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대 (OCT, 2023)

두 사람의 성질

 

1.
귀걸이 나눠 끼기 전의… 이문대 모르간이 범인류사 기억 인계받은 거 얘기 안 하고 이카본도 자기가 범인류사 모르간 좋아했던 거 얘기 안 한 드라이한 사이일 때 시종들 편으로 이카본 방에 이어커프 보내는 거 보고 싶다. 오늘은 숙청으로 내내 카멜롯이 소란스러울 예정이니 이카본 위치추적 겸 긴급 시에 모르간한테 직통 메시지 전할 통로쯤인 예장으로. 별 이견 없이 받아 해봤다가 생각보다 마음에 들어서 다음 날 저녁쯤에 이카본이 그냥 이어커프 달랑거리면서 모르간 집무실에 찾아갔을 것 같다.
빌려주셨던 것 반납하러 왔습니다, 친애하는 여왕 폐하. 그런데 퍽 마음에 들어서. 기념품으로 간직해도 괜찮을까?
장난스러운 말에도 대수롭잖게 서류 넘기면서 시종들 편으로 보낸 것을 시종들 편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수고스럽게도 직접 왔느냐고 말하려던 모르간은, 순간 못박인 듯 그를 바라본다. 몇 번인가 입술을 달싹이더니 곧 할 말을 찾지 못하고서 베일 너머의 얼굴이 굳어진 채로. 한참이나 이카본의 귀에서 달랑거리는 은색 이어커프를 보다가, 모르간은 하, 웃음을 터뜨리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다. 그는 기어이 그녀를 절벽 끝으로 몰아세울 셈인 걸까.
내 너를 해하려 했다면 어쩔 작정이었느냐.
이카본은 태연스럽게 팔짱을 끼고, 천천히 고개를 기울인다. 기운 고개는 정말이지 태연스럽다기보다는…….
내가 아는 모르간은 나를 그런 삼류 모략으로 죽이고 싶을 만큼 중요하게 여기지 않아. 또는 죽일 생각이라면 휘말려 죽게 해도 됐을 일을, 구태여 명예에 흠집 낼 필요는 없지.
……넌덜머리가 날 지경인 세 살짜리 어린아이의 우문에 대답하는 듯한 얼굴이다. 그리곤 생긋 웃는다. 뭐, 설마 이런 말을 듣고 싶진 않을 테고…… 알았어. 듣고 싶은 말을 해줄게. 라고 운을 떼면서.
어쩌긴.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고 다쳐야지.

2.
모르간이 아리아라면 이카본은 레치타티보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아리아가 전통적인 음악, 아름다움을 위한 가장 ‘음악’적인 곡이라면 레치타티보는 문어적인 곡이다. 아리아는, 많은 경우 극에 꼭 필요하지 않더라도, 오로지 그것을 듣기 위해 극장에 온다는 곡이 극마다 몇 곡씩은 있으며, 그리고 그 가수만을 위한 곡. 레치타티보는 그 아리아와 아리아 사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극 전체를 객석으로 전달하며 가수와 가수 간의 화합을 맞춰야 하는 곡. 때로 귓전에 남기더라도 결코 극의 중심은 되지 못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녀는, 자주, 무대를 퇴장하다 말고 흘긋 고개를 돌려 무대를 돌아본다. 그의 문어적인 구석을.

3.
생각해보면 모르간… 요정인데 머리카락이나 손발톱 자랄까? 흠 난 때 되면 다듬는 모르간 생각하면 좀 귀엽고 좋은데…… 타각타각 손톱 깎아주고 정성스럽게 다듬어주는 이카본 내려다보는 것도. 고개를 숙인 탓에 슬그머니 쏟아진 머리칼 같은 것을 쓰다듬으면서 내려다보는 네 모습도 제법 마음에 든다고 말하는 모르간 주시오

4.
모르간 코끝 톡 건드리고 싶다. 턱 괴고서 한동안 생각에 잠겨 있다가 닿는 장난스러운 손길 때문에 잠시 놀랐다가 흘긋 올려다보는 시선이 보고 싶어서. 가끔은 무례와 애정이 한 장 차이일 때가 있음을 알고 있느냐는 것처럼 바라보는, 사랑스러운 애인의 눈길.

