 제 이름 한 자 써 있지 않더라도 입에 올릴 것은 있겠지, 아무려면, 그 여자가 어떤 여자래도 사랑했던 사람인데…… 하는, 결코 하지 않으리라 다짐했던 생각을 모르간은 무심코 하고 만다. 아릿한 속내가 아니었음에도.
🍎 - ……그것 말고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느냐?
🕰️ - 글쎄. 난 본래 기사도문학에 관심 있는 사람이 아닌 것 같아. 그게 ‘로망’ 계통이라면 더더욱. 서번트와 마스터 간의 공명은 텍스트로 이뤄지는 게 아니라고들 하던데. 느끼길 바란 것이라도 있니?
🍎 - 익숙함, 이라거나.
🕰️ -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모르겠군.
그것으로 끝이었다. 범인류사의 모르간과 이문대의 모르간의 차이 따위는 이미 논외였으며, 그녀가 범인류사의 모르간을 흉내 내는 문제는 처음부터 이카본에게 인식되지 않는 계제였다.
그녀의 마술은 완벽하다. 사고로 날려보낸 것의 존재가치 따위 소실시켜버리고도 남을 만큼. 그녀 아닌 다른 자의 손으로 일깨워지는 날은 존재치 않으리. 정말로, 그녀의 마술은 완벽했다.

7.
셔츠 다리면서 이야기하는 이카본이랑 모르간의 주말 아침 보고 싶다. 사실상 점심이겠지만. 손 하나 까딱 않는 게 천성 같던 도련님은 그새 제대로 줄을 잡고 빳빳하게 셔츠를 다리는 데 익숙해졌고, 말씨에서는 현자임을 증거하듯 어느 한 곳을 푹 찔러들어가는 데 망설임 없는 첨예한 구석이 사그라들어 마냥 상냥하기만 했다.
다림질하던 이카본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다 말고 다가온 모르간을 보고서 룰러, 오늘은 바깥을 둘러보는 건 어떻니? 라이더라면 낮에도 많이 돌아다닐 법한데. 요격할 생각이야. 라고 태연스레 말할 적이면 모르간은 이견 없다는 말만 남기곤 맞은편에 기대 앉아 그를 구경했다.
그녀가 처음 본, 범인류사의 ‘모르간’이 인계했던 기억 속의 모습과는 정말로 달라진 모습이다. 그러나 여전히 사랑스러움을 부정할 수 없어 그녀는 조금, 유감스러웠다.

8.
모르간이 룰러라고 자칭했으니까 개괄적으로 서번트들 훑어보고선 이카본이 손가락 꼽아가면서 클래스 갈음한 적 있었겠지. 클래스 관련한 화제 나올 때마다 불편한 모르간…
🕰️ - 보자, 그러면…… 엑스트라 클래스에 코스트로 지불한 서번트는 버서커겠구나.
🍎 - 코스트, 라기보단 대체겠다만. 그런 셈이지.
🕰️ - 후후. 당신이 아니면 내가 버서커를 소환했을 거란 이야기도 돼. 응, 역시 고마운걸. 버서커는 의사소통이 안 된다고 하잖니? 난 그런 건 감당하기 힘들 것 같아서.
🍎 - ……………그러하냐……. (사실 버서커 맞다고 말 못함)
 
 

꽁냥꽁냥 적폐 상아사과

 
1.
모르간이 기억하던 이카본은 요리고 빨래고 해본 적 없는 티가 날 만치 서툴렀다. 남 뒤치다꺼리만 하는 인생인 주제에 그런 곳에선 누군가가 수발을 들어주는 게 익숙한 사람이었고, 그녀가 요정국으로 데려왔을 때도 시종들을 붙여줬다.
그런데 이 이카본은 혼자 해결하고, 혼자 산 시간이 길기라도 한 듯 이럭저럭 자연스럽게 집안일을 한다는 게 모르간에게는 익숙하지 않다. 성배전쟁 동안 지낼 공방 겸 숙소를 얻고 스튜를 끓이며 세 끼를 걱정한다는 게…… 뭐랄까, 이카본답지 않달까. 왜일까, 왜 그리도 마음에 차지 않을까.
🍎 - 간도 안 보고 잘도 만드는군.
🕰️ - 응, 익숙해졌으니까. 처음엔 많이 다쳤어. 채소만 다듬어도 손을 자주 베곤 했으니까.
🍎 - ……다 큰 성인이 식칼을 제대로 썼다는 걸 뿌듯해한다라…….

