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대 (DEC, 2023)

두 사람의 성질

 
1.
어느 날부터인가 이카본이 늦은 오후 무렵이면 나가던 산책도 잘 나가지 않고 틀어박혀 읽던 책이나 계속 읽는다는 이야기 듣고 호. 하는 모르간 보고 싶다. 그날은 괜히 더 일찍 찾아왔더니 보이는 건 침대에서 는적거리면서 책 읽던 이카본.
🍎 - 곧잘 나가더니. 추위는 잘 타지 않던 것 같았는데.
🕰️ - ……으음. 추운 것도 정도가 있지. 이 정도로 겨울이면 나가기 싫어…….
자그마하게 기어들어가는 목소리가 퍽 자신없었다. 모르간은 침대맡에 앉으며 이카본과 눈높이를 맞춘다. 그리곤, 말하기를.
🍎 - 같이 나가는 것도 싫으냐?

2.
이것도 좀 의도하고 짠 건 있는데…(당연함 나는 이런 종류의 대비/데칼을 좋아함)
모르간이 정작 더 활동량이 많은데도 소매가 넓은 편이고 그건 토네리코도 예외가 아님
이카본은 활동량이 극도로 적은데도 소매를 반드시 손목에 달라붙도록 재단하고 단추 자체도 조여 채운다는 점이 좋음……
케이프는 팔랑거리면서 손목은 항상 소맷부리의 단추를 바짝 당겨 채우는 이카본을 보다가 괜히 심술이라도 난 것처럼 다가가 두어 번쯤 접어 팔뚝을 드러내게 하는 모르간이 보고 싶다는 뜻입니다

3.
모르간이 들고 있는 마창 칼로 변환하면서 직접 쥐고 휘두르는 거 볼 때마다 이카본이랑 모르간이 예식용 칼 대하는 자세부터 차이나는 거 생각하곤 함…
이카본은 허리에 차고도 무거워 죽겠다는 것처럼 칼자루에 손 걸친 채 검지 끝으로 폼멜 만지작거리는데 모르간은 빼서 직접 몇 번 휘둘러보고 습관적으로 가늠해볼 것 같지🤔
백면서생 도련님이랑 사천 년 본인이 나섰던 임금님은 항상 늘 좋은 것이다

4.
이문대 모르간은 가끔…… 범인류사 모르간에게 그렇게 시달렸던 이카본을 생각할 적이면 이렇게 말하고 싶어질 때가 있다. 너를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라고. 그가 그리도 범인류사 모르간을 사랑했으므로 자신을 사랑했다는, 당연한 수식에 안도하면서도 그렇게 마음을 앓았던 시기를 생각하면 저도 모르게 그리 말하게 되기에.
그래도, 이카본은 항상 그 말엔 동일하게 답변하는 걸 그녀는 안다. 그렇기 때문에 안도하는 것이다.
당신 아니면 누구도 필요 없고 당신 아니면 아무것도 원하지 않는데…….

5.
푸른 관과 검은 베일을 드리운 모르간. 이라는 명제는 퍽 이카본에게 각별한데, 이문대 모르간 앞에서만은 몹리도 일상적인 것으로 굴었으면 좋겠다.
내려놓은 관을 들고 이리 오라고 할 때, 그것을 머리 위로 올려놓을 때, 차분하게 가다듬을 때 이카본은 단 한 번도 대관이라도 치르듯 유난 떨며 엄숙하게 내려놓지 않는다. 다만 정성스럽게 머리 위로 얹어놓지만, 몹시도 일상적으로 굴며 친숙하게 웃는다.
모르간은 그것이 흡족하다. 어린 애인의 일상성.

