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람의 성질
1.
범인류사 모르간이 편지─보내지 않을─에 갈겨 적는 말버릇으로 나는 대체로 제정신이 아니니까 흘려들으라는 말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이문대 모르간은 범몰간이 소거할 가치조차 없다고 규정해서 뭉텅이로 넘겨받았으니 무심코 인용하는 버릇이 생기는 것도 좋은데… 이를테면 이런.
이카본과 진심에 관해 이야기하는 게 익숙해졌을 때 그냥, 혼잣말처럼 한 말에 모르간은 덧붙인다. 흘려듣거라. 나는 대체로 제정신이 아니니까.
그리고 마땅히 돌아올 수용 대신, 그는 이미 범인류사 쪽의 모르간이 입에 잦게 올리는 버릇을 아는 것처럼 대꾸한다. 당신은 지금만큼 정신이 명징한 때도 없는 것 같은데.
그녀는 저도 모르게 눈을 들어 이카본을 바라본다. 네 어찌……. 순간적으로 입술을 비집고 나온, 그를 향해 캐묻는 힐난조의 말. 그러나 이어 묻지는 않는다. 다만 인정한다. 그는 정말로 모르간에 관해 모르간 자신보다 잘 아는 구석이 있음을.
2.
요정국 비사 모르던 시기 이카본은 모르간이 그녀의 뜰처럼 생각하는 요정국을 심정적으로 이해할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몰이해로부터 왔던 말을 뱉지는 않았을까.
만백성과 더불어 죽음을 맞으려느냐, 고…… 쏘아붙인 말에 모르간은 마치 그의 멱살이라도 잡고 싶은 충동을 이기지 못하는 것처럼 이카본을 바라본다.
함부로 말하지 말아라. 여자의 마음 하나 돌이키지 못했던 주제에……. 모르간이므로, 모르간이 이카본에게 하는 말이므로, 송곳처럼 꽂히는 말들. 상처 입은 얼굴로 그녀는 그를 상처 입힌다. 서로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 서로를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순간 던지는, 효율적으로 벼린 말들.
모르간은 그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한다. 함부로 말하지 말아라. 나는 그의 마음 하나 돌이키지 못한다. ……그러나 정말로?
3.
요정국 시절 서가에 기대어 함께 책을 읽는 이카본과 모르간이 보고 싶다.
🍎 - 너는 마치 미래를 읽는 것처럼 글을 읽는군.
🕰️ - 기쁘게 읽을까. 어떤 미래라도 자리할 수 있게.
🍎 - 기쁘게 받아들일 미래 같은 건…….
🕰️ - 올 거야. 당신이 기뻐할 날이.
어떤 근거도 없는데, 모르간은 막연히, 그가 말한다면 이루어질 것 같다고 생각하고 만다. 이카본 키르히아이젠이 말한다면 무엇인가 정말로 그런 날이 오고 말 거라고.
그리고 그를 다시 만났을 때, ……
4.
모르간이 이카본에게, 증명하라……는 요구에는, 증명하지 못하면 너를 버리겠다는 말보다는 증명해주기를 바라는 그 마음이 저변에 깔려 있음을 무시할 수 없으리라고 생각한다.
그녀에게는 시험할 위치와 그럴 권리가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것이 이카본이라면 그 작동을 확인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녀의 눈에 깃든 요정안으로 읽고서도 의심할 만한 진심을 가진 그 남자라면, 더욱 증명하기를 요구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그럴 때마다 그는 몹시도 자상하고 몹시도 냉정해서, ……내가 증명 않겠다 하면 어쩌려고 그런 말을 해…… 사근사근하게 소근이다가 또 결국 그녀의 마음을 그녀의 눈앞에 꺼내고 만다. 증명해주길 바라는 거지.
이카본 키르히아이젠은 요정안도 현재시도 없다. 그가 입에 올리는 것은 모두 그의 합리적인 추론과 이성적인 통찰뿐이다. 그런데도, 그의 말은, 정말이지……
5.
이문대의 모르간이 자신의 이름을 크게 싫어하지는 않았어도 큰 애착은 없었으리라고—기실 그녀를 지칭하는 호명 자체에—생각하는데 이카본이 그녀를 부를 때의 울림으로 인해서 애착이… 조금은 있으면 좋겠지… 싶기도 함
모르간, 하고 부를 때면. 그는 그것이 마치 세상에서 가장 귀중한 어휘인 것처럼 말하고, 정말로 소중하게 여기는 듯한 음성과 말씨로 부르며 다가온다. 그는 모르간이 모르간이기 때문에 사랑하므로.
그러니 조금은, 그때는…… 모르간이 그녀 자신을 아낄 수도 있겠지.
6.
이카본은 아무리 모르간에게 익숙해도, 아무리 자주 보아도 며칠에 한 번쯤은 넋을 놓고 그녀의 얼굴을 들여다보는데…… 그럴 때면 태연스럽게 반응해주면 좋겠어서.
요정국 체류 시절에 날마다 새롭게 근사하고, 신선하게 어여쁘겠지. 하고 이죽거리면서 자기 머리 쓸어넘길 것만 생각하면 가슴이
HAPPY END?