5.
모르간의 말은, 적을 앞두고 행하는 방식은 잔인하다. 이카본은 토네리코가 모르간으로 돌아가며 어떤 방식으로 돌아가기를 택했는지 안다. ‘어떻게’에 이카본은 주목한다. 그녀가 구세주 토네리코임을 우선하고 생각한다면, 그녀의 잔인함은 그 안에 감춰진 섬세함을 은폐하기 위함이라고 말할 것이다.
사실이다. 그녀는 섬세하며 잔인하다. 그 잔인성과 그 섬세함이 모두 이카본으로 하여금 사랑에 빠지게 했다. 그러나 그 말에 동의하지 않을 뿐이다. 전제부터가 잘못되었다.
이카본은 그녀가 토네리코에서 모르간으로 ‘돌아갔다’고 말한다. 언제나, 언제까지나.

6.
대신 내가 쏜 납화살이 네 가슴에 맞았잖은가, 라는 말에 이어서. 이카본을 사랑한 이후로 어느 날 밤에 잠들려고 누웠을 때 모르간이 이카본의 가슴팍 정중앙을 손끝으로 살살 쓸면서 물으면 좋겠다. 살 맞은 곳은 아프지 않았느냐고.
이카본이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가만히 웃으며 아, 납화살이라니 너무하신 것 아닙니까. 이는 화살이 아니라 작살이올시다. 하고 능청스레 말할 때면 결국, 그녀도 소리 죽여 웃고 말 것이다. 더 이상 개의치 않을 말이 되었구나.
6-1.
그런데 사실 이미지적으로 그냥 좋지 않나… 은유와 메타포의 세계지만 발치에 떨어진 빗나간 금화살과 은화살을 내려다보던 모르간이 무표정하게 납화살을 들어 시위를 당기곤 이카본의 가슴에 쏘아 맞추는 거

7.
모르간이랑 이카본…… 배우들이 나가는 무대 뒤편으로 나가는 게 아니라 객석에서 나가는 통로 쪽을 천천히 거닐며 불이 꺼지고 막이 내려간 무대를 올려다보는 거 보고 싶다. 잔뜩 죽인 발소리는 의식해서 듣지 않으면 들리지 않을 만큼 고요해서, 먼저 말을 꺼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조차 드는.
연극이 끝나고 난 뒤 혼자서 무대에 남아 아무도 없는 객석을 본 적이 있나요

8.
모르간 땋머 본인이 공들여 땋은 거겠지…… 근데 역시 가끔은 꾸벅꾸벅 졸면서 땋머 없이 대강 질끈 올려묶고선 책상 앞에 앉아 오전 시간 보내는 모르간도 보고 싶다
8-1.
사실 요정이나 서번트는 굳이 수면이 필요하지 않은데도…… 자꾸만 잠드는 모르간이 보고 싶은 것은 잠이 덜 깬 무방비한 얼굴로 일어나 꾸벅꾸벅 조는 모르간이 보고 싶은 것에 가깝지 않으려나
그런데 이제 금발의 어린 애인은 잠이 덜 깨 일어나 앉고선 눈 비비며 꾸벅꾸벅 조는 걸 카페트 바닥에 앉아 턱을 괴고 빤히 바라보는 것으로 소일거리하는 것이다 마침내 잠이 깼을 적에 고개를 돌려 이카본과 눈이 마주치면, 모르간은 어떤 표정을 할까…… 궁금해 못 견뎌서.

 

 

HAPPY END?

