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데아 (SEP, 2023)

플레이일지의 연장선

 

1.
🕰️ - 이번에 새로 구상한 예장이야. 설계도는 이쪽. 공정이랑 원리 규명도 적어뒀고 구현만 하면 돼. 만들어줄 수 있을까?
🍎 - ……탁월한 발상이다. 이 회로대로면 병목현상도 발생하지 않을 테고…… 구상도 설계도 나쁘지 않고……. 헌데 이쪽의 미세공정화는 상시로 계산하면서 돌아가야 할 듯한데. 어떻게 해결할 작정이냐?
🕰️ - ? 그건 이제 만드는 당신이 생각해야지…….
🍎 - (이놈 봐라……)
기획자와 개발자의 흔한 문제 어쩌고

2.
2부 6장 이후의 이카본이랑 2부 3장~5.5장까지의 이카본은 거의 다른 사람이라 해도 무방하다고 느껴서… 아침 느지막이 일어나는 거야 겉으로 보기엔 비슷한데……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밤엔 자다가도 벌떡벌떡 깼을 듯
이게 현실이라고? 이 따위가 내가 지켰던 범인류사라고??
여기에 매몰돼서… 아르토리아도 그렇고 범원탁이 좀 ‘묘하다’를 느낄 상태일 것 같음 그런데 이제 카멜롯 시기랑 다르냐고 하면 또 아니라서… 2부 6장 이후에 애가 완전히 풀어져서 모르간 옆에만 꼭 달라붙어 있을 때나 ‘모르간’이란 개념 자체가 이카본에게 주는 안정감은 이렇게 다르구나…… 싶고… 한편으로는 그 안정감은 이몰간이기 때문에 겨우 얻었나 싶고…

3.
2부 3장이면 아직 퀵의 시대였던가…? 이카본은 2부 3장에서 합류해서 2부 6장 전까지 리츠카 서번트들이랑은 지휘 합의만 맺었으니 아무튼 무지성 암슼슼 버슼슼 썼겠지…
나 캐밥 실장 전에 접어갖고 아츠의 시대가 정확히 언제부터 시작했는지 모르겠어

 

 

아기바반시와 새아버지

 

1.
성인남성 이카본한테 미필은 가만히 있어! 할 군필 바반시 실존(아님)

2.
바반시나 모르간 둘 다 요정이니 알코올에 취하진 않을 느낌인데… 진짜로 셋이 어디 가면 바반시랑 모르간만 술 시키고 이카본은 논알콜 칵테일 아니면 콜라 시키는 거 아니냐
아기바반시 이카본 애 같다고 엄청 놀리는 게 벌써부터 눈에 선하다

3.
아기바반시랑 이카본 가끔은 때늦게 호러무비 보다가 같이 잠들면 좋겠다. 주말에 밤늦고 애매하게 잠이 안 와서 졸릴 때까지 보자~ 느낌으로 불 꺼진 마이룸에 팝콘이랑 콜라만 안고 소파에 기대앉아서 보다가 잠들어서 항상 결말이 기억 안 날 느낌.
그런데 이카본은 시각적인 공포보다 청각적인 공포에 더 예민하고 바반시는 좀 더 비주얼적인 호러에 집중해서 청각적인 공포보다는 시각적인 공포에 더 민감해서 둘이 취향은 살짝 다를 것 같다. 이를테면 바반시가 좀 더 전통적인 호러무비, 일반적인 공포에 평점을 높게 준다면 이카본은 어둡고 고요한 곳에서 비주얼적인 뭔가 없이 청각적인 미지에 집중하는 차이. 그래서 각자 골라온 영화 취향 달라서 티격태격하고 싶다는 뜻입니다
아침에 모르간이 마이룸 들어왔다가 TV는 켜 있지 애들은 소파에 드러누워 자고 있는 거 보고 하. 다음번엔 TV에서 기어나온다는 유령 이야기나 보는 게 어떻겠느냐. 교훈을 얻을 법한데. 해주면 좋겠다
3-1.
하 근데 바반시랑 이카본 엑소시스트 보면서 이카본이 스파이더 워크 장면에서 저런 거 할 수 있니? 했다가 머리털 쥐어뜯기는 거 너무 좋은 것 같아