1.
🍎 - 너는 무엇을 읽지 않는 날이 없구나.
🕰️ - 읽고 가르치는 게 업이었으니까.
🍎 - 그래, 오늘은 또 무엇을 읽는 거냐.
책장에 기대 서선 책을 읽던 이카본은, 페이지를 한 번 훑는가 하더니 부러 그 앞 페이지로 돌아간다.
🕰️ - 인간이 국가를 인간의 천국으로 만들려고 했던 것이 언제나 국가를 지옥으로 만들어 버렸다네.
모르간의 눈썹이 꿈틀거린다. 태연스럽게도 그는 눈을 감으며 책갈피를 꽂고는 책을 덮는다.
🕰️ - 프리드리히 휠덜린, 휘페리온.
🍎 - ……후. 네 그 지독하고 고약한 성미는 도무지 견딜 수가 없구나.
해시태그
@ 잠들어 있던 드림주/드림캐가 악몽을 꾸는 듯 잔뜩 찌푸린 얼굴로 뒤척이고 끙끙거리면 드림캐/드림주는 어떻게 반응할까요?
일단 즉각 깨우는 게 모르간이고 의외로 이카본은 꽤 제법 모르간을 한참 지켜봄… 무엇이 그 수면을 그리 만드는가… 적으로. 결코 그녀는 이카본이 그랬듯 그저 위정자의 자리에 있다고 그 자체가 죄악감이 들어 악몽을 꿀 종류의—계급적 관점으로—사람은 아니니까.
그러다가 마침내 이마를 짚어주며 깨면, 식은땀을 흘리던 모르간의 눈이 불현듯 시선을 맞추면, 그제야 이카본은 실감하고 마는 것이다. 그런 생각 같은 것 필요 없지 않은가…… 역시 그냥, 그렇게 생각해봐야 막상 눈을 마주하면 당신을 걱정했다고, 그 말로 인하여 당신을 용서 않을 자들이 듣는대도 말밖에 할 수 없게 되지 않는가…… 따위의 생각을.
@: 탐드 드림캐가 드림주에게 준 첫번째 선물이 궁금해요
🕰️ - 단 꿈에 젖을 키스와 감미로운 기만, 그리고 칼로 벼린 듯한 거짓말.
🍎 - ……‘내’가 준 것으로.
🕰️ - 불온한 은닉과 무시로 젖어들 상사병.
🍎 - …………(할많하않)
#드림서사가_영화였다면_NG가_난_장면은
륵간이 까번한테 베일 걷어주면서 사무치게 아름다우냐. 닳도록 보거라. 라고 하는 장면이라거나 날마다 새롭게 근사하고, 신선하게 어여쁘겠지. 라고 이죽거리는 장면에서 이 깎깨물고 있다가 제발…… 제발 이런 대사 그만… 하고 고개 떨구면 귀엽겠다
@드림주/드림캐는 드림캐/드림주의 감정을 부담스러워한 적이 있나요?
🍎 - 그의 애정이 아니라, 내 전부를 갖는 게 아니라면 내 머리털 한 올 필요 없다는 그 결벽적인 가차없음에 대하여, ……때때로…….
🕰️ - 그 감정을 전부 받아들일 그만한 각오조차 하지 않고 사랑한다고 말할 리 없어.
🍎 - ………………네가 나 때문에 말을 번복할 때 이런 기분이었군…….
@탐드탐드!! 만약 드림주가 선역이 아니라 악역이였다면 드림캐와 어떤 관계가 됐을지 먹여주시오
여왕과 추밀원 의장이 이 루트임
너희는 이 엉망진창으로 비틀린 이문의 세계보다 존재 가치가 없고 그게 내가 현자로서 내린 결론이다
적폐 상아사과
1.
요정국 체류 시절 이카본이 모르간을 두고 그의 신부…… 따위의 말을 하거든 모르간은 퍽 심기가 불편해진 것처럼 픽 웃고는 아, 나는 내 앞에서 무릎을 꿇은 사람의 모습도 내게 반지를 건네는 사람의 모습도 보지 못했는데. 라고 말하는 게 보고 싶다
냉큼 무릎을 꿇으려거든 괜히 이마께를 손가락으로 쿡 찌르는 그 여자의 말씨도
2.
전정을 결정한 쪽이 이카본이 아니라 모르간이었다는 이야기는 늘 했던 것 같고 그때 모르간이 맞을 죽음의 세부사항을 논의할 때 이카본이 눈물 뚝뚝 흘리면서 내가 당신을 곤란하게 한 적 없잖아, 당신에게 무리한 요구를 한 적도 없잖아… 라고 매달렸다가 아 싶어져서 내가 지금 곤란하게 만들고 있구나… 하고 어쩔 줄 몰랐다… 뭐 이랬는데
이카본은 그때의 자기가 되게 구차했다고(아니 근데 간신히 얻은 모르간인데 일주일만에 자기가 죽음을 인도해야 하게 생겼으면) 기억하는 반면 모르간은 이 모습 보고 (와 진짜 할 수 있으면 평생 데리고 살고 싶다…)Oo 생각했던 거면 약간 좋겠다
토네리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