6.
캐밥과 오베론이 때때로 영상예술, 특히 시네마에 비견될 때마다 생각하는 것인데 반대로 이카본과 모르간은—사실 전적으로 이카본에게 달린 것이긴 하지만—무대예술에 비견되는 편일 것 같다. 박제되지 않으며, 휘발되며, 지나간 후 사그라드는, 순간의 예술.
영상예술은 무엇을 감추고 무엇을 보여줄지, 어디에 눈을 두어야 할지조차 정확하게 계획되고 감독의 의도에 따라 움직이고 진행된다면 무대예술은 문자 그대로 휘발적이며, 즉흥적으로 변화하기까지 한다. 객석에 앉은 관객이 주연 대신 오케스트라를 봐도 그만, 연출의 의도를 따라가지 않아도 그만이며 보고 싶은 것을 보고 싶은 대로 보면 그만이다.
그래서 모르간은 무대로 오를 때, 등장한 이카본이 환호하는 객석을 향해 손을 들었다가 한껏 허리를 굽혀 고개를 숙이는 것을 조금 좋아한다. 그는 언제나 계획된 대사를 말하기 전 자신을 보아주는 객석을 향해 인사할 때면 이렇게 말하는 것만 같다.
신사, 숙녀, 여러분.
구태여 한 어절씩 끊어 사이를 두면서. 소년처럼 앳되고 조용한 음성으로.

 

HAPPY END?

 
1.
근래 들어 매일 이카본 방에 갔다는 게 기억나서 왠지 오늘도 가면 너무 자주 가는 것처럼 보이나…… 싶어 이카본을 찾는 대신 그냥 침전으로 돌아가는 모르간 보고 싶다. 열었을 때 으레 느껴지는, 지난 이천 년 퍽이나 익숙해진 적막감에 느리게 한숨을 내쉬곤 관을 벗고서 머리를 도리도리 내저으면.
🕰️ - 왔니?
생각지도 않은 목소리에 피가 식는 것처럼 놀라고 마는 것이다. 뒤를 돌아보거든 침대에 앉아 이불을 덮어쓰곤 엎드려 책을 읽고 있던 이카본의 태연한 모습에 또 한번 가슴을 쓸어내린다.
🍎 - 어떻게…….
🕰️ - 음, 당신이라면 오늘쯤은 왠지 따로 자야 할 거라고 생각했을 것 같아서.
톡톡, 이카본은 침대 옆자리를 두드린다. 머뭇거리자 금세 그는 침대에서 빠져나와 슬리퍼에 발을 꿰고, 장갑을 벗겨주고 드레스를 벗겨주는 등 수선을 피우기 시작한다. ……정말이지, 모르간은 그가 그 어떤 인간 아닌 것의 눈이 없다는 사실을 때때로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2.
씨족회의에 씨족장들 버튜버로 참석할 때마다 나카무라 뭐뭐씨 꽁알거리는 거나 보고 싶다… 추밀원 의장 각하 참석하든가 되도않는 사유(잠)로 결석하든가 극단적이라 이카본 자리 째려보는데 그날은 버튜버로 참석해서 좀 오. 하는 것도.
감기에 걸려서요. 미안합니다.
그리곤 음성채널 잠깐 꺼둔 것처럼 아무 말도 안 들리다가 꾸벅 졸고선 황급히 물 찾는 거 보고도 여왕이 뭐라고 않을 때면 진짜 사표 쓰고 싶어지는 스프리건씨
 
3.
이 정도로 추운 날씨면 모르간도 분명 외투 필요하지 않을까…… 씨족회의 뒤에 데이트 잡힌 날 자연스럽게 외투 걸쳐주고 싶다. 회의 파하고 여왕이 옥좌에서 일어날 무렵에 자연스럽게 외투 들고선 옥좌로 가는 추밀원 의장 같은 것 좋지 않은가
모르간이 자기 어깨에 외투 걸쳐주는 이카본 흘긋 올려다보더니 가실까요, 폐하? 하고 능청스럽게 속살거리는 어린 애인 콧잔등 손끝으로 톡 내리쳐주면 좋겠다

4.
추밀원 의장 이카본은 그날의 국정이 끝나거든 첨탑으로 돌아가는 대신 여왕 모르간이 꼭 그를 위해 마련한 것만 같은 정원을 찾는다. 겨울장미가 피고 색색의 수선화며 옥살리스가 길을 따라 난 곳. 걸음을 옮길 때마다 사박사박 눈 밟히는 소리가 들릴 만치 조용한 곳.
의장 각하께서는 눈이 만족스러울 때면 귀를 닫으십니까?
등 뒤로 꽂히는 나른하고 조용한 음성, 그리고 숨기지 못한 드문 장난기.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리면 모르간이 물끄러미 올려다보는 채다. 아주 조금, 입꼬리를 말아올린 것도 같은데. 이렇게 가까이 올 때까지 알아채지도 못한 게 멋쩍어 황급히 손을 맞잡자니, 모르간은 가만히 고개를 돌려 눈길에 난 발자국을 향한다. 꼭 한 사람 분의 발자국만이 따라 나 있는 길.
어쩐다. 놀라게 해주고 싶었던 걸까? 이카본은 그만 웃음을 터뜨리며, 그녀를 와락 끌어안을 수밖에 없다. 애인이 남긴 발자국을 따라 소리없이 걸어온 모르간이라니. 사랑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해시태그

