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대 (NOV, 2023)

두 사람의 성질

 

1.
사실 모르간은 타인의 애정을…… 뭐랄까, 요정안으로 들여다보아도 쉬이 믿지 않을 듯하다는 개인적인 생각이 있는데 이카본이랑 연애하면…… 만 일주일도 지나지 않아서 입에 익어버렸으면 좋겠다
내가 그리 좋으냐…… 라는 말.

 

2.
접촉은 타자가 타자임을 공고하게 한다. 그러나 타자를 거부하지 않는다. 한 타자로부터 한 타자의 존재를 인식시키고, 이윽고 그를 타자로서 수용하게끔 한다.
이카본이 살기로 결정한 현대 사회는 그 타자와 타자의 접촉이 소멸해가는 세계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세계에서 타자는 각기 저마다의 목소리로 존재하며, 접촉 이전 목소리로 인지되거나 동일성과 비동일성의 구분이란 무의미한 이분법임을 증거하며, 타자성의 경계를 허물어 제 것으로 삼을 수도 있으며, ……또한 그것이 이미 낡은 사상임을 속닥거리는 세계다.
그러나 이카본의 생 대부분은 접촉이 숭고한 의미를 지니던 중세에 뿌리박혀 있다. 모르간 또한 모르지 않은 일이다. 그녀 또한 그 중세의 접촉이 얼마나 익숙한지, 잘 알고 있다. 익숙하기에 결핍된 접촉이 얼마나 중대한지를 알고 있다. 그래서 모르간은 때로 생각하는 것이다. 이카본이 스스럼없이 다가와 모르간의 이마를 짚고, 그녀가 실재함을 스스로 확인하려는 것처럼 어루만질 때면, 아주 조금.
너는 정말로 범인류사의 모르간과 이문대의 모르간을 총체적인 모르간으로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은 것이냐고. 그건, 네가 나와 닿았기 때문이냐고. 나를, 결코 하나가 될 수는 없는 타자로 받아들였기 때문이냐고.
오로지 현대사회의 문법이 익숙한 중세인들만이 가질 질문을.

3.
이카본이 모르간 발끝에 입맞추는 게 보고 싶다
요정국에선 모르간이 잠들 때면 입을 때랑 다르게 혼자 벗고 잠들었을 것 같은데 이카본이랑 있기 시작하면서 달라지면 좋겠어서. 늘 밤에 잠들 때 침대로 데려다주고 옷 갈아입혀주고 하면서 자연스럽게 시중 들어주는 태도가 몸에 자연스럽게 배어 있는 어린 애인 때문에 처음에나 낯설어했지 나중에는 익숙하게 침대에 눕혀줄 때까지 목덜미에 팔 두르고 있는 모르간 생각하면 마냥 귀여운 것이다…… 솔직히 말해, 나쁜 기분도 아니다. 그에게 아주 소중한 것이라도 된 것처럼 대해지는 건.
슬리퍼를 벗겨달라는 양 발끝을 까닥이며 자연스레 미끄러뜨리려다 무릎 꿇고서 발끝에 키스하고 올려다보는 이카본과, 모르간의 시선이 서로 얽히던 순간.

4.
요정국 브리튼에서 이카본에게 처음으로 꽃다발을 받았을 때, 모르간은 자기도 모르게 그걸 빤히 쳐다만 봤을 것 같다. 그야 통일성 없이 그의 눈에 예뻐 보이는 것들은, 꽃이란 꽃은 종류대로 그러모아 한가득 모르간에게 안겨줬을 테니까.
브리튼의 것은 자갈 하나까지 그녀의 것이지만, 그녀의 카멜롯, 그녀의 정원에서 꽃을 따 선물하는 어린 애인, 어린 손님이라니.
색색의 꽃이 안겨주는 향을 맡다가 한참 만에야 모르간은 푸른 수국 하나를 빼어서 이카본의 가슴에 달아주며 말한다. 범인류사의 브리튼에서라면, 이건 자신을 말하는 꽃이니 나를 기억하라고. 요정국 브리튼에서 요정들이, 인간들이 꽃에 의미를 붙인 말이 범인류사와 다름을 그때 처음 안 사람처럼 이카본은 소근인다.
‘이곳’의 당신을 말하는 꽃은 당신 입술로 옮겨줘.

