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대 (JUN, 2023)

두 사람의 성질

 

1.
이루지 못할 꿈이라는 걸 알아도, 때로는 그래도 꾸어야 할 꿈이 있노라고 생각하는 모르간이 보고 싶다…… 그런데 그것이 옳은지 어떤지의 가치판단은 의식적으로 구석에 밀어버릴 듯한

 

2.
모르간 베일 걷으면서 이쪽저쪽 뺨에 돌아가면서 뽀뽀쪽쪽거리고 싶다 좀 귀찮다는 듯이 입술에 손가락 올리고 밀어내면 아니…… 나는 그냥 좋아서……ezr해서 결국 한숨 쉬면서 허락해줌
2-1.
‪모르간도 가끔은 이카본 포슬포슬한 금발 살살 어루만지고 손가락 새로 쓸어넘기고 싶을 때가 있었을 거 아냐…(라기보단 희망사항)‬

3.
요정국 브리튼에서도 모르간의 1인칭은 여전히 ‘나’라는 게 너무 좋다…… 이미 왕정의 예법은 정착되었고 수 세기 전통도 익숙해졌을 터인데 임금 노릇을 하면서 공석에서도 임금의 1인칭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게 모르간이 본인 스스로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었는지 잘 드러나서

4.
오늘이 키스데이라던데. 불쑥 이카본이 던진 말에 모르간은 예의 무심한 얼굴 그대로 인간들은 별것을 다 챙긴다고 말한다. 하고 싶으면 하라…… 고 말할 테지만 왠지 내키지는 않는 것 같아서 베일 안으로 손을 뻗어 뺨을 살살 어루만지고 나서야 말을 들려주는 게 보고 싶다.
🍎 - 네 키스는 오늘과 어제가 다르지 않고, 내일과도 다르지 않을 것인데 불필요한 구실을 만드는구나.
🕰️ - ……당신에게는 눈에 보이니?
🍎 - 모두 보인다. 요정이라 인간의 마음을 모르는 게 아니다. 보이기에 이해할 수 없는 게지.
역시 눈에 보이는 애정의 한결같음 때문에 더 이해할 수 없다는 모르간의 말이 그만치 사랑스러울 것 같아서……

5.
무엇을 본다는 것은 본 것을 해석한다는 행위를 전제한다. 그러므로 같은 것을 볼 수 있다는 말은 어쨌거나, 모르간에게 그다지 공감이 가지 않는 말이리라 생각한다. 이카본에게는 어떤 마안도 없고 예언처럼 입에 올리는 모든 말은 그의 머릿속에서 연산한 추론의 결과고, 요정안으로 세상을 보는 모르간에게는 추론하지 않아도 다가오는 진실이 곧 입력값이 될 테니까.
다만 그것을 ‘타인과 다른 것‘으로 규정하여 스스로 고립될 것인지 ‘자신의 고유성’으로 규정하여 한 걸음 떨어져 볼 것인지는 조금 다른 이야기겠지

6.
이카본의 모르간은 말하자면 인간이 요정보다 터무니없이 짧게 살고 마는 사실이 이골난 것처럼 말하면서도 그의 수명을 억지로 늘릴 생각은 하지 않으리라……
그와의 (기실은 초면인)해후를 그보다 하루 전의 모르간은 예상했던가? 수십 년 후 그가 새로이 맞이할 죽음은 어디 예상할 수 있겠는가? 미지의 문제 앞에서는 그녀 또한 결국은 볼 수 있는 것이 아닌 다만 추론하고 예견할 수밖에 없을 것이므로…… 요정안이 있다고 한들 뭐 그렇게까지 상대와 벽을 칠 만한 것도 아니란 개인적인 어떤 것