 
@드림주/드림캐는 상대를 사랑하기에 보내주나요, 사랑하기에 상대를 잡나요?
모르간은 철저하게 상대를 원하기 때문에 곁에 두고자 하는 종류의 사람. ……이었으나 그녀에게 있어 이카본은…… 오로지 그가 그녀의 생각은 옳다고 여기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보내주어야 할 상대로 여긴다. 다시 말하자면 이카본이 일정 이상 귀중하지 않거든 도리어 곁에 두고 지나치게 귀중한 것이 되었을 때 보내주려는 사람.
반대로 이카본은 사랑한다면 끝까지 곁에 두고 싶어하는 종류의 사람. 나와 함께 행복해지자고, 언제까지고 말하고 싶어하고 그건 모르간이라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드림러들아 님 드림주는 드림캐가 입을 맞춰 오면 가만히 잇는 편이냐 후닥 떼는 편이냐 고개를 트는 편이냐
되게 자연스럽게 키스하려고 가까워질 때부터 입술 열어주면서 고개 트는 편이라 어느 날엔가는 모르간이 키스하려다 말고 물끄러미 쳐다봐주면 좋겠다. 범인류사의 모르간을 알고 산 날이 이문대의 모르간을 알고 산 날보다 길었을 텐데도 그렇게도 의심없이 키스하는 게 익숙해진 상대가 조금 새삼스럽게, 사랑스러워서.
그러면 이카본 분명 생긋 웃으면서 자기가 먼저 키스하고 떨어질 듯

🐝 찌통대사 이걸로 연성써주세요 2탄
──────────────────
모르간 : 단 한순간도? 정말 단 한순간도 나한테 흔들린적 없어?
https://gaeyou.com/t/?259398
없지 않지 매 순간 흔들리고 매 순간 후회할 결심을 했을 뿐이지
이거 좀 써보고 싶긴 하다

@드림주와 드림캐가 (말로든 물리적으로든) 진심으로 싸운다면 누가 이기나요?
모르간이랑 말로 싸우면 솔직히 이카본이 이기는데 물리로 싸우면 이카본(이었던 것) 됨
🍎 - 뭐라고? 내가 하자는 대로 해라.
🕰️ - 응…….

@드림주/드림캐는 향수를 뿌리나요? 아니라면 체취나 체향은 무슨 향인가요?
이카본은 플로럴 계통 자주 뿌리고… 샤워코롱도 달달한 것 위주로 뿌릴 듯.
모르간은 머스크 베이스로 시프레 느낌 향수 제일 자주 뿌릴 것 같고… 그래서 밤에 침실로 들어올 때면 화이트머스크만 잔향으로 남아 있으면 좋겠다 싶고 반대로 샤워코롱은 좀 청량한 거 뿌릴 것 같음 잠 깰 용도로…

#드림캐는_드림주의_주무기를_사용할_수_있나요
#드림주는_드림캐의_주무기를_사용할_수_있나요
모르간은 이카본의 핀판넬 같은 그 순백 예장이랑 케인 전부 사용 가능한데 늘 쓰는 뇌전! 파지직! 이런 건… 이카본이 하는 방식으론 구현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있다🤔 그 뇌전은 당대 브리튼 인간이 천둥과 번개가 치는 방식을 규명하지 못하는데 번개가 내리쳐서 대지의 영양소를 순환시키는 효과는 사용하는 관념이 합쳐진 거라… 그 점에서 테슬라의 뇌전과는 또 다른 느낌이기도 하고. 그냥 모르간의 재능 문제가 아니라 모르간이 요정인 이상 인간의 스타일대로는 구현 불가능하기로 정해진 느낌이랄까.
이카본은… 못함. 그냥 못해. 모르간 마창 쓰라고 해봐야 어검술처럼 이리저리 날려보다가 초전도체ON 해서 마력증폭기처럼 쓰는 것 말곤 못할 듯……
 
 