4.
토마토주스팩이나 쪽쪽 빠는 아기바반시한테 꼭 옛날이야기 읽는 톤으로 그녀에게는 주스나 피나 똑같아서…… 라고 말했다가 머리 쥐어뜯기는 이카본 생각하고 행복해짐
당근이지
아기바반시가 이카본이 진짜 싫었으면 벌써 -어머님- 선에서 어떻게 되었음

5.
👠 - 잡지에서 ‘사과하고 싶지만 솔직하게 말하지 못할 때 상대방의 옷자락이나 소매를 잡아당기며 올려다보면 효과적☆’이라는 글을 보고, 토라진 이카본을 부르면서 소맷자락을 잡아당겼더니 투둑 하는 소리와 함께 셔츠 소매가 가차없이 찢어지고 말았어.
근력A의 바반 시

6.
아기바반시는 왠지 치즈 샌드위치 좋아할 것 같다. 이카본은 치즈 싫어하지만. 모르간은 딱히 싫지도 좋지도 않아서 그냥 있으면 있는대로 먹고 없으면 없는대로 먹을 것 같고.
워터비스킷에 브랜디와 올리브유를 섞고 과일 소스를 뿌린 로크포르 치즈를 더한 샌드위치랑 호밀빵에 크림치즈를 곁들인 이탈리아풍 샌드위치 챙겨서 바반시가 좋아하는 날에 셋이 피크닉 나갔으면 좋겠다. 그런데 그런 날이면 어김없이 비가 오거나 흐려서 아기바반시가 내가 운이 나쁜가…… 할 것도 같은데……😥
그래도 아직은 그리 날이 쌀쌀하지는 않으니까. 모르간이 우. 하고 창가 내다보는 이카본 가리키면서 바반시한테 이카본은 더위에 약해서 날이 너무 맑으면 힘들어하니까 ‘우리 셋이’ 피크닉 가기엔 도리어 좋은 날 아니냐고 해주면 좋겠다. 그쯤 되면 왠지 둘이 의사소통 능숙하게 할 것 같아서…
그러니까 바반시가 톳톳톳 이카본한테 와서 야~! 내가 널 위해서 오늘로 고른 거야! 알겠니?(도야가오!) 해주면 좋겠다고 이카본 좋아할 법한 치즈 뺀 연어 오픈샌드위치도 바반시가 만들어줬어

 

 

FGO 엔딩 후

 

1.
이카본이 출장 나왔을 때 좀 시차도 있고…… 밤에 뒤척이다가 정말로 이유 없이 보고만 싶어서 휴대폰 또드닥거리다가 모르간한테 메시지 보내는 거 보고 싶다. 그런데 모르간은 보통 문자 잘 안 하고(애초에 휴대폰 자체를 잘 안 쓸 듯) 바반시랑 이카본이랑 셋이 쓰는 단톡방도 보통 눈팅만 하니까 이것도 딱히 답장은 안 오겠지 하고 보냈는데
까지 썼는데 둘 중 하나면 좋겠다.
보내자마자 전화와서 화들짝 놀라 받았더니 그날 처음 말하는 것처럼, 이제 잠에서 깬 사람처럼 잠긴 목소리로 말하는 모르간이라거나
읽음 표시만 뜨고선 한 10분쯤 뒤에 대뜸 모르간 번호로 어머님이 내일 아침에 전화 거신대 라고 누가 봐도 아기바반시가 쳐준 메시지 온다거나
그런 거……

2.
🕰️ - 시리야.
📱 -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 - 모르간한테 내가 미안하다고, 지금 어디냐고 문자 보내줘.
📱 - TO.모르간 <미안하다고 지금 어디냐>
🕰️ - 아니, 존댓말로 보내야지.
📱 - 메세지를 전송했습니다.