 

 

HAPPY END?

 

1.
이카본이 모르간 앞에서 퍽 점잔 빼는 순간이 좋다
정확하게 필요한 만큼의 예의를 갖춰 폐하. 라고 부를 때와 허리를 굽히며 존귀, 존엄, 존성하신 여왕 폐하. 라고 부르며 키스를 조르는 때의 차이 때문에 모르간이 그 어린 애인의 코를 잡아 비틀며 귀여워했으면

2.
모르간 무릎에 앉혀두고서 자꾸만 뭔가 먹이고 싶다. 그다지 식사가 필요하지 않다, ……고 그녀는 수 번이나 말했지만 도통 이카본은 모르간을 무릎에서 내려오게 할 생각이 없다. 당신에게는 오락거리가 부족하다는 정도의 말도 없이, 괜히 식감이 부드러운 과일만 연신 입에 밀어 넣거든 모르간은 뚱한 얼굴로도 잠자코 받아먹으면 좋겠다. 매번 입을 열어 받아먹을 때마다 오물오물거리는 커엽은 모르간
원껏 먹인 후에야 허리를 폭 끌어안고선 어깨에 얼굴을 묻는 어린 애인을 빤히 바라보다가, 모르간은 불쑥 말한다. 너라면 퍽이나 유난을 떨 거라고 생각했다고. 그가 난처하게 웃으며 갖가지 오르되브르와 몇 접시나 쏟아지는 앙트레를 날라오게 했었지만 그래도 왠지 당신은 이런 걸 더 편안하게 여길 것 같다고 말한 것은 그 뒤에나 이어진 말.

3.
이카본은 신을 믿지 않는다. 이문대의 모르간은 그녀의 세계에 신이 존재하지 않음을 확정받은 사람이다. 그러나 어느 날엔가 이카본은…… 범인류사의 모르간이 브리튼에 가진 집착을, 무너진 정신과 비대하여 붕괴한 자의식을 생각할 적이면, 그리하여 비롯된 것 다시 말해 타인의 몸에 모르간이 깃든 것이 이문대의 모르간임을 상기할 적이면, 그가 비로소 손에 넣은 모르간이 바로 ‘그 모르간’임을 입에 올릴 적이면, 그는 저 자신도 모르게 아아, 깊이 탄식하고는 이렇게 말하게 되는 것이다.
이는 내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라……
침상에 누워 이카본의 손을 맞잡은 채 올려다보던 그 모르간은 그리 말하는 이카본의 음성에 낮게 웃는다. 재치 있게 받아치지 않는다. 충족되는 고양감. 쏟아지는 입맞춤. ……신도 운명도 믿지 않는 사람이 그리 말하게 될 만큼 그녀는 사랑받고 있는 것이다.

 

 

해시태그

 

@드림주가 좋아하는 음식과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폭신폭신하고 부드러운 팬케이크. 시럽을 잔뜩 뿌리거나 생크림을 얹은.
아침나절 일어나 아직 잠기운이 남아 헤실거리고 비척거리는 몸으로 테이블 앞으로 가 앉아 나이프를 들고, 작게 썰어 입으로 가져가면, 그것만으로 기분이 몽글몽글해져서.
또렷한 눈으로 팔짱을 끼고 커피나 브렉퍼스트 티를 홀짝이며 이카본을 바라보던 모르간도 으레 그럴 때면 퍽 사랑스러워하는 티를 내려나

 

@ 탐라여러분 드림캐가 갑좍 빤히 바라보다가 드림주는 날 좋아해? 이럼 어캄 반응어때요.
진지하게 물어보면 좀 심각하게 고민하다가 내가 얼마나 더 티를 내야 당신 좋아하는 걸 증거할 수 있는데? 라고 대답하고
퍽이나 답잖은 농조라면 같이 픽 웃어버리면서 키스해주면 어떻게 대답할지 생각해볼게. 라고 말하면서 입술 톡톡 두드림

