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 타로 ─ 일상 스프레드

@kasaS2gaon님 타로

 

 

두 사람의 있을지도 모르는 일상

 

1. 표면의 이야기
모르간은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솔직하게 말합시다, 그는 불쾌해하고 있었습니다. 이 세상 안 좋은 것들이 전부 제 일인양 미간을 찌푸리고 입을 꾹 다물며 짜증을 내고 있었어요. 모두가 모르간의 기분이 안 좋은 걸 알고 있습니다. 모두가 모르간을 살살 피할 거 같아요. 모르간 자신조차도, 이런 자신과는 별로 엮이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그는 기분이 몹시 나쁩니다. 본인조차 왜 이렇게 불쾌한 기분이 드는지 정확히 알 수가 없어서 더 겉잡을 수 없다고 해요. 이성적으로 굴어야 한다는 걸 알지만, 이렇게 끔찍한 기분을 안고 멀쩡하게 지내라니!, 그런 생각을 하면서 모르간은 자신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몰라 내버려두고 있었습니다.
그럴 때 누가 슥 나타나서 말을 걸 것 같아요. 당연히 이카본입니다. 모두가 모르간의 눈치를 보며 피했지만, 이카본은 당당하게 나타나 거침없이 걸어가서 모르간에게 말을 붙일 것 같아요. 이런 모습은 또 처음 보네, 라든지, 무슨 일로 그렇게 기분이 나빠졌어? 라든지, 정말 온갖 쓸데 없는 말을 하면서 모르간을 혼란스럽게 할 거 같습니다. 모르간은 이카본의 다정함이 오늘만큼 불쾌한 적은 없다고 해요. 모르간은 짜증을 내고 있었지만 누군가가 자신을 배려해주길 바라는 건 아니었습니다. 자신을 배려하고, 제 기분을 좋게 만드는 것 또한 모르간 자신의 일이니까요. 하지만 이카본은 불쑥 나타나서 모르간의 일을 빼앗으려고 하는 거예요. 다정하고 상냥한 그답습니다만, 지금의 모르간에게는 불쾌한 일입니다. 감히 당신이 나의 뭘 이해한다고 날 달래려고 들어.
하지만 이카본은 매섭게 자신을 노려보는 모르간을 보면서도 어째 피하지도 않고 무서워하지도 않네요. 이카본은 오히려 자신에게 덤벼드는 모르간에게 다가가서, 뺨을 조심스럽게 쓰다듬으며, 그렇게 울면 눈가가 짓물러서 아플거야, 다정한 말을 합니다. 울고 있다뇨? 모르간은 화를 내면서 쫓아냅니다. 보란 듯이 눈가를 문질러서, 아무것도 묻어나오지 않는 손가락을 보여줄 셈이었어요. 하지만 모르간은 당황하고 맙니다. 과연 이카본의 말대로 모르간의 눈가가 울어서 축축했어요. 모르간은 제 손에 묻어나오는 눈물을 보며 당황스러워 어쩔 줄 몰라합니다. 이카본은 그런 모르간을 놀리지 않고, 가만히 보다가, 부드러운 손수건으로 눈가를 닦아줍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잠깐 쉬어도 될 것 같네. 그런 말을 하며 모르간을 데려갑니다.

2. 모르간의 시점
모르간은 왜 불쾌해하고 있었을까요. 모르간은 자신과 싸우고 있었습니다. 그러니까, 스스로 이해할 수 없는 자신을 책망하고 비난하고 증오하고 있었어요. 모르간은 이카본의 다정함을 이해할 수 없었으나 그의 다정함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네요. ‘싫지 않다.’ 와 ‘좋다.’ 사이에서 고르자면 ‘좋다.’ 쪽에 더 가깝습니다. 그러니까 모르간은 이카본의 그 출처도 모르고 이해할 수도 없는 괴물 같은 감정인 다정함을 감히 ‘좋아하고’ 있는 거예요. 모르간은 그딴 생각을 하는 자신을 이해할 수가 없어 자신을 비난하고 경멸하고 있었습니다. 흠 없는 자로 존재해야 하는 자가 고작 그딴 사사로운 감정을 사사롭게 여기다니요. 자신이 너무 한심해서 모르간은 화가 났습니다. 그래서 모르간은 불쾌했던 거예요. 이카본을 사랑하니까.
그런 와중에 이카본이 불쑥 나타나네요. 이 말도 안 되게 상냥한 사람은 다른 사람처럼 도망치지도 않고 오히려 다가옵니다. 모르간은 이카본의 그런 점이 싫어요. 불쾌합니다. 이카본이 다정하게, 상냥하게 굴면 굴수록, 모르간은 점점 더 화가 나는데 막상 또 그 얼굴을 보니 풀어지고 있어요. 모르간은 더 격렬하게 화를 냅니다. 모르간을 구성하는 모든 것들이 전부 그의 뜻에 복종하고 따라야 하는데, 이카본은 그 모든 걸 엉망으로 만들어요. 모르간의 감정이 모르간을 위해 움직이지 않게 되고 이카본에게 휘둘려집니다. 모르간은 그 불쾌함을 참을 수가 없어요. 그런 와중에 저 남자는 또 상냥하게 모르간을 달래려 듭니다. 지배자에게 있어서는 안 되는 물러 터진 감정이, 제 안에 있는 사랑하는 소녀의 모습이 그런 이카본을 보며 기뻐하고 있어서 모르간은 참을 수 없었습니다. 이 이상 나를 혼란스럽게 하지 마!
그 와중에, 네? 뭐라고요? 모르간이 운다고요? 하! 모르간은 정말로 어이가 없었습니다. 이번에야말로 이카본에게 그가 틀렸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는 기회가 왔다고 모르간은 생각합니다. 우는 지는 보면 알 수 있을 텐데, 겨우 그 눈에 뻔히 보이는 사실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헛소리를 하다니. 모르간은 자신만만하게 제 눈가를 비볐어요. 그런데, 맙소사, 정말로 그는 울고 있었습니다. 당혹스러워하는 모르간을 보며 이카본은 그럴 줄 알았다고 웃어서 모르간은 진심으로 그 얼굴을 한 대 때리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 상황에서 모르간은 패배자입니다. 자신을 통찰할 줄 모르는 멍청이는 현자를 이길 수가 없죠. 모르간은 패배감을 느끼며 이카본의 손에 끌려 방으로 따라갑니다.