3.
이카본과 모르간은 명절이 아니라 연휴인 셈으로 생각하면 되겠지? 아니… 영국사람이라 하베스트 선데이 챙기려나? 근데 둘 다 기독교인도 아닌데 그런 거 지키겠냐
아무튼 FGO 엔딩 맞고 난 연휴엔 모르간이 오후 두 시쯤 일어난 이카본 보면서 픽 웃는 걸로 하루를 시작할 것 같다… 자정에 잤는데 오후 두 시에 기상하다니 14시간을 잔 셈이라니 대단하다고…… 그래서 아기바반시가 특유의 그 뿌핫-! 하는 얼굴로 웃으면서 너무 자서 얼굴 부었어! 하면 좋겠다
헤헤
아 이러니까 갑자기 엔딩 후에도 바게스트랑 요슬롯도 수육하면 좋겠는데… 이카본 열심히 벌어야겠네 요정기사까지 다 부양하려면 대저택 하나 사야 하는 거 아니냐

 

 

두 사람의 성질

 

1.
🍎 - 찬장에 틴케이스가 갑작스레 늘었구나. 모두 찻잎이냐?
🕰️ - 😶! 보고 있었니? 하나 내올까?
🍎 - 무얼. 두 잔이나 마실 생각은 없다. 구경만 시켜다오. 보자…… 웨딩 임페리얼…… 그랜드 웨딩…… 웨딩 브렉퍼스트…… 로열 웨딩…… 하.
🕰️ - 아하하……☺️

2.
이카본이 잠들겠다며 침대에 누워 눈을 감은 모습은, 모르간이 언제고 자신만이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습이다. 범인류사의 모르간은 보지 않았을, 이문대를 거친 그녀만이 볼 수 있는 모습. 출장 때 다른 서번트도, 리츠카도 그의 잠든 얼굴을 본다고 하지만 그런 개념과 이쪽의 개념은 다르다.
그래서 그녀는 새근거리는 숨소리가 들릴 적이면 항상 몸을 굽혀 그의 이마에 흘러내린 머리칼을 걷고선 입을 맞춘다. 이만하면 잠들었으려니. 하루는 문득 그 머리칼을 만지작거리는 게 싫지 않은 기분이라 차분히 손가락에 곱슬거리는 머리칼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더니, 이카본이 슬그머니 눈을 뜨며 묻는다.
오늘은 키스 안 해주니?
……이제껏, 한 번도 잠든 채 키스받은 적 없었음을 내내 비밀로 하다가, 하필.

3.
🕰️ - 때때로 생각해. 잘 우린 따뜻한 홍차를 마시면서 애플 타르트 먹는 게 내가 다다를 수 있는 가장 완전하고 최고로 기분 좋은 상태일까……? 같은 거.
🍎 - 가장 완전한, 까진 모르겠다만 나쁜 기분은 아닐 듯하군그래. 한데 왜 그리 울상이냐.
🕰️ - 자꾸 머릿속에서 그렇다고 하잖아……😢 조금 슬픈 일 아니니?
🍎 - ……음. 언제는 이제 사적인 인간이라 나를 고를 수 있었던 것이라 말하더니…… 정말로 사적인 인간이 되는 것도 곤란해할 줄이야.
연상의 애인 앞에선 항상 하찮고 귀여워지는 말만 하는 어린 이카본
이제는 갓 세탁해 뽀송뽀송한 셔츠 입고 안락의자에서 찻잔 들고 있으면 세상이 행복해지는 사람 됨
아르토리아 ‘모르간’이 옆에 있을 때 이카본의 안정감이란 이런 거구나…… 싶어짐

4.
칼데아에서, 애플타르트 먹는 이카본 옆에서 한 조각 집어 들고선 자기도 먹는 모르간 보고 싶다. 바작거리는 단 디저트 먹으면서, 등을 기댄 테이블에 한 손을 짚은 채 고개를 들어 천장을 올려다보는.
그러고선 불쑥 왜 그렇게 나를 좋아하냐고 묻는 모르간도 보고 싶다. 생글생글 웃으면서 맛있지? 하고 묻는 이카본 때문에

 

 

해시태그

 

#드림캐가_드림주를_소환했는데_소환한_드림주가_식사중이었다면
백이면 백 모르간이 사전고지 없이 냅다 마술로 이카본 호출할 때는 엄청 긴급한 일일 텐데 이카본이 포크 들고 얼타고 있으면 대충 이러겠지🥰
🕰️ - 어…….
🍎 - 삼십 분만 참아라. 허기는 내가 해결해줄 테니.
🕰️ - ……와아. 방금 당신 굉장히…… 속된 말로 드라마 주인공 같았어.