7.
모르간의 긴 생에서, 모르간이 그녀에게 감사를 표한 바로 그 ‘바반 시’를 만난 순간은 한 번 숨 쉴 만한 시간도 안 될 만큼 짧디짧은 순간이었을 것이다. 그래도 그 순간은…… 모르간이 자신의 인생을, 그리고 요정국 브리튼을 어떻게 살아나갈지 청사진을 그리게 했고 바반 시의 후계 요정에게까지 동일한 애정을 쏟게 할 만큼 그녀에게 강렬한 순간이었지.
그런 순간의 강렬함을 안고도 모르간은 후계요정인 바반 시에게 영원히 살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딸 바반 시가 엄밀히 말해 ‘그 바반 시’와는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은 추호도 생각하지 않았다.
아니 나는 그래서 그게 너무 좋은 거임… 모르간이 순간의 무게를 양으로 따지는 게 아니라 질로 따진다는 게……
7-1.
그래서 모르간은 이카본에게도 억지로 더 살라고 결코 요구하지 않을 것이고 그녀의 전체 생에서 이카본이 있을 시간은 몇백 분의 일도 되지 않으리라 따위를 결코 생각하지 않으리라…… 생각함
아기바반시에게 단 한 번만 행복하기를 요구했던 것처럼 새 육신에 남은 평생만을 함께하기를 요구하리라

8.
모르간은 이카본이 자기 손 만지작거리면서 내려다볼 때마다 특유의 무감정한 눈으로 그의 얼굴을 살피듯 바라본다. 발그레하게 달아오른 뺨, 장갑 너머로까지 급하게 뛰는 맥…… 들릴 듯이 콩닥거리는. 그래서 입을 열어 말하기를,
🍎 - 이거야 원. 요정안이란 게 없어도 모를 수가 없겠구나.
🕰️ - 나…… 나를?
🍎 - 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 어쨌든, 그래. 그런 반응을 꾸며낼 수 있는 배우는 세상에 없으니까…….

9.
나는 사실 키보드 소리가 더 좋긴 하지만(ex.아쿠아킹이나 홀판) 모르간이 들려주는 깃펜 소리가 듣고 싶다 사각사각 ASMR 같겠지……
꼭 금인칙서까지는 아니더라도 때로 정말로 그녀의 권위가 필요할 때가 있을 때면, 모르간은 손수 잉크병을 열고 깃펜을 들어 글을 적겠지. 양피지에 날카로운 펜촉이 사각거리며 움직일 때마다 미간에 한 번씩 깊은 골이 팼다가 사라졌으면 좋겠다.
요정들조차 번거로움을 곧 성의로 아는 전통은 변하지 않았노라고 혼자 생각하게 되는 임금님 모르간
젖은 것을 다루면서 마른 듯한 소리, 그리고 미간에 잔뜩 팬 골은 무엇을 고심하고 있는지 의심할 만치 빠르게 움직이는 손 같은 것……

10.
모르간은 사랑받으며 자랐으므로 사랑받는 기분을 지나칠 정도로 잘 알 것 같다……고 생각한다. 그 기간이 정말로 한때였기 때문에 더 강렬한 기억으로 남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고. 그래서 이카본에게 사랑받을 때면 항상, 그녀가 사랑받는다는 기분을 절실하게 느꼈으면 좋겠다고……
10-1.
아니 그런데 문득 범인류사의 모르간은 사랑받으며 자라지 않았을 거란 생각에(객관적으로 그렇지 않았다 하더라도 본인이 그리 생각할 것 같음) 머리가 차게 식고

 

 

토네리코의 손님

 

1.
만약에 범인류사 모르간한테 랜섬웨어 안 당해서 사명을 다한 토네리코가 (성검주조하면 사실 죽을 텐데) 이카본을 데리고 아발론으로 돌아간다는 상상을 한다면

 

2.
모르간 침실의 카페트가 좀 마음에 들던데… 모르간 침실에서 자고 일어나면 맨발로 발목까지 푹푹 빠지는 카페트를 거닐다가 저건 또 뭐하는 짓인가…… 싶어지는 모르간의 시선을 받고 싶다.
이카본이 깰 때까지 소파에 기대 앉아 범인류사에서 흘러들어온 영국 소설을 읽던 모습을 보고 안나 카레니나 같네. 라고 말해서 장갑 낀 손으로 책을 덮으면서 모르간은 눈을 감겠지……
🍎 - 흥이 나지 않는구나. 네가 다른 여성의 이름으로 나를 칭하는 건.
🕰️ - 당신의 진실이 알고 싶다는 말은 멋이 없잖아.
🍎 - 그럼 그렇게 말해라.
그런데 본인은 죽어도 ‘그렇게 말’하는 화법이 아님