적폐 상아사과

 
1.
이카본은 체스를 정말, 정말 궤멸적으로 못 두는데… 이카본이 룰을 가르쳐줬던 아기바반시조차 얼마 안 가 곧잘 이카본을 이기곤 했을 정도로 못 둔다. 그래서 모르간이랑 체스를 둘 때면 으레 모르간이 적당히 밀고당기는 수준에서 놀아주다가 시간이 좀 지났다 싶으면 번번이 이겨버리는데 하루는 이카본이 눈물 글썽거리면서 이렇게 말한 적 있을 것 같다.
🕰️ - 😢 나도 이겨보고 싶어…….
🍎 - 후후. 열 수쯤 물러줄까?
🕰️ - 싫어…….
🍎 - ……그럼 두고 싶은 대로 두거라. 이기게 해주겠다. 그런 말이라도 바라는 것이냐?
🕰️ - 그건 더 싫어……. 그냥, 내가 두면…… 왜 잘못 둔 건지…… 어디를 어떻게 내다보고 당신이 그다음을 두는 건지 말해주면 좋겠어…….
🍎 - 하나씩, 매번.
🕰️ - 응…….
후. 모르간은 한숨을 내쉰다. 개인과외가 따로 없는 주문이다. 차라리 접대 게임을 해주는 게 더 쉬운 요구다. 그래도 번번이, 체스판을 내려다보면서 골몰하고 진땀 빼는 어린 애인을 생각하면. 결국 들어주고 마는 것이다. 하나씩 하나씩, 이카본이 기물을 움직일 때마다 적어도 십 분은 설명하느라 하루에 한 게임도 채 두지 못하고선 체스판을 정리해야 하는 날이 빈번하지만…….
그래도 들어와선 이카본이 며칠 전 멈춰두었던 판세 그대로 체스판을 세팅하는 걸 구경할 적이면, 그도 나쁘지는 않은 기분이다. 언제쯤 이카본이 체스에서 모르간을 이겨볼 수 있을까 기대가 되기도 하고.

2.
🍎 - 항상 웃는구나.
🕰️  - 음. 마음에 안 들어? 가식적이라고 생각하니?
🍎 - ……그리 생각한 적 없다…….
🕰️  - 앗, 그럼?
🍎 - (실없는 인간.)

3.
모르간이 기르는 여우카본
맨날 모르간 무릎에서 몸 말고 비비적거리다가 내려오라고 세 번쯤 말해야 겨우 폴짝 뛰어내려오는데 무릎에 털 잔뜩 있을 듯
근데 이제 모르간은 맨날 까만 옷 입음

4.
이카본 맨날 자기 입으로 나 귀여워 잘생겼지 이래서 모르간한테 얼굴공격해도 안 통할 거라는 거 생각하면 할수록 너무 좋음…
그냥 뺨 토닥거리면서 청하면 들어줄 것을 왜 항상 이상한 말로 하느냐고 말하는 모르간이 보고 싶다

5.
🕰️ -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당신이야. 당신은 누가 좋아?
🍎 - 지금 나한테 말 거는 사람.

6.
당신의 침상에 꽃을 놓아두었어. 오늘은 혼자 잠들겠다고 했다지. 내 생각하면서 잠들어.
그렇게 말한 추밀원 의장 이카본에게 이른 굿나잇 키스를 받고, 여왕 모르간은 침전으로 든다. 때때로 혼자 있고 싶을 때가 그라고 없겠느냐만, 그는 어째서인지 그녀가 주는 자유시간을 그렇게 달가워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언제까지고 그녀와 있고 싶다는 것일까.
침전에 들면 화병에 정갈하게 담아둔 백합과 꼼꼼하게 쳐두어 빛 한 줄기 들지 않는 커튼이 눈에 띈다. 하필, 어느 불순물도 끼지 않은 흰 백합과 청남색 커튼이다. 죽어야 할 때를 놓쳤다는 말과 함께 풍문처럼 입에 올린, 백합은 산소를 많이 먹는 꽃이라 온 방 안에 백합을 채우고 잠들면 산소부족으로 사망한다는 속설이 떠오른다. 그녀가 그렇게 말한 지 이틀도 지나지 않았다. 믿지는 않았지만, 때로 그렇게 말하고 싶을 때가 있는 것이다.
모르간은 협탁에 놓인 카드를 집어든다. 정갈한 필체로, 장난스러운 표정까지 그린 메모가 여지없이 이카본의 것이다.
💌 [백합은 고양이한테나 치명적인 꽃이야. 당신 고양이야? 😠
나쁜 생각하지 말고 오늘은 들어오자마자 자기만 해. 백합 향기는 진정하기 좋아.]
 