 

1.
이카본은 으레 이쯤 일어나서 홍차 우리고 있겠지… 모르간은 새벽 다섯 시만 되면 시계추처럼 일어나는데 모르간 기준 거의 반나절 일과 지난 후에야 일어나는 거 아님??
근데 이제 그런 것도 익숙해져서 추밀원 의장 이카본 침실에서 잠든 다음날 아침엔 모르간이 잠든 이카본 물끄럼 바라보다가 협탁에 메모 남겨놓고 가는 거 보고 싶다. 오늘은 홍차 대신 커피로 마련하라거나, 원두 종류라거나, 찻잎 종류라거나. 그래서 이카본 아침 먹을 때쯤 오는 모르간은 어김없이 자기 말대로 내온 음료를 좋아하는 것이다
그리고 추밀원장한테 아침 먹었으니 이제 출근하라 함

2.
밀기울이 씹히는 검은 빵.
범인류사의 브리튼에서는 그만하면 제대로 먹는 식사였고, 갓 구운 부드러운 흰 빵일랑 귀족들 식탁에나 오르는 것이었지만 ‘흑빵에 캐비어’ 같은 관용구까지 있는 근래에는 그저 식품의 한 종류일 뿐이다. 이카본은 그런 변화가 익숙하지 않다. 자기검열에서 밀기울이 씹히는 검은 빵은, 제 양심을 도려내는 듯한 질책이나 관용구나 다름없다. 그건 요정국에서도, 현재의 범인류사에서도 다르지 않지만.
그러니 요정국의 연회에 태연하게 흑빵에 캐비어니 한겨울 얼어 떨어진 포도로 담근 아이스와인이니 하는 것이 올라오며 귀족들이 호밀가루를 평하는 모습을 볼 때면, 이카본은 예의 태연스러운 웃음만 지은 채 음식에는 손 대지 않을 수밖에. 생긋 웃으며 속삭이고 응대하는 말, 말, 말.
결국 모르간은 그의 손을 잡고 연회장을 빠져나가게 되는 것이다. 저마다 속살거리고 쳄발로며 왈츠에 빠져 여왕이나 추밀원장이나 자리를 비운들 아무도 알지 못할 즈음에.

3.
이따금 모르간은 이카본이 추밀원 의장으로서 남긴 메모를 들여다본다. 추밀원 의장으로 남긴 메모라지만, 그런 메모가 남을 법한 상황 자체가 오로지 그녀의 애인이기 때문이다. 언제고 따로 알현을 예약하지 않고도, 시종들에게 도착을 청하지 않고도 모르간과 마주 보아도 될 상대였으니. 애인이므로 추밀원장으로 여왕의 집무실에 들어와선, 애인이므로 그녀의 펜을 들어 추밀원장으로 글을 적는다. 이어지고 사그라들고 맺고 끊는 지점들이 유기적으로 살아 숨 쉬는 것만 같아 모르간은 그렇게 남는 메모들을 버리지 않고 서랍 안쪽 깊은 곳에 하나씩 감춰둔다.
분명하게 찍은 불렛 기호, 그 뒤로 공백을 잠시 두고, 문서라도 되는 양 정갈하게 적은 활자체의 글을.
뵙기를 요망하나이다. 청컨대 성람하실 서류 또한 이와 함께 남겨둡니다. 신, 이카본.

4.
오랜 수면 끝에 일어난 모르간이 보고 싶다. 그것을 수면이라 해야 좋을까? 짧은 죽음은 아닐까? ……어쨌든, 토네리코로 잠들어 모르간으로 일어난 여자는 아직도 제 발이 헤매는 수면을 억지로 흩어놓는다. 그리곤 돌아보는 것이다. 새로이 구성된 몸을.
아, 잡생각이 나를 갉아먹도록 내버려 두었더니, 다 뜯겨 이제는 내가 별로 남아 있지 않네.
토네리코의 보석상자 속 담긴 모르간의 잡동사니.

5.
붕락 이후에도 꼭 한번 모르간이 비주기적으로 깊이 잠들었다 깬다면…… 그리고 일어날 적이면 몸에 아직 피가 잘 돌지 않아 비척비척 일으킨 몸이 위태로웠으면……(희망사항)
천개 달린 침대에서 일어나는 모르간의 몸을 천천히 안아 잘 굽혀지지 않는 손가락 마디며 팔, 죽 뻗은 다리 같은 것을 피가 돌 때까지 정성스럽게 주무르고 만져주는 모르간의 어린 애인
천천히 고개를 들면, 몇 주 전부터 이미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구는 그를 퍽이나 즐거운 듯 바라보는 파란 눈동자가 맞이한다. 그리곤 입을 열어 말하기를,
관에 눕히리라 생각했다.
……라고.