3.
모르간은 육천 년 내내 요정들이 당연히 더 큰 것을 요구하는 터라 뭔가…… 입 닫게 할 만한 수위의 것을 주는 데 익숙해졌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
이카본이 연금 처우에 불만은 없겠지만 읽을 것이랑 찻잔 몇 정도는 필요하고 당신이 종종 들여다봐주면 좋겠다고 청했을 때 모르간이 설마 뭔 범인류사 유실물을 통째로 넘기리라곤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약간 중사극 황상을 앞에 둔 기분이랄지… 그런데 실제 상황은 이거 간접적인 거절인가? 싶어졌을 듯
🕰️ - 필요한 건 달리 없지만, 그렇네. 읽을 게 필요해. 나는 요정어를 모르니…… 당신이 가르쳐 주겠니?
🍎 - ……고려하겠다.
그리고 그날 오후 오늘 브리튼에서 들어온 범인류사 유실물 죄다 카멜롯으로 먼저 가져오라고 해서 옥션 관리하던 무리안만 대체 이번엔 무슨 곤란한 애완동물을 들인 거야?! 되는 거임

4.
구분한다고는 해도 왠지 이카본 머릿속에서 모르간의 디폴트는 범인류사의 그 사람이라서 가끔 이카본의 예상 대답 따위를 들을 때면 모르간은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기분이 되겠지.....
그래도 이카본 머릿속의 모르간에 대고 대체 뭐냐? 네 머릿속의 그 끔찍한 여자는 같은 말을 할 수 있는 건 모르간뿐이야

5.
게오르크 짐멜의 저서 <짐멜의 모더니티 읽기>에 등장하는 식사의 모더니즘을 생각할 때마다 이카본이랑 모르간 자꾸 같은 테이블에 앉아 식사시키고 싶어짐 그들이 현대인이 아니고 중세인이란 사실 때문에……
만찬이 끝나고 디저트가 나올 때면 모르간은…… 사실 식욕이 없는 요정이 아니었더라도 디저트를 그리 즐기지는 않았을 것 같다. 이카본이 ‘마치 오트 퀴진과 누벨 퀴진의 작법이 이미 보편화된’ 이후의 사람처럼 설탕에 조리고 석류 씨앗을 뿌린 서양배며 잘 숙성된 플럼 푸딩 따위를 찾는다면 모르간은 왠지 ‘진짜 중세인’의 작법대로 시나몬이며 정향이며 오렌지 제스트 따위의 향신료를 아낌없이 넣고 데운 와인 정도나 홀짝거리고 있을 느낌이랄까🤔
그런데 예전이었다면 한 잔 정도로 끝내고 금방 일어났을 텐데 이카본이랑 같이 식사하면서부터 느릿느릿 손가락 사이로 글라스 기울이면서 몇 잔 연이어 마시는 모르간 같은 거 보고 싶다. 때로 희미하게 웃으면서, 때로 데운 포도주 대신 탄산을 더한 차가운 와인도 나쁘지 않겠다고 별것도 아닌 이야기를 하면서.

 

 

HAPPY END?

 

1.
이카본이 지극히 당연한 일상적인 일—씻고, 식사하고, 잠들고… 같은—을 할 때면, 일련의 그 일이 모조리 필요치 않은 요정 모르간은 이카본의 젖은 머리칼이 마를 때까지 천천히 쓸어 어루만진다. 손가락 새로 빠져나가고, 감기며 적시는 블론드를.
🍎 - 인간이란 얼마 살지도 못하면서 낭비하는 시간은 어찌 그리 많은지.
🕰️ - 이 몸의 수명은 아직, 백 년이 조금 못 되게 남았어. 결코 짧지 않을 텐데.
🍎 - 인간에게 긴 것과 내게 짧은 것의 차이를 가져다 대지 마라. 내게 이천 년은 순간이었다.
🕰️ - ……아쉽니?
아마 그 물음엔 죽어도 답해주지 않을 테지만.
1-1.
그러나 언젠가는, 모르간이 이카본의 머리칼을 쓸어넘기며 그녀에게 모두 주지 않은 시간을 셈하는 날도 오는 것이다
그때 그의 머리는 희게 세었으려나