@: 드림주와 드림캐가 함께 노래를 듣는다면 어떻게 듣는지(같이 이어폰을 나눠낀다든가, 그냥 폰으로 재생해서 듣는다거나, 블루투스 스피커를 쓴다든가...), 그리고 노래의 장르는 어떤지 궁금해요!
보통 진공관 앰프 물린 턴테이블에 레코드판 올려서 클래식이나 듣지 않으려나. 아니면 80년대 언저리까지의 오래된 뮤지컬 영화 음악 같은 거. 디지털 CD로 들어도 그나마도 도이치 그라모폰 레이블까지가 모르간이 취향 삼아 같이 들어주는 범위고(클래식만 듣는단 소리)
이카본이 디지털 앰프에 아몬아마스나 칠드런오브보돔 같은 거 틀어놓고 있으면 모르간은 그냥 대충 취존하고 스루하는데 아기바반시가 어디서 돼지 멱 따는 소릴^^…… 하면서 씨디 뽀갬

@ : 드림주가 만약 유튜버라면? 어떤 주제의 영상을 올리나요? 만약 대박 터져서 며칠 만에 백만이 넘겨버리면 어떤 영상 덕에 히트를 친건가용
북튜버 같은 거 할 것 같지 않나?
항상 조용조용한 목소리로 웃으면서 소설 줄거리 요약이나 좋은 부분 반 챕터 정도 낭독하거나 인문철학서 해설해주는 게 주 컨텐츠인 사람이고 라방켜도 책 추천해주는 게 전부였는데 어느 날 썸네일도 없이 오페라의 유령2-맨해튼의 유령(ㅋㅋ) 같은 희대의 끔찍한 책 화형식한 영상이 백만뷰 달성함
그 사람 그렇게 화난 건 처음 봤어요
구독자도 진짜 소수였는데 그 영상 때문에 갑자기 늘었을 듯

@드림주들 진짜 애지중지하는 거 있어요? 알려줘 구몬이야
이카본 모르간 꼮끄랑 안고서 질문자 빤 쳐다보다가 배시시 웃으면서 자기 얼굴 가리키고는 나! 할 것 같음
(🍎: ㅎㅎ……)

@인권유린상자에 갇힌 드림주와 드림캐
이카본 모르간 허리 꼭 끌어안고서 우리 한숨 자고 생각해볼까? 할 것 같다. 품에 얼굴 묻고 나른나른하고 좁고 모르간은 가까이 있고 해서 잠깐 외근 나온 기분으로 한두시간 잠들었다가 모르간이 깨워서 그제야 일어나곤 알아서 나오겠지
상자 나오는 법은 모르간이 알아내줌
무능의 아이콘 이카본(아님)

@탐드구몬!! 드림캐랑 드림주랑 하룻동안 몸 바뀐 거 주세요
이카본 생각보다 모르간 굽 달린 부츠에 빨리 적응해서 잘만 걸어다니는 거 아니냐…? 모르간만 왠지 눈높이가 생각보다 높아서 이카본 몸으로 괜히 낯설어할 것 같다.
다만 이카본이 적응 못하는 지점은 백퍼 근력일 듯(…) 당연하게 자긴 못 들 거라고 생각하고 마창은 주위에 띄워놓는 낭비적인 짓이나 할 듯. 마창도 창으로 쓰는 것도 아니고 무슨 전도체처럼 마력증폭기로 써서 리츠카가 아 맞다 몸 바뀌었지… 하고 교대함
이카본이 하던 일하러 간 모르간은…… 내가 사람들이랑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한다고? 에서 GG침