2.
사소하게 다퉈서 이카본은 질질 짜고 모르간은 하… 얼굴도 보기 싫으니 바람 좀 쐬고 오겠다며 나가버리는데 오는 길에 이카본 집앞 건물에서 배달원 세네 명 우르르 나가는 거 보고 싶다.
이게 웬걸 현관문 앞에 죄다 쌓여 있는 거야. 기가 차서 진짜…… 하면서 모르간이 문부터 여는데 이카본은 나 아직 상처 받았으니까 들어오지 말라고 쨍알거리는 바람에 음식 쌓인 거 들어올리면서
🍎 - 상처받은 사람이 버거킹 쉬림프와퍼 세트 두 개를 주문하나. ……파파존스 아이리쉬 포테이토 라지사이즈에 핫윙에다가 애플타르트…… 하아……. ……뭘 이렇게 많이 시킨 거지?
🕰️ - 😭 됐어. 내일까지 먹을 거야…….
🍎 - 방에서 나오기나 해라. 그래서 먹을 거냐, 말 거냐.
🕰️ - 😢…………………
결국 방에서 나와서 훌쩍거리면서 포장 뜯는데 쉬림프와퍼 까서 모르간 입에 대뜸 물려줘서 어이가 없어지는 모르간
대충 화해했다고 함

3.
이카본 입맛은 좀…… 패스트푸드를 좋아하는 식이 되었을 것 같은데 모르간 못마땅할 것 같지
그래도 아이리쉬포테이토피자 한 조각 떼서 손에 들려주면 마지못해 한두 입은 먹는데 너무 기름져서 속이 거북하다고 할 듯……
모르간 근데 소식하면서도 본인 식성은 진짜 고기도 무슨 대퇴골 골수나 혀 또는 참치볼살 이런 엄청 드물고 몇 입 나오지도 않는 부위 좋아할 것 같음…
3-1.
솔직히 도긴개긴 그놈그놈일 것 같긴 한데 기억 날아가고 마술협회 뒤치다꺼리하는 이카본은 아침에나 겨우 프렌치토스트 만들어 먹고 베이컨 굽는 정도로 때우지 주로 패스트푸드로 식사를 해결해서…… 모르간이 보다못해 저리 가보라고 밀어내면서 스튜 끓여주는 거 보고 싶다.
모르간의 기억 속에서 이카본은 그런 음식 입에도 안 대는 도련님이기도 했고 실제로도 얼마간은 모르간의 접객을 받으면서 신선한 과일 아니면 손 많이 가는 디저트 따위나 먹었으니까. 저리 비켜 보라면서 인덕션 앞에 서서 시약 끓이듯 스튜 끓이는데 사실……? 본인이 카멜롯 궁정에서 먹었던 거나 범인류사의 모르간이 입에 댔던 거나 비교하자면 형편없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당연함 특히 범몰간은 생전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혔을 듯) 일단 식탁에 놓기는 놓을 느낌……
머뭇거리면서 스푼 들어서 깨작거리다가 이카본이 당신은 정말 나한테 잘해주는구나. 할 때마다 그러잖아도 아방맬렁하다곤 생각했지만 그 이상으로 지성이란 게 쏵빠진 인상을 받아버리는 모르간

4.
이카본이 요정국에서는 늘 정찬만 먹고 시종들이 ‘그의 입맛은 퍽 까탈스럽다’고까지 보고 올리던 게 생각나서 기억 날아간 지금도 그럴까 싶어 침대에서 뒹굴거리던 이카본한테 오늘은 뭐 챙겨먹었냐고 묻는 모르간
🕰️ - 😕 (물끄럼…) 샐러드 먹었어.
🍎 - 네가? 의외구나. 무슨 샐러드?
🕰️ - 감자튀김에 케첩.
🍎 - ……하?
🕰️ - 감자는 채소고 케첩도 채소로 만든 소스야.
🍎 - …….
이쯤 되면 정말로 이카본이 이카본 맞는가 싶어지는 모르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