2.
추밀원 의장 이카본이 여왕 모르간의 사과나무가 늘어선 정원에서 사과를 따 입으로 가져가는 걸 사람들은 자주 보았으리라…… 그리고 어처구니 없다는 것처럼 바라보다가 다가가는 여왕마마도
과즙이 뚝뚝 떨어지는 손가락을 빨다가 모르간을 보고 해사하게 웃는 그를 보고선 정말이지 어쩔 도리가 없구나, 너는. 도통 체통이란 것을 모르니……. 하는 그녀에게 어린 공주마마께도 그렇게 말씀하시니 내내 당신 앞에선 주눅 들어 있는 거라고 해서 뺨이라도 꼬집혀 보고 싶다는 망상(적폐)

3.
이카본이 그녀에게 뭔가를 자꾸 먹이는 데 익숙해져서 모르간도 수천 년 동안 몸에 배었던 습관을 어느 날은 잊어버리게 된 것처럼 구는 게 보고 싶다.
항상 그녀의 정원을 거닐 때 사과나무에 달린 사과가 얼마나 탐스럽게 달렸는지, 또 몇이나 달렸는지 따위는 관심도 없었는데 마치 으레 그래왔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사과에 손을 뻗어 한 알 땄으면. 그리고 입에 가져가 아삭거리며 깨물어 먹었을 때 뭔가…… 대단치 않은 충족감이 느껴졌으면 좋겠다. 어느덧 그가 자신에게 끼친 영향이 익숙해질 만큼의 시간이 흐르고도 그에게 배반당하지 않았다는 사실에 대해서.

4.
모르간을 단장할 때 이카본은 능숙하다. 머리를 빗기고 땋고 붓을 들어 눈썹을 그리고 입술을 칠하는 일련의 동작 하나하나가, 시중 들어줄 사람 없으면 과연 생활이나 할 수 있을까 미심쩍을 만치 어설프기 짝이 없던 평소의 모습과는 영 딴판이었다.
그래도 그는 설명하지 않고, 그녀는 묻지 않는다. 다만 어느 날 문득 모르간이 거울 속에 맺힌 상을 바라보며 등 뒤의 이카본에게 물을 뿐.
🍎 - 네 말과 행동이 서로 들어맞지 않을 때면 너는 어떻게 설명하지?
🕰️ - ……연습했어. 잘하고 싶어서. 당신에게는.
모르간은 거울 너머의 이카본을 보는 대신,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그의 몸이 제게 그림자를 드리울 때를 의식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녀가 칼로 치듯 사물과 사물을 구분하는 걸 버거워하는 그는 오로지 범인류사의 그녀와 이문대의 그녀를 구분할 때만 그녀보다 더 날을 벼려 구분했다. 그 구분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것처럼 호명하는 목소리를 듣는 건 처음이었다.
꼭 정해진 순서처럼 모르간이 코웃음을 치자 그제야 이카본은 어리광을 부리듯 그녀를 끌어안고 어깨에 뺨을 비비적거렸다. 정말이야…… 의심했다는 말도 않았는데 따라붙는 어리광이 낯설고도 익숙했다. 등을 내줄 사람은 청을 듣고 앉아주지도 않을 테고 쓸모 있을 날은 영영 오지 않을 텐데 빗을 들고선 무의미한 동작만 반복하던 사람은, 무슨 생각이었을까.
🍎 - 달갑기라도 하다고 말해줘야겠느냐? 보람 없는 일이 되어 다행이라고.
🕰️ - 아니……. 그래도 좋아……. (꼬옥…… 꼬오옥………)
4-1.
모르간이 이카본의 머리를 빗겨주는 것도 가끔 보고 싶긴 한데 그보다는 젖은 머리가 마를 때까지 만져주는 게 보고 싶다. 여왕마마야 당연스럽게 시중을 받는 일이 더 익숙하겠지만 토네리코 시절엔 자기 머리 자기가 빗거나 했을 테니까 제법 능숙하겠지?
아무튼 그래서 몽실몽실한 곱슬머리 한참 만지다가 이마에 키스해줬으면…

5.
🍎 - 나는 네가 비를 좋아하는 줄 알았다.
🕰️ - 비 좋아해. 더운 게 싫을 뿐이야…….
꼭 오늘 아침처럼 추적추적 비는 내리는데 후덥지근하기만 한 날. 우산도 없이 비 맞고선 제법 즐거워하던 게 언제였는지 비가 와도 침대에서 웅크리고선 꾸물거리고 안 나가는 이카본을 위해 하루 정도는 정사를 폐하고 같이 침실에서 는적거리는 모르간이 보고 싶다. 내내 더운 걸 싫어해서 칭얼거릴 때마다 머리 쓸어넘겨주면……