 

토네리코

 
1.
구세주 토네리코와 선지자 이카본의 연장선.
모르간이 바반 시를 데려와 요정기사 트리스탄으로 착명시킬 때 바반 시의 정체라든가 여러 이야기는 모르더라도 근본도 모를 요정(심지어 성깔도 장난 아님)에 관해 반대할 사람들은 제법 있었겠거니… 싶지. 그래서 모르간은 이카본도 바반 시를 반대할 거라고, 그야말로 가장 목숨 걸고 안 된다고 학을 뗄 사람일 거라고 생각했을 것 같다. 그래서 모르간은 생각한다. 이카본이 그렇게 학을 떼면, 그를 죽여야 할까, 상호 불가침의 맹약을 깨고, ……정말로?
그러나 이카본은 한 번도 바반 시의 일을 거론하지 않는다. 자신을 보고 그녀가 이를 갈며 지나가지 않는다는 사실에 안도하지도 않으며, 바반 시가 말하는 것을 들어주지도 않는다. 모르간이 불러세웠을 때에야 이카본은 보여준다. 그때 그, 말할 수 없는 것이 상감된 얼굴을. 착각이라 할 수 없이 분명한 감정들.
그녀는 정말로 자신의 눈이 피로 흐려지지 않은 것은 아닌가, 여전히 명징한 것은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 그 자를 볼 때면. 항상.
🍎 - 떠들지 않느냐.
🕰️ - 무엇을.
🍎 - 너도 떠들어보란 말이다. 위계와 질서와 사회와 존망과 그 모든 말, 말, 말, 허섭스레기 같은 것으로 나를 막지 않느냐? 다음 낙원의 요정이 오기 전까지 브리튼을 온전히 존속시켜야 할 네가?
🕰️ - ……선생이시여. 어떤 것은, 전하고 싶기 때문에 말하지 않아야만 하는 것이 있습니다. 때로 아주 많이요. 이제 그만 선생을 제가 가르쳐야 할 일에선 졸업하셔야지 않겠습니까.
🍎 - 하……! 내 아직 네 스승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군.
🕰️ - 하지만, 그렇군요. 이 말은 해두어야겠습니다. 선생이시여. 선생의 눈이 제 얼굴에서 무엇을 읽으셨건, 그건 진실입니다. 저는 선생의 아이를 내치지 않습니다. 그건 선생의 인생이 선생의 인생으로 살다 간 정체성입니다.
1-1.
낙원에서 보낸 소년 선지자 이카본은 요정향이 만든 호문쿨루스니까 아기바반시가 요정들은 다 싫다고 하면서 캐밥은 싫지 않았던 것처럼 이카본도 썩 싫지만은 않다고 생각하면 좀… 귀여울 것 같다

요정기사들이랑 상아탑의 남자랑

1.
요정국에도 크리스마스 트리 꾸미는 문화가 있을까…? 사실 없을 것 같음… 근데 있으면 좋겠음 종교의 개념이 없는데 성당은 있는 근본 없는 나라인데 트리 꾸미는 문화쯤 있어도 되지 않을까…
하지만 붕락 끝나고 이카본이 추밀원 의장으로 부임한 뒤에 트리 꾸미는 문화가 카멜롯에 처음 생기는 것도 나쁘지 않아… 카멜롯 한곳 이카본의 첨탑 로비에 난데없이 생긴 트리라거나? 오너먼트 잔뜩 들고 와서 요정기사들이랑 같이 꾸민다거나 좋잖아…?
아기바반시는 이런 거 일일이 달지 말고 마술로 하라고!! 성질부리면서도 성실하게 미적감각 ON 해서 오너먼트 달아주고 요슬롯이 푱 날아서 꼭대기에 별 달아주면 좋겠다. 그리고 꾸미는 동안은 나와보지도 않다가 다 꾸며지고 난 뒤에 크리스마스 주간 동안 서 있는 트리를 혼자 물끄러미 올려다보는 모르간 같은 것…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