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rgan le Fay

대신 내가 쏜 납화살이 네 가슴에 맞았잖은가.

 

 

 

상세 𝐃𝐞𝐭𝐚𝐢𝐥

이문대의 모르간, 구세주 토네리코.

이름이 소실된 흔해 빠진 카멜롯의 현자와 달리 요정 모르간은, 그 자신의 이름으로 기록되었으므로 공상 위에서 누락된 기술을 번복했다.

후지마루 리츠카와 함께 브리튼 이문대로 상륙한 이카본 키르히아이젠을 자신의 궁정으로 빼돌렸다. 여왕의 무엇으로 작위를 주지 않았고 마땅한 귀빈으로 대접하지 않았다. 해를 끼치지 않았으며 칼데아의 어떤 것도 묻지 않았다. 
그는 그녀가 가꾼 뜰을 해체하고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말살하고 그녀를 장사지내기 위해 그녀의 땅에 발을 디딘 자였다. 그리고 그저 범인류사의 브리튼을 모조리 알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토네리코가 바라던 ‘범인류사의 손님’이라는 요건을 모두 충족했다. 다시 말하자면 이카본은 모르간이 토네리코로서 기능하던 시기를 그녀 스스로 톺아보는 듯한 양가감정을 구체화한 사람이었다.
이카본이 손님인 이상, 그녀의 왕국을 보게 해야 하는 이상 영원히 범인류사의 인간으로 남아야 했으므로 이카본에게 범인류사의 유실물 따위를 모조리 안겨주는 등의 편의는 봐주었지만, 그뿐, 바반 시를 포함한 모두와 연관시키고 싶지 않은 자였다.

이카본 키르히아이젠은 트러블메이커와는 거리가 멀었다. 행운이었을지도 모른다. 온 요정국의 새벽별이며 저녁별인 모르간에게는 칼데아의 마스터보다 더 시급하게 신경을 쏟고 골몰해야 할 일이 많았다. 이카본이 모르간을 다소나마 곤란하게 하는 일 따위, 여왕이 금한 과실의 가공을 좋아한다고 때때로 투정을 부리는 것만 제외한다면 밀 한 톨 만큼의 트러블도 없었다.
이카본은 발코니에서 요정국과 범인류사의 책을 읽었다. 범인류사로부터 흘러들어온 책은 모조리 그의 손에 들어갔다. 모르간은 적어도 그것만큼은 그의 편의를 봐주었고, 이카본 또한 이 영원한 황혼의 볕을 받으며 책 읽는 것을 좋아하는 것만 같았다. 언제까지고 이곳에 머무른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을까. 어쩌면 그는 앞선 이문대들을 절제하는 경험을 기저에 깔린 소망에게 양식으로 주었는지도 모른다. 이대로 평온하다면 좋겠어.
이카본은 모르간의 손을 잡고 가끔 카멜롯의 후원으로 향했다. 모르간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먼저 찾아오는 법도 없었다. 지나치게 친절했다. 이문대를 절제하면서 그런 다정함은 함께 사그라지는 것이 마땅할 텐데. 모르간이 찾아올 때면 언제고 조용한 태도로 차를 내놓았고 지루하지 않을 법한 새로운 화제를 꺼냈다. 필요한 것이 있느냐고 물을 때면 이카본은 농담처럼, 희끄무레하게 번질 것만 같은 음성으로 말했다. 모르간, 역시 나는 애플 타르트가 좋아. 열여섯 살짜리 아이에게 하는 말처럼 반질반질하게 닦은 말씨였다. 감히 교만하게도 언젠가 모르간이 그에게 경어를 사용할 거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아, 어쩌면 이 작자는 그저 바다가 보이는 카페에서 애플 타르트를 먹고 싶다는 이유로 노리치에 갈지도 모른다. 모르간은 불현듯 생각했다. 그런 작은 것을 위해 몸을 던지는 사람이란 도대체 무얼 하는 사람인가. 아마 요정이 생성되고 소멸하는 영겁의 시간 동안, 모르간 르 페이는 이카본 키르히아이젠을 죽어도 이해할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모르간은 이카본이 때때로 그녀를 사과의 섬이 곧 그녀인 것처럼 말할 때마다 존재하지도 않은 양심을 칼로 도려내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범인류사의 그녀가 결코 온전히 갖지 못한 아발론을, 이문대의 그녀조차 온전한 형태의 것을 갖지 못한 아발론을 그녀의 수식어로 사용할 때마다 모르간은 꿈을 꾸었다. 그녀의 기억이 아닌 것인 꿈이었다. 이카본은 모르간 르 페이가 오로지 그를 기만하고 이용하기 위해 안개의 성으로 찾아갈 때마다 손수 횃불을 들어 안개를 쫓으며 마중 나왔다. 물거품의 성으로 당신을 찾으러 갈게, 라고 말하는 상냥한 목소리가 들리면 이미 새벽녘이었다.
모르간은, 그는 죽는 날까지 모를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르토리아 펜드래건과 같은 길을 걷는구나. 기름부음받지 못한 나의 임금님, 이라고 말했을 때 그녀가 아닌 모르간이 그 말을 듣고 싶어했음을. 이문대의 그녀에게는 너무도 늦은 이야기를 하는 상아탑의 현자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