6.
범인류사 문명으로부터 들어온 것 중 오페라나 발레 같은 극예술도 같이 들어왔겠지……
모르간이랑 오페라 보러 가고 싶다 루살카나 아니면 피가로의 결혼 같은 오페라 부파 계통
6-1.
드보르작의 오페라 루살카. 아마 진짜 물과 가까운 요정들이 공연하지 않았을까. 사실, 물과 가깝다는 이유로 즉흥적으로 고른 작품이고, 그녀나 그의 성미에는 도통 큰 감흥은 없을 작품이지만……
모르간이 ‘대체 왜 하지 말라는 것을 하는 거지?’라고 말하는 바람에 작품 코멘트가 그것뿐이냐고 그만 웃어버리는 이카본
6-2.
모차르트의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사실 이쪽은 모르간이 ‘이카본이 생각할 만한’ 범위의 감상을 내놓을 법한 작품이라고 생각하는데 일단 스토리가 그리 큰 비극도 아니고 단선적인 코미디 계통이라서…… 때때로 모르간이 오페라글라스를 눈에서 떼어놓으며 입을 가리고 자그맣게 웃는 것도 볼 수 있겠지?‬
‪그러나 그것은 박스석에서, 오로지 두 사람만을 위해 마련된 공간이므로 결코 같은 공간, 같은 객석에 앉은 이라 해도 요정국의 다른 이는 보지 못할 것이리라……는 어떤 기대감‬

7.
추밀원장이 극 예술 같은 거 좋아하고 낭독회 다니는 거 좋아해서 가끔 모르간(의 분신)도 같이 따라나올 때가 있는데 추밀원 설립된 후로 알게 모르게 예술극장 같은 거 많이 활성화되곤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8.
사실 붕락 어쩌고 완료 후 이카본이랑 우드워스는…… 별문제 없이 나름 나이스하게 잘 지낼 것 같다고 생각한다
엄밀히 말하면 상호 무관심에 가깝고 가끔 일적으로 만나서 이야기함…… 근데 우드워스는 채식주의자고 이카본은 식탁에 고기 없으면 식사 안 해서 식사 같이 안 함 그게 다임

 

9.
연안에 함께 배 타고 나가는 이카본이랑 모르간.
이미 브리튼 바깥은 존재하지 않고 건너갈 곳은 존재하지 않는 세계라 모르간은, 이카본의 행동을 종종 낭비적이라고 생각한다. 배를 탄다는 건 그 너머를 찾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가? 그 근본적인 명제에 이카본이 동의하지 않는 건 아닌데도 그냥…… 따위의 말로 얼버무리고선 같이 나가고 싶어하는 것도 참 우습다고 생각했겠지.
그냥 그저 바다를 돌아보는 것만으로 즐거워하는 사소한 오락, 사소한 즐거움. 모두 어울려주기는 하겠지만…… 키도 제대로 잡을 줄 모르면서 즐거워하는 이카본을 보다가 그만 웃어버리는 모르간이 보고 싶다

10.
이카본이랑 우드워스의 상호 무관심한데 일적으로는 종종 만나고 나쁘지 않은 그런 관계 뭔가 이런 느낌 아니려나. 소규모 소요 사태 진압 때 우드워스가 요정기사가 아니라 추밀원장을 데려가게 해달라고 한다거나 추밀원장이 우드워스에게 자길 데려가 달라고 한다거나…… 하는 일이 있었을 것 같다.
🕰️ - 나는 군사 작전 입안에는 재능이 없어. 옥스퍼드공도 빤히 알고 있을 텐데, 왜 데려왔는지 모르겠구나.
🐺 - 바로 그래서다. 싸우지 않고 진압할 방도를 찾아 봐라. 살아서 돌아가고 싶다면 머리통에 든 걸 죄 꺼내겠지.
내내 시큰둥하던 이카본의 얼굴이 흠, 하고선 그제야 흔연스럽게도 웃음을 터뜨리며 대답을 꺼내놨을 테지. 가장 적합한 선택이야. 원하는대로 피 흘리지 않고 돌아가게 해줄게.