6.
사실, 지극히 개인적인 소망이지만 여왕 모르간이 공식적으로 쓰는 모든 교지는 추밀원장 이카본의 마지막 윤문을 한 번 정도 거치고 발표되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모르간이 요정에게 갖는 감정을 이카본은 알고 그같은 감정을 이카본은 갖지 않으니까.
그조차도 조금 지나고 나서는 다만 말을 명료하게 할 뿐 크게 고치는 게 없는데도 적고 나서 둘이 나란히 앉아 가만가만 고쳐 적을 때의 조용한 시간이 좋아서 의무적으로 하는 과정이 되겠지만.
근데 이거 잘못 보면 그림이 완전 간신배인데 괜찮은 거냐?

7.
이제는 슬슬 날도 선선해져서. 이카본과 모르간이 뜻 없이 밤 산책 나가서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는 날도 있겠지. 크지 않은 주제로 소곤이는 말들, 날씨 이야기, 그날 있었던 사소한 해프닝, 아침나절 마신 초콜릿의 온도 따위를.
말이 하늘하늘 가벼이도 이어지는 동안, 이카본은 정원의 분수대에 폭 걸터앉는다. 밤이라 멈추어둔 분수는 덕분에 고요하기만 해서 좀 더 말을 나누기엔 적당할 테다. 그러나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모르간은 꼭 그가 그랬던 것처럼, 몸에 밴 겉멋을 따라하듯 가볍게 손가락을 튕긴다.
쏴아아. 무심코 그녀의 마력에 반응한 분수가 다시 뿜기 시작하면, 이리 와 앉으라며 한껏 젖혔던 이카본의 머리 위로 쏟아진다. 아, 이런. 의도하지는 않았는데. 쫄딱 젖은 고수머리를 마를 때까지 만져달라 조르는 애인의 응석을 받아주는 동안 왠지 모르간은 즐거워 보이고 마는 것이다. 장갑을 벗고, 손수 결을 따라 어루만져주는 내내.

8.
어느새 날씨가 몰라보게 서늘해졌다. 부쩍 서늘해진 날씨에도 모르간은 예와 같은 차림으로 바깥에 나선다. 어린 애인이 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이 아니라 다행이었다. 수선 피우는 그의 성격으로 미루어보아, 조금만 추위에 예민했다면 그는 벌써부터 그녀에게 외투를 걸쳐준다느니 하며 수선을 피울 테니까.
종일 자리를 비운 후 돌아오는 길에, 모르간은 자신의 생각이 제법 빗나갔음을 느낀다. 아주 어긋났다고는 할 수 없고, 어긋나 불쾌하다고도 할 수 없어 퍽 즐거운 빗나감이다. 먼 발코니에서 모르간은 이카본이 난간을 짚고 내내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음을 발견한다. 그녀의 곁에 맴도는 죽음의 존재감보다 강렬한 감정이, 이런 사랑이라니.

9.
🕰️ - 어제도 봤는데. 아침에 눈 뜨거든 벌써 보고 싶고 벌써 그리워.
🍎 - 사무치게 아름다우냐. 닳도록 보거라.
아침나절 이카본 침대맡에 비스듬히 기대앉아 깰 때까지 기다리다가 픽 웃는 얼굴 그대로 소곤이며 베일 걷어주는 모르간 보고 싶다

