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쥐 각본
정서경, 박찬욱. 박찬욱 스타일의 로코에 가장 가까운 것을 고르라면 아무래도 박쥐를 고르게 된다. 아가씨가 개봉한 이후에는 물론 아가씨가 가장 상업적인 의미의 로코로도 통용되기에 그쪽을 고르게 되겠지만, 이전에는 아무튼 박쥐가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이게 얼굴이 송강호라서 그렇지 막상 보고 있으면 오타쿠들이 좋아할 만한 장면이나 대사도 많이 나온다는 걸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각본으로 읽으면서 그 생각이 더 명확해졌다. 정서경이 쓰는 대사들은 모두 맛깔난다. 비단 박찬욱의 영화를 좋아해서만이 아니라, 정서경의 대사가 특유의 맛이 있기 때문에 영화 화면을 보지 않고 대사만 들을 때에도 고양감이 느껴질 때가 많다. 나는 이 장점이 매우 큰 취향이었다. 대사는 오롯하게 글과 청각의 영역이다.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