11.
이카본은 알코올에 취약한 편이라 술을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칵테일이나 단 술 특유의 향취는 좋아해서 종종 마음에 드는 종류가 있으면 그건 음료로 한두 잔 홀짝거리는 편.
그래서 가끔씩 한두 병쯤 찬장에 넣어두면 모르간이 차보단 술 쪽이 당길 때 턱 괴고 찬장 쪽 쳐다보다가 오늘은 저걸로 하겠다고 하면 좋겠다. 모르간 품에 뺨 비비적거리면서 치맛자락이나 좀 하작이던 이카본이 슬그머니 고개 들고 웃으면서 묻겠지.
술값으로 무얼 줄 건데?
그를 맞아들인지 얼마 되지 않았던 시기의 모르간이었다면 이걸 맹랑하다 해야 할지, 얄밉다 해야 할지 도통 가늠할 수 없었을지 몰라도 왠지 지금은 뺨 꼬집어 쭉 늘이더니 이마에 키스해주고선 가져오라고 해주면 좋겠다. 자기 키스가 당연히 상대방에게 뭐라도 된다고 생각하는 애인이 되어버렸어(실제로 뭐 맞음)

12.
인파 속에서 이카본을 발견하는 모르간은…… 뭐랄까. 인간들 가운데서도 이카본은 일단 키 자체는 상당히 큰 편인데 호리호리한데다 백적 컬러링이라 곧장 눈에 띌 것 같다. 추밀원에서 관료들 사이에 둘러싸여 서류철 점검하는 모습으로 많이 발견되지 않으려나. 나직이 부르거든 곧장 그녀에게 고개를 돌리고 화사하게 웃는 모습 하나까지 모르간에게는 진실이 보일 테고…….
🍎 - 정말이지 한결같다고밖에 할 수 없을 정도로 타인에게는 관심이 없구나.
🕰️ - 😶 아…… 음…… 후후. 그런 것까지 본다는 건 조금 무례할지도 몰라.
🍎 - 무얼, 또…….
그의 애인은 한숨이 잦아서 자꾸만 뺨 문질문질 만져졌으면☺️

 

 

해시태그

 

@: 드림짤 때 가장 먼저 떠올린 장면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모르간이 이카본의 방 안으로 들어올 때. 발코니에 앉아서 볕을 받으며 책을 읽는 이카본이랑 문가에 선 모르간은, 햇빛 아래랑 어두운 복도 근처라는 서로 상반된 위치인데 정작 서로의 시선이 얽힐 때는 빛을 받는 쪽은 모르간이고 이카본은 역광을 받아서 그림자 안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걸 떠올렸다.
그러니까 내 말은… 검은 옷에 베일까지 드리운 얼굴이 이카본에게는 태양빛을 정면으로 받는 것처럼 환하게 느껴졌다고…… 아흑 모르간 너무 좋아

@탐라 구몬!! 드림캐가 캐해하는 드림주 주세요
상대를 배려하는 종류의 다정함도 과하면 불쾌하고, 사랑도 지나치면 병이란 것을 그 많은 것이 든 머릿속에선 알지 못하는 건가? 라고 묻는 순간 그거 자기소개냐고 되물을 사람(실제로 모르간의 말은 본인에게도 적용됨)
‪그리고 그냥 이카본이라는 인물을 멀찍이서 지켜보았을 때의 판단은….. 이카본은 가까이 두어선 안 되는 종류의 여성에게 이끌리는 성향이 있고 이제껏 그가 본인의 의지와는 관계없이 옳은 것, 윤리적인 것을 줄세우며 산 걸 생각했을 때 그의 여성 취향은 상당히 많은 것을 설명해준다고 생각할 듯‬