@ 드림 CP의 경우, 드림주/드림캐가 상대방과 결혼하기로 결심한 결정적 순간이나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카본 - 영영 헤어져 다시 만나지 못하리라 생각한 순간에
모르간 - ……위의 사유로 혼인하지 않으려 했는데 남겨지는 쪽이 혼인해달라고 해서
요정국 잔류에선 혼인하지 않을 것 같달지🤔
기 센 베릴 거트로도 그렇게 이를 갈며 싫어했던 요정들인데 이카본 키르히아이젠 같은 남자랑 여왕이랑 결혼하면 언제 육망성치킨이 될지 모르는데 추밀원 의장 주는 것으로 모르간은 정말 많은 위험을 감수했을 것이라 생각……

 

 

적폐 상아사과

 

1.
스스로 귀염성 있다곤 한 번도 생각 안 했는데 모르간이 자꾸 (주로 나쁜 의미) 귀엽다 귀엽다 하니까 그새 체화해버린 이카본
🕰️ - 가끔 당신 무릎에 앉아서 자는 여우가 되고 싶어. 그럼 늘 당신 옆에 붙어 있을 텐데.
🍎 - 길러서 어디에 쓰겠느냐.
🕰️ - 귀여워.
🍎 - ……하. ……하…….

2.
모르간한테 불쑥 같이 자면 안 돼? 하고 묻는 이카본…
언제고 같이 자지 않았느냐고 되물으려다가 결국 픽 웃으면서 오늘따라 왜 이렇게 어리광이 많으냐고 해주면 좋겠다
근데 이제 잘 때 품에서 꼬물거리는 건 모르간이면 더 좋겠다

 

 

토네리코

 

1.
낙원의 요정과 요정의 선지자
사실, 토네리코는 소년 이카본에게 바반 시의 감사가 자신을 움직인다고, 그 말이 얼마나 유일하고도 빛나는 말이었는지 털어놓았을 때, 그는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리라고 생각했다.
선생이시여. 그런 분문으로 스스로를 기만하시는군요. 선생께서 판단하시기에 선생의 값은 음절 석 자입니까?
그라면 틀림없이 상냥하게 웃으며, 담담하고 차분한 음조로, 소년답게 앳된 어조로 그리 말할 것이다. 소년과 선지자란 말을 한 곳에 가둔 자라면. ……그래서, 그날 토네리코는 결별을 염두에 두었던 것이다. 그러나 그 말을 뗀 순간 이카본의 얼굴에 떠오른 감정을 토네리코는 평생 잊을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모르간이 되어서도 잊지 못했다.
제 것이 아니기에 저미는 상감과 죄악이 깃든 것에 선성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더 편리했으리라 생각하지 못하는, 냉정할 수 없는 그 스스로를 향한 자조.
토네리코는 일순 그녀의 눈이 피로 흐려지지 않은 것은 아닌가 생각했다.
1-1.
그러니까 소년 선지자여도 상아탑의 현자여도 이카본은… 모르간이 갖는 바반 시를 향한 감정을 그녀가 생각하는 것만큼 무겁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상아탑의 현자는 바반 시에게 보내는 모르간의 감정 범인류사 모르간과의 변별점에서 그토록 깊이도 사랑했음을 절감하는 것이고 소년 선지자는 바반 시가 존재함으로 인해 토네리코가 고행하는 것을 ‘무가치하다’고 규정할 수 없어서 그만큼 냉정하지 못한 스스로를 자조할 수밖에 없는 것

 

 

요정기사들이랑 상아탑의 남자랑

 

1.
🕰️ [고용주가 오늘 나 야근해야 한다는데 미안 저녁 약속 못 지킬 듯!]
👠 [야~ 일 못 끝냈냐! 허접~☆ 암살해줄까?]
🕰️ [미안하지만 내 고용주가 네 어머님이란 걸 잊지 말아줬으면 해]
👠 []
카멜롯 실록 11월 1일
요정기사 트리스탄이 눈물을 흘리며 카멜롯에 난입하려던 것을 급히 제지하다
1-1.
나중에 모르간이 바반시랑 약속 있었으면 말을 하지(그리고 나도 데려가) 해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