10.
2부 6장 스토리 사양 토네리코의 옷(현재 캐밥의 그 옷)을 제법 좋아하는 편인데…… 그건 단추가 많이 달려 있어서. 물론 반 정도는 장식 단추고 실제 채우는 단추는 반 정도뿐이겠지만, 어쨌거나 상당히 근사하단 말이야. 그래서 한 번 정도는 같이 시찰 나갈 때 그거랑 유사한 옷 다시 입어달라고 말하고 싶다.
🍎 - 그런 옷 입어봐야 나를 두려워할 사람은 어디에도 없을 게다. 무가치한 일은 그다지 하고 싶지 않군.
🕰️ - 어라, 아주 해롭지는 않다고 생각하는데? 단추가 많이 달린 옷은 결국 권력과도 이어지는걸. 고작해야 옷을 입는 데 그만한 시간을 할애할 여유가 있는 사람이라니. 자연스럽게 연관지을 수밖에 없지 않겠어?
🍎 - ……검은 것도 흰 것으로 만든다고 했다지만. 정말이지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도 말하는구나. 속아넘어가줄까?
그건, 온전히 모르간의 말이 아닌 이카본이 하는 말과 동일한 어조로 나온 말이라서. 가만히 웃으며 전하는 물음이 마냥 사랑스러워 이카본은 결국 또 변명처럼 하려던 말을 찻물과 함께 삼키고 만다. ……푸코가 말했지. 권력은 도처에 있다고. 권력은 결국 도처의 의미에서 부여되기 때문이야.

11.
옥스퍼드공. 이카본은 항상 우드워스를, 이름으로 부르지 않고 정갈한 호칭으로 입에 담는다. 모르간이 그를 아껴 조곤조곤하게 입에 올리는 이름은 들어본 적 없는 것처럼. 하긴, 그는 우드워스에게만 그렇게 대하지 않는다. 스프리건에게도, 오로라에게도 단 한 번 이름을 부른 적이 없다. 스프리건에게 듣자하니 비에 쫄딱 젖어 수국을 한 아름 안은 채 들어오는 길에 마주치고도 범절을 갖춰 인사했다지. 온 셔츠가 젖어, 정말이지 부끄러움도 모르고 그 꼴을 하고선, 여왕의 너그러움에 기대 경박하게도 웃어대며 나란히 걷다가 마주친 이에게.
우드워스는 들리는 소문으로도, 이쪽으로 다가오는 실체 있는 모습으로도 그가 도무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래서 그 또한 이카본을 항상 추밀원장이라고 부르면서도, 썩 싫지만은 않은 것이다. ……때때로 옥스퍼드공, 초콜릿 먹어도 되나? 같은 얼빠진 소리를 하는 모습을 보면 정말이지 어째서 여왕이 오로지 이카본 한 사람만을 위해 추밀원을 설립했는지 도무지 알 수 없지만.
11-1.
우드워스가 카멜롯 입궐해서 이카본한테 용건 있어서 불러냈는데 옥스퍼드공이 부른 용건이라 제깍 이카본이 걸어가는 건 좀 좋은 것 같다 그런데 이제 하필 결혼식 피로연 옷 피팅하다가 나와선 옥스퍼드공 나 내일 결혼식인데 좀 쉬자아~…… 했다가 구박받음
인간놈은 어쩔 수 없다는 편견만 커짐

 

12.
이카본 요정어는 모르간이 가르쳐줬으니까… 한동안은 요정어를 적을 때 모르간의 필체와 아주 많이 닮아 있을 것 같다. 반듯하고 정갈하게 내려그은 공문서다운 인쇄체 대신, 모르간이 그렇듯 어딘가 생기 없는 듯하고도 획이 기이할 정도로 일정한 필기체. 모르간은 그것이 익숙하지 않은 문자를 적는 이들이 보이는 모방임을 알지만, 그래도 왠지 복잡한 기분이 든다. 그녀는 기실, 그의 고유성을 좋아했던가?