@드림주와 드림캐 상견례 양측 부모님 반응이나 둘 중 한 명 부모님 반응은 어떤가요?
벌써부터 눈썹 각도 올라가는 이카본 아빠가 눈에 선하다
이카본이 얘는 그 모르간이 아니고 이세카이의 모르간인데 저한테 잘해주더라고 하면 아무래도 아버님께서 그 말을 어디 믿으실까요
이문대의 모르간이 모르간만 아니었다면 상견례 프리패스상이었을 건데 정작 이카본이 상대가 모르간이 아니라면 어떤 여자와도 결혼하고 싶어하지 않아서 아들의 문제다
친부모는 아니지만 비의 씨족…… 그분들이라면…‬
뭐…‬
무난하게 넘어갈 법도 하면서……도… 상견례가 문제가 아니지 않을까 싶으며‬

@: 상대방의 속마음을 들을 수 있게 됐을 때, 드림주는 상대방에게 무슨 생각을 했으며 그걸 들은 드림캐의 반응은 어떤가요?
🕰️ - (모르간이 3인칭 쓰면서 모르간이 예쁘다고 말해주면 좋겠다)
🍎 - 그럴 일 없으니 입 밖에는 내지 마라.
🕰️ - 난…… 말할 수 있는데…….
🍎 - (경멸!)
제아무리 이카본을 오냐오냐하고 해달라는 거 다 해줘도 이런 건 죽어도 못 해줄 듯

 

 

꽁냥꽁냥 적폐 상아사과

 

1.
요정국에서 모르간은 도통 투정이란 것을 부리지 않았(다기보단 부릴 사람도 없었고 못 한 것에 가깝겠지만)으니까… 이카본이 칼데아에서는 조금, 투정을 부렸으면…… 하고 뺨을 살살 쓸어본 날도 하루 정도 있었다. 그 뒤로도 별반 달라지진 않았지만.
다만 어느 날 불쑥, 모르간은 급한 용건이라면서 이카본을 호출해선 그녀의 취향도 아니었던 디저트를 양껏 끌어다 먹으며 시답잖고 별것 아닌 푸념들을 늘어놓는다. 오늘은 아침부터 키요히메와 리츠카가 소란을 떨었다, 그것들은 칼데아의 방음 설계를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이 아니냐, 오늘 있었던 주회에선 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아느냐…… 같은. 생전 그녀가 하지 않을 말뿐인데다 급한 일을 앞두고 아이스브레이킹을 할 만한 사이는 아니라 생각했으나, 부지런하게도 놀리는 입과 새어 나오는 음성이 제법 기분 좋아 이카본은 사근사근하게 웃으며 끊지 않고 들어준다. 모르간이 설마하니 급한 일을 그르칠 만한 사람은 아니니, 뭐 그리 놀랄 일인가. 그녀가 빈 오페라케이크 접시를 밀어놓으며 ……그럼, 이만. 하고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까진.
이카본이 눈을 깜박거리며 급한 용건이라고 들었는데. 라고 묻거든, 모르간은 겸연쩍게 손톱 끝으로 접시를 톡톡 두드린다. 한참을 망설인 끝에야, 그녀가 푸념이랍시고 한 말이 모두 무엇을 생각하며 쥐어짠 말인지 고백하듯 모르간은 대답한다. 용건은 분명히 해결했노라고.
그 한정없이 가벼운 푸념과 투정이 얼마나 사랑스러웠는지 모르간은 아마, 이카본의 얼굴을 보고도 모두 알 수는 없을 것이다.

2.
이카본은 손재주 없으니까 종종… 구식 예복처럼 뒤로 돌려서 묶는 허리끈은 예쁘게 리본 못 맬 것 같은데 보통 브리튼에서든 요정국에서든 시종들이 묶어줘서 애로사항 없었단 말이야?
그런데 이제 특이점 잠입수사… 이런 것 때문에 오랜만에 예복 입을 때는 혼자… 입고 나와야겠지. 어찌어찌 뒤로 돌려서 묶고 나오고선 이제 가자면서 이카본이 앞장서니까 모르간이 아주 자그맣게만 피식 웃고선 그대로 있으라고 허리끈 예쁘게 다시 묶어주면 좋겠다 헤헤 손 많이 가는 도련님