3. 이카본의 시점
이카본은 성 안의 소란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알 바 아니라고 생각해서, 그냥 제 할 일이나 하고 있었다고 해요. 홍차를 마시면서 책을 읽고 그저 여유롭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흠, 성이 소란스럽군요? 어차피 모르간이 금방 해결하겠죠. 그는 절대적인 지배자니까요. 그렇게 생각하며 느긋하게 있던 이카본은 성의 소란이 아무리 지나도 진정되지 않는 걸 의아하게 생각합니다. 오히려 지나다니는 사람들의 얼굴이 점점 더 어두워지고 있네요. 이카본은 아, 모르간에게 무슨 일이 났구나, 바로 깨닫습니다. 이카본은 제가 간다고 모르간의 기분이 나아질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하지만 이대로 가만히 기다린다고 해서 모르간의 기분이 나아질 거라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면 어쩌겠습니까. 가만히 기다릴까 했지만 마침 홍차도 식었네요. 책 내용을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도 싶습니다. 그래요, 이런 이유를 들으면 모르간이 참견을 해도 조금 봐주겠죠? 그런 퍽 다정한 생각을 하며 이카본이 모르간에게로 갑니다. 
온갖 생떼를 부리는 모르간을 이카본은 다정하게 바라봅니다. 그 눈은 일곱 살 아이를 둔 부모처럼 자애로운 눈인 모양입니다. 이카본은 저를 매몰차게 쳐내고, 비난하고, 눈으로 욕하는 모르간을 가만히 바라봅니다. 오늘따라 정말로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네요. 이카본은 모르간이 왜 이럴까 짧게 생각합니다. 아주 짧게요. 지금 별로 쓸모 있는 생각은 아니니까요. 이카본은 모르간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어요. 조잘조잘 말을 걸 때마다, 모르간은 자신이 화를 내고 있다는 사실을 드문드문 잊는 것 같아요. 이카본은 온갖 이야기로 모르간의 혼을 쏙 빼면서 그 얼굴을 바라봅니다. 눈물로 얼룩진 그 얼굴을요. 별로 보고 싶은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세상에, 그 모르간이 울다니. 심지어 본인은 우는 줄도 모르는 것 같네요.
이카본은 모르간에게 그가 울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도록 합니다. 때로 어떤 감정은, 내가 이렇게 괴로워하고 있다는 걸 직면해야만 하는 경우가 있으니까요. 이카본은 모르간이 왜 우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모르간에게 그 직면이 필요하다는 건 알고 있어요. 자신이 지금 어느 정도까지 무너졌는지를 스스로가 알아야 일어날 수 있을 테니까요. 모르는 척해줄 수 있었지만 이카본은 모르간이 금세 괜찮아지기를, 그리고 홀로 일어서기를 바라니까 일부러 말해줄 것 같아요. 모르간은 이 세계의 모든 별이자 지배자니까요. 홀로 빛날 줄 알아야죠. 모르간이 또 오늘도 강하고 찬란하게 빛날 수 있도록, 이카본은 잠시 그를 데리고 방 안으로 숨습니다. 눈물 젖은 별을 잘 닦아서 다시 하늘로 띄워보내기 위해서 말이죠.

 

이카본과 단 둘이 있을 때만 강짜부리는 모르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