@듦탐 가족들아 오늘의 구몬이다. "날 사랑해?" 라는 질문을 하는 드림캐와 그에대한 드림주의 반응을 알려주길 바란다
모르간은 당연히 이카본이 구태여 말하기도 전부터 사랑한다는 걸 알고 무의미한 질문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내심으로는 이카본이 번번이 사랑한다는 같은 함의의 말을, 달리 표현하는 걸 싫어하지 않는다거나 또는 조금 좋아한다거나 했으면 좋겠다.
근본적으로 무의미하기 때문에 입에 올리게 되는 질문과 그 낭비성 사이에서 모르간은 항상, 이걸 두고 이카본에게 물든 것이라 말하겠지. 그 또한 자주 인간에게 요정안이 없음을 핑계 삼아 그녀로부터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어 했으니까.
모르간이 그래서, 지나가듯이…… 오늘 날씨라도 묻듯이 평이하게 물으면 이카본은 오늘은 이 말로 표현하기로 정했다는 양 모르간의 손을 끌어다가 몇 번이고 공들여 소중하게 어루만지다가 손등에 입을 맞추면서 말할 것 같다.
항상 당신이 보고 깨닫는 것 이상으로 내가 당신을 사랑하기를 바라게 될 만큼 사랑하고 있어.

@ 탐라 드림주 드림캐는 상대의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있는지 궁금해... 오늘치 구몬 
이천 년을 산 요정은, 더군다나 범인류사에서도 죽음을 본 적 없는 모르간이 상대라면 이카본은 상대의 죽음을 그리 생각한 적 없었을 것 같다. 막연히 그 이천 년이라는 시간은 정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언제 죽을지, 오늘 죽을지 내일 당장 죽을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정말로…… 막연하게만 생각하고선 현실적으로 내가 살아 있는 동안 죽을 일은 없겠지…… 라고 결론 내려버릴 듯. 사실은 그 죽음을 생각하는 건 그에게도 버거울 정도로 두려워서.
반대로 모르간은 그의 죽음은 닥쳐올 필연적인 명제이므로 오랫동안 생각하고, 또 생각할 것 같다. 항상 그 생각에 골몰하지는 않겠지만 때때로, 문득…… 같은 느낌으로 자주 생각하겠지. 정확히 말하면 그가 죽은 이후를. 그가 죽은 이후의 자신을. 이카본이 죽은 후에도 모르간은 살아갈 것이고 그를 만나기 전에도 그랬듯 요정국 브리튼을 그녀의 손으로 힘이 다할 때까지 연명시킬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이카본이 잠들 때면 지켜보다가 방백하는 게 듣고 싶다. 모른 채 살 수는 있어도 모른 체 살 수는 없었다. 그건, 그녀가 결코 온전히 해후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일종의……

 

#드림주가_개빡쳤는데_드림캐가_키스로_얼버무리려_한다면
절대 하지 않을 일 중 하나라 오히려 보고 싶어진다
정말 사소한 일로 이카본이 이렇게까지 화를 내리라곤 생각지도 않아서 모르간이 이카본 팔 잡고 머뭇머뭇 키스하려고 고개 트는 거 조금… 귀여울 듯…
그 와중에 객관적으로 정말 사소한 일이 맞아서 키스해주면 또 이카본은 얼굴 빨갛게 닿아오름 그리고 풀림

@: 그러고보니 타인이 바라보는 드림주 궁금하다.... 누가 드림주 평판 풀어줄 사람 탐드 구몬 맞습니다
그 ‘추밀원 의장 각하’ 말인데, 도통 아침에 나오는 걸 본 적이 없어요. 씨족회의 때도. 잠을 늦게 자는 것도 아닌데 말이에요. 여왕 폐하께서는 내버려 두라지만…… 아이 참, 제가 나이가 몇인데 인간들이 허약한 걸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제 말은, 인간치고도 심하다는 거예요. 말하는 걸 들어 보면 배운 사람 같긴 한데…… 그래도 좀 이상하지 않아요? 추밀원이라니, 얼마 전에 역도들이랑 같이 죽은 그 인간을 들였을 때도 그런 건 설립한 적이 없었는데…….

#드림주가_드림캐를_부르는_호칭을_금지당하면_어떻게_부르나요
🕰️ - 당신을 당신이라고 부르지도 못하고 이름도 못 부르면 대체 뭐라고 불러야 해?
🍎 - 하나 있지 않으냐.
🕰️ - …………………여왕……폐하?
🍎 - (대충 무도 해골짤)

 

 

적폐 상아사과

 