13.
불쑥 모르간은, ……그녀의 어린 애인과 그 어떤 관계도, 아무 사이도 아니었던 때에 에든버러의 초콜릿 케이크를 한 입 크기로 갈라 입안에 넣는다. 먹여준다기보다는, 말 그대로 넣는다는 것에 가까운 사무적인 동작이다.
어떤 노동과 가공으로부터 멀리, 다만 자연적으로 수확된 것. 그러나 자연적일 수 없는 것. 제아무리 가공된 과실을 우선한대도 이 매끄러운 단맛을 그는 좋아한다. 그러나 지성이란 것이 있어서, 그녀를 올려다보는 눈은 단맛에 잠겨 있지 않다. 당황과 의혹과 ……어떤 “모르간”이라도 기어이 사랑하고 마는 우둔함.
혀끝이 아리도록 달더냐. 네놈을 위해 준비한 것이다.
…….
마음에 든다고 말해라. 그리고 ‘나’는 네가 이 달콤함의 이면도 맛볼 만한 사람이기를 바라는구나. 그래야 네 매끄러운 말씨를 너 스스로 포기할 테니.
13-1.
그러나 이카본이 모르간에게 어떻게 숨길 수 있겠는가?
그 초콜릿은, 여왕의 역군을 자처한 자의 땅에서 난 것은, 삼키고 난 연후에도 혀에 단맛이 남았다는 것을. 그건 가짜지만.
애석하게도, 그것은 이카본에게 있어 모르간이 아니었으므로 가짜와 진짜를 구분하는 일은 무가치했다.

 

 

해시태그

 

@드림주/드림캐가 과거로 돌아가 자신과 드림캐/드림주의 첫만남을 저지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저지하러 갈까요? 그 결정의 이유도 궁금합니다!
이카본은 그랬기 때문에 지금이 있는 거라고 후회하지 않는다고(범인류사 모르간과의 만남과 그 결말…) 하면서 저지하지 않을 거라고 하지만 모르간은 저지한다고 할 것 같다. 범인류사 모르간과 이카본이 아닌, 이문대의 자신과 이카본의 첫 만남.
그러고 나서 잠시 망설이다가 이유로는 “……좀 더 제대로 설명했어야 했다”고 말하는 모르간 같은 것. 그랬다면 조금 더 일찍…… 이라고 부연하려다 마는 모르간 르 페이

@갑자기 드림주/드림캐가 드림캐/드림주를 꽉 끌어 안았는데 그대로 침묵하며 계속 그대로 있을 때 드림캐/드림주의 반응은?
이카본이 불쑥 끌어안고서 가만히 있을 때면 모르간은…… 사실 항상 있는 일이라 그냥 익숙해지지 않았을까. 으레, 같은 말을 붙이지 않더라도 그는 항상 그녀의 애정에 목마른 사람이니까. 언제나 그녀를 제 품에 안고서도 모자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니까.
모르간이 불쑥 끌어안고서 가만히 있으면 이카본은 드문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별로 티는 안 내고 등 토닥거릴 것 같다. 이유는 묻지 않고서, 그냥, 나도 사랑해…… 라고 소근거리며.
저렇게 불쑥 끌어안고서 이카본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서 한참이나 침묵하다가 고개를 든 모르간의 얼굴을 생각하면 역시 너무 좋다…
제풀에 무언가 겸연쩍고, 무언가 답잖은 짓(맞지만)을 한 듯해 한숨과 함께 얼굴을 덮었다가 떨어진 모르간이 좋지 않은 꼴을 보였다고 사과하거든 이카본은 대수롭잖게 말하겠지.
왜? 나는 싫어하지 않아. 당신의 얼빠진 얼굴 같은 거.

@탐라 드림 나이차 몇 살인지 알려줬으면 좋겠다
이카본이 아르토리아와 동갑이라는 설정이 우선이기 때문에 모르간이랑 아르토리아가 정확히 몇 살 차인지 나오면 변경될 여지가 매우 많은 이야기
범인류사 모르간이 이카본보다 열 살 언저리는 많다고 생각하고…… 이문대 모르간은 육신의 나이를 캄란 시점의 이카본과 엇비슷한 나이로 고정해두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결국 이카본이 20대 중반~30대 중반일 때 30대 중후반~40대 초중반 사이인 거야 모르간은……

