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허버트 로렌스, 이미선 번역.

 

당시 성적 수위 묘사, 정확히 말하면 여성의 억압된 성적 욕망과 해방 욕구를 그린 것으로 논란이 되어 핫이슈였고, 그것으로 명작의 반열에 올라간 작품이었다. 그래서 언젠가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다가 이번에 새로 읽었는데 읽으면서 많은 부분에서 안나 카레니나를 떠올리게 했다. 실제로 코니가 저택에서 시간이 흘러가는 부분에 대한 묘사를 읽으면서 안나가 기차에서 영국 소설을 읽는 장면을 떠올렸을 정도로. 그리고자 하는 궤는 살짝 다르고 주제의식도 반대에 가까운데다 코니가 맞는 결말도 조금 다른 결말이었지만.

굳이 더 취향인 쪽을 떠올리라면 나는 안나 카레니나가 더 취향이긴 한데, 이건 자신의 (불륜이라는 이름으로)욕망을 좇은 여성은 항상 불행한 결말을 맞는가? 라는 의문과는 별개로 톨스토이의 문체나 인물들 간의 관계를 더 좋아해서였다. 지금 다시 짚어볼 만한 논의점은 채털리 부인의 연인 쪽이 더 많다고 생각한다.

 

채털리 부인의 연인은 굳이 가부장제라는 말을 쓰지 않더라도 가부장제가 여성에게 그녀의 능력과 개인적인 성향은 고려하지 않고 행하는 억압을 표현하는 대목이 무척 많다. 이게 인상깊은 부분이었고 남성 인물들의 무지함과 여성에 대한 몰이해를 서술하는 부분은 남성 작가이기 때문에 행할 수 있는 동족혐오구나... 싶기도 했다. 심지어 이쪽의 남편은 내어놓고 코니에게 (자신이 인정하는 남자에 한해서고, 당연하게 코니가 남자를 선택하는 기준이 자신과 일치할 거라 생각하긴 하지만)자손을 남길 수 없는 자신과 다른 애인을 만들어 아이를 낳아도 괜찮다고 제시하기도 할 만큼 상대적으로 더 많은 자유가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형식적이고 눈속임인 걸 보여주는 장치로 기능한다.

그렇기 때문에 코니가 맞은 결말은 귀족 사회로부터 이탈해서 행복을 찾는 방식이 된다. 그녀가 맞는 결말은 해피엔딩이라면 해피엔딩인 것 같긴 하지만... 뭐랄까, 그렇게까지 읽으면서 인생은 대체 뭘까...? 싶은 생각이 들 만큼 인상 깊은 장면들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분명히 첫 연인이 조루였고 코니는 여성상위를 통해 그를 통제하는 것에서 묘한 만족감을 느낀다는 식으로 서술된다든가 같은 자극적인 장면이라면 오히려 안나 카레니나보다 이쪽이 더 많이 나오기도 했는데. 그래서 책 읽으면 몰입해서 읽는 편인데 거의 두 달에 가깝게 느릿느릿 읽었다.

채털리 부인의 연인

2021. 7. 22. 11:12

my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