3.
사실 나는 모르간에게 이카본의 행동거지나 그의 존재 등 모든 게 익숙해져서 이카본 골골거릴 때 리츠카가 병문안 와서 쩔쩔매면서 괜찮아질까요? 더 심해지는 거 아니에요? 하고 있으면 모르간이 대수롭지도 않게
……뭘. 내일 내 남편 장례식에나 오거라.
하고 농담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녀의 궤멸적인 유머감각
3-1.
아니 근데 저 '내 남편 장례식에나 오거라'라는 말이 망한 농담인데 그냥 어쨌든 좋은 이유가... 명확한 이름으로 호명하는 게 아니고 관계를 이르는 말로 호명하고 당연히 걔 침대 앞에 앉아서 이마 짚어주면서 병문안 온 사람 맞아주는 거...
너무...
그.......일상성의 무엇 아니냐

4.
이카본에게 유일하게 내린 모르간의 NG호칭이 ‘누나’나 그와 유사한 단어니까 이카본이 하루는 그럼 당신이 나를 오빠라고 부르면 되겠네. 하는 거 보고 싶다
모르간 너 그게 무슨 파닭 시켜서 나는 닭을 먹을 테니 너는 파를 먹거라 같은 소리니 같은 눈으로 쳐다보면 좋겠다(적폐발언)

5.
모르간 책 읽고 있었는데 이카본 뜻 없이 모르간! 하고 부르더니 꼮끄랑하고서 제 맘대로 뺨이며 목덜미에 뽀뽀쪽쪽하는 상상
결국 책은 제대로 읽지도 못하는데 제멋대로 키스해대는 태가 적잖이 치대고 싶어하는 어린 애인의 그것이라,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이카본 손 끌어다 손가락으로 자기 입술 톡톡 두드리게 했으면 좋겠다
애처럼 볼에나 하고 여긴 안 하느냐는 것처럼

6.
🧡 - 그러고 보면, 현자님은 어딜 보고 폐하인 쪽의 모르간에게 반했다고 생각하세요?
🍎 - 그리 오래 보고도 뻔한 것을 묻는구나. 얼굴 아니겠느냐.
🕰️ - ……얼굴? 아니.
🧡 - 뭐, 뭐야, 그렇게 정색할 건 없잖아요…….

7.
내가 포켓몬슬립 꾸준히 해가지고…
이카본 포슬립하면서 휴대폰 엎어두고 자는데 매일 같이 자는 리더포켓몬 이브이로 해두다가 어느 날 샤미드로 진화시켜서 모르간이 ……나 닮은 건 글레이시아라고 하지 않았나? 하면 좋겠다.
그런데 눈 하나 깜짝않고 뻔뻔하게 당신 글레이시아였는데 더워서 녹았어. 그래서 샤미드 됐어. 이래서 모르간 자기도 모르게 그때만은 풋 하고 웃었으면
그럼 겨울엔 다시 글레이시아 되냐고 어린 애인 머리 살살 쓸어줘

 

 

요정기사들이랑 상아탑의 남자랑

 

1.
🥔 - 나는 가끔 마스터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건지 잘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그게 폐하께서 구태여 ‘몽상가’라고 칭하시는 이유겠지. 어제도 사과 한 바구니를 가져다드리니 턱을 괴고 삼십 분이 넘도록 말없이 쳐다만 보더군. 정물화라도 그릴 생각인가 했다.
👠 - 처음에는 나도 되게 심각한 고민이라도 하는 줄 알았는데 그거 틀림없이 “애플타르트가 나을까 사과잼이 나을까 애플파이가 나을까”일걸.
🥔 - ……정말로?
👠 - 어머님이 요정안으로 보고 전달해주셨어. 뭐야? 너 나 지금 의심해?
🥔 - (눈_눈) 그런 거였나…….
이카본이 요정기사들한테 밑천 드러나기 시작한 사유=모르간이 천기누설함
그 전까진 ‘범인류사 브리튼’의 현자였고 원본 원탁들이랑 알고 지냈단 사유로 바게스트가… 좀 어려워했을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