@드림주나 드림캐가 서로에게 입혀보고 싶은 옷이 있다면 어떤 옷일까요? (ex. 메이드복, 치파오 등등)
모르간 이카본한테 가끔 예장용 군 정복 입히고 싶어할 것 같다. 흰 것. 칼 하나 찬 것만으로도 허리가 아프니 무겁니 엄살이란 엄살은 다 부리는데 퍽 그럴듯한 옷걸이라고는 생각할 듯🤔
그리고 실제로 잘 어울리는 사람이겠지…… 그런데 이제 옷걸이에서 제복 꺼내고 있는데 이카본이 머뭇머뭇거리면서 난 당신은 지금 입은 어의가 가장 좋아… 무척 당신 같다는 생각이 들어…… 하고 배시시 웃는 바람에 안웃음멈춘손 되는 모르간 보고 싶다

@드림주/드림캐는 책을 자주 읽나요? 읽는다면 어떤 장르의 책일까요? (ex. 로맨스 소설, 시집, 사전 등등...)
이카본은 으레 문학 위주로 읽는다. 형이상학적인 책이야 연구할 때 항상 읽었으니까. 서가에 기대서, 때로 눈물을 글썽거리며 책장을 넘기는 모르간의 어린 애인.
모르간은 그녀 개인이 찾아 읽는 책은 대체로, 명확하게 짚어서 니체가 아닐까. 범인류사를 그렇게도 미워하고 사랑한 사람이 그것을 읽지 않을 리 없지 않겠는가. 그리고 덧붙이자면, 그녀는 언제고 이카본에게 ‘네가 읽은 것이라면 무엇이든 읽었다’고 말한다.

@: 드림커플이 결혼할 때, 프러포즈 하는건 드림주/드림캐 중 어느 쪽인가요?
만약 결혼을 한다면, 항상 이카본……
이카본이 모르간에게 하고 싶은 것도 있을 거고 보통 모르간이 청혼하기엔 이카본이 몸이 달아서 먼저 냅다 해버릴 테고 등등의 이유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모르간이 이카본한테 청혼했다간 중세남 이카본 내가!!! 귀부인이!!! 신사에게 그런 말을 하게 할 정도로 무신경했다니!!! 하며 펄쩍 뛰어서

@:이 트윗 보면 듦주/듦캐가 손잡기 포옹 가벼운 뽀뽀 중 한 가지만 할 수 있다면 어떤 것을 고르는지 말하는거야
이카본은 포옹… 이려나. 폭 끌어안고 있으면 심장 소리도 들리고, 숨소리도 들리고, 귓가에 대고 도란도란 이야기도 할 수 있으니까.
모르간은 손 잡고 있는 쪽을 좀 더 선호할 것 같다. 이카본이 말하는 ‘손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때문에. 그리고 여왕 영의 기준 항상 장갑 끼는 모르간한테 이카본의 맨손 같은 것이… 좀 소중하면 좋겠어서.

@드림캐의 소유발언 너무좋은거같음 다들 해주면 좋겟어. 소유발언 해?안해? 한다면 자주 그러는지도 알랴줘
이따금 나의 이카본……이라고 말할 새도 없이 이카본이 먼저 모르간에게 ‘당신의 이카본’이라고 말해서 별로 말할 때가 없음

 

 

토네리코

 

@ if세계관으로 드림주와 드림캐가 사제 관계라면 누가 스승이고 누가 제자인가요?
소년 선지자 이카본이랑 이 성전을 사흘 만에 다시 세우리라는 구세주 토네리코
앗 이거 나중에 JCS 스타일로 글 써야지