1.
요리하는 이카본
호기심이나 본인이 뭐 들고 해보는 건 좋아하는데 결과물이 그에 못 미칠 것 같다. 브리튼 애들 요리 제대로 해먹지도 않았으니 일단 해볼 일도 별로 없었을 거고… 기껏 뭔가 만들어 보면 옆에서 보고 있던 모르간이 정말 꼴이 말이 아니군. 먹어 봤으면 하는 거냐? 뭐, 괜찮다. 내게 오감 중 하나를 잠시 폐하는 것쯤은 일도 아니니까. 그런 건 영창도 필요 없다. 하고 말로 두들겨패서 이카본 😢아… 아니…… 이건 버릴 거야…… 함
근데 이거 모르간은 뭘 만들든 원한다면 잠깐 미각 죽이고 먹어줄 수 있으니 아무리 못 만들었어도 ㄱㅊ다는 뜻이었을 것 같다 문제는 언어폭력이야 이거

2.
이카본 입술이 자주 트는 편이라 여름이 되어도 립밤 필수인데 자몽향이나 라임향 좋아해서 모르간이 슬그머니 입가 어루만지다가 잔향이 좋다면서 키스해주면 좋겠다
사실 지금 내 앞에도 자몽향 립밤이 있지롱

3.
병에 색이 다른 물들을 층층이 쌓아놓고 한 병에 하나의 색만 들어가도록 하는 퍼즐을 뭐라고 하더라…? 아무튼 이카본은 그런 퍼즐 종류 좋아해서 종종 방 안에서 혼자 하는 편인데 모르간이 지켜보고 있다가 그 시약과 이 시약을 섞어봐야 아무 효력도 없다고 말하는 게 보고 싶다.
아…… 이건 시약 제조가 아니라 퍼즐인데… 하고 설명하면 모르간이 한참 턱 톡톡 두드리면서 내려다보다가 도통 사람의 감정은 이해하기 힘든 것처럼 그러니까 그런 걸 오락으로 삼는 거냐? 하고 되물어버림

4.
🕰️ - 있지, 나를 사랑하니?
🍎 - 또 낯간지러운 말이 듣고 싶은 거냐, 아니면 하고 싶은 거냐. ……한데 그건 왜 묻지?
🕰️ - 그냥, 당신이 날 죽이고 싶어하는 것 같아서 확인차.
객관적 판단

5.
이카본이 모르간에게 보내는 사랑을, 모르간이 정의 내린다면 ‘그는 나를 지극하게 사랑한다’고 말했으면. 그럴 때면 그녀 자신보다 그가 더 기뻐한다는 것도 알겠지.
당신은 몰라…… 알아준다는 게 얼마나 기쁜지…… 할 때면 예의 무심한 어투로 모를 리가 있겠나……라고 말하는 모르간(적폐)
5-1.
이카본의 사랑은 정말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지극하게’라는 표현이 알맞다고, 모르간 자신도 생각하게 되고 마는 것이다

6.
이런 장마철에는 적폐가 생각나
모르간이 가끔 사무를 보는 첨탑에서 는적거리다가 이카본이 돌아갈 때가 되어서 모르간은 여기서 밤 샐 생각이니 너나 들고 가라고 우산 들려보냈는데 다음 날 이카본은 쫄딱 젖은 생쥐꼴로 들어왔다는 보고 받은 모르간 같은 게 보고 싶다
🍎 - 내가 분명히 창밖에서 우산 쓰고 가는 걸 본 것 같은데.
🕰️ - 썼지.
🍎 - 바람은 많이 불지 않았고.
🕰️ - 그랬지.
🍎 - ……
🕰️ - ☺️……
뭐긴 뭐야 싱잉인더레인 했겠지
https://youtu.be/D1ZYhVpdXbQ

 

7.
이카본 나 닮아서 레베카 같은 거 좋아할 것 같은데 볕도 안 들고 비바람 들이치는 날 밤에 창가에서 레베카 읽을 때마다 모르간 기분 되게 이상해질 것 같다
그러니까 네가 제일 좋아하는 연애소설이 죽은 전처 귀신 같은 게 있는 저택으로 들어온 이야기라 이거지
7-1.
가장 좋아하는 장면 뭐라고 물어 보면 아마 “한때 부인을 미워한다고 생각했습니다”랑 맨덜리 저택 불타는 장면이라고 얘기해서
🍎 - 그럼 오늘 하나 태워줄까?
하는 바람에 안웃음멈춘손 될 듯 당신은 무슨 그런 말을 비단 찢어주는 것처럼 말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