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철, 김태환 번역.

 

예전에 한동안 주위에서 화제가 되었던 책이라 같이 읽었다가 다시 한번 읽었던 책. 재독이라 내용에 대한 감상보다는 책 자체에 대한 회고에 가깝다. 그때 읽었을 때에나 지금 읽었을 때에나 생각할 부분이 많았기 때문에 좋은 책이었던 건 사실이지만, 여전히 내게는 사유의 잠언에 가깝게 느껴졌다. 이전에 언급되었던 학자들의 재해석도 썩 낯설지만은 않은 익숙한 담론들이었기 때문에 이게 정말로 리뷰처럼 고도의 지적 경험을 가능하게 하는 책이었을까...? 라는 생각은 들게 했다.

다시 읽었을 때엔 주로 노성숙의 저작들(부정성, 비동일적 자아 관련해서)이나 액체근대(소비 사회에 대한)를 읽었을 때의 관점으로 사랑의 모습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데, 왜 이 책이 호평을 받고 있는지는 알겠다. 이 책은 짧은 분량 안에 양질의 이야기들을 최대한 알기 쉽게 직관적으로 작성한 책이다. 액체근대나 헤겔의 저작은 그냥 읽기에는 너무 두껍고, 어렵고, 직관적이지 못하다는 게 사실이니까. 그와 유사한 사유를 보다 컴팩트하게 경험할 수 있게 하고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알고 싶어하는 에로스적 사랑에 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접근성도 높았기 때문에 호평을 받았던 것 같다. 물론... 짧기 때문에 하루, 이틀이면 다 읽을 수 있는 책인 것도 사실이고.

앞으로도 여전히 사랑의 부정성과 초월성을 지닌 자아의 세계는 저물 것이고, 나는 사회는 여전히 긍정성의 과잉으로 나아가는 걸음을 멈추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야 정신의 사유를 더욱 깊이 파고들고자 하고 부정성이 보여주는 것에서 고개를 돌리지 않고 싶어하지만... 사회 전반의 흐름은 그럴 수밖에 없지 않을까, 같은... 짤막한 단상이다.

에로스의 종말

2021. 9. 29.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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