1.
삼하인은 망자와 생자의 경계가 흐려지는 날.
낙원의 요정 토네리코랑 함께 순례하던 소년 선지자 이카본으로 보고 싶다. 그 순례를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하며 그녀를 가리켜 선생이시여. 라고 말하던 낙원이 보낸 호문쿨루스.
그는 정말로 선지자인가? 선지자겠지. 그러지 않고서야 몇 번이고 극단적으로 말해, 선생께 온 요정국의 목숨은 어떤 가치도 없는 목숨입니다. 라고 말할 수는 없었으리라.
그는 정말로 선지자인가? 선지자일 리 없다. 무수하게 순례를 거듭하며 깎여나가는 그녀를 보고 무심결 이상형의 스케치를 떠올리는 소년이 선지자라니. 낙원이 그런 ‘부정한’ 상에 이끌리는 것을 선지자로 주조해 보낼 리가 없지 않겠는가.
그래서 토네리코는, 모르간이 모르간으로서 존재하기를 택한 날, 그녀와 벗했던 이들이 모두 그녀를 버리고 떠나간 날 선지자에게 창을 겨눈다. 그는 날끝을 움켜쥐고, 거두게 하며 속삭인다. 나는 그다음의 요정이 파견되는 날을 기다릴 것이라고. 그러기 위해서는 아직, 브리튼이 잔존할 필요가 있다고. 선생이시여. 더 이상 선생께 선생이라 부를 수는 없지만, 그래서 몹시도 유감스럽습니다만, 오로지 그 목적 때문에 저는 당신 옆에서 당신의 브리튼이 지속적으로 번영하도록 누구보다도 힘써 협조할 겁니다. 잘 녹아든 거짓과 숨겨버린 진실. ……그 자신조차 갈피를 잡지 못한, 꿈꾸던 이의 완성 앞에서 그는 그렇게 말한다.
손바닥으로 파고든 날을 타고 새빨간 피가 뚝뚝 흐른다. 형형한 푸른 눈이 그를 내려다보다 말한다. 네 녀석의 가슴에서 거짓이 나를 바라보는 모습이 보인다. ……그 선지자가 어떻게 되었는지는, 오로지 여왕 모르간만이 안다. 선지자는 더 이상 여왕을 선생이라 부르지 않고, 여왕은 더 이상 그 소년을 선지자라 부르지 않는다. 다만 카멜롯이 세워지는 날 소년은 말했을 뿐이다. 해마다 첫눈이 오거나 오늘은 다녀가줘.
그리하여 죽은 사람이 돌아오는 날. 빛바랜 선지자의 방에 죽었던 사람은 들어선다.

 

 

적폐 상아사과

 

1.
별다른 이유 없이 다가가서 모르간 뺨에 자꾸 키스하고 싶다. 어느덧 이카본의 키스가 익숙해져서 쪽, 쪽, 하고 닿을 때마다 가만 웃으면서 왜? 하고 묻는데 별다른 말도 없이 자꾸만 간질거리면서 키스하다가 그냥…… 하고 솔직하게 털어놓거든 그것마저 어처구니 없고 이카본다워 웃는 모르간 BGSD

2.
이카본 너무… 응석부릴 때 모르간한테 왜 키스를 열 번밖에 안 해주는 거야 백 번 해줘~🥺 하는 사람이라 모르간이 맨날 어린 애인 앞에서 눈 가늘어지면 좋겠다
🍎 - 그래서…… 정말로 백 번 해줄까?
🕰️ - 응! (즉답)
🍎 - ……후. 사양이라는 걸 도통 모르는 남자로구나.

3.
요정국 야드파운드 안 쓰는 거 보면 모르간은 국제단위계 아니면 극혐하는 성격이겠지
모르간 가운 풀어주면서 당신, 적어도 오 파운드는 줄어든 것 같은데. 괜찮겠니? 따위나 아…… 나 당신이 방에만 모셔두고 잘 먹여서 요새 오 파운드쯤 쪘을걸. 했다가 진짜 듣도보도 못한 괴악하고 악랄한 말이라도 들은 것처럼 눈에 불 켜고 올려다보는 모르간 같은 거 보고 싶다(적폐)
너 5세기 인간 주제에 그딴……

4.
역시 모르간 뺨 말랑하겠지…… 괜히 손가락으로 모르간 말랑뺨 꾸욱 누르고선 이쪽 보거든 결혼할까…… 하고 속살거리고 싶다 이미 청혼은 승낙받은 지 오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