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성箒星의 잔광

비처럼 내리는 별을 좇아 당신으로부터, 이카본이 마스터인 모르간의 막간

 

 

〈1〉

　모르간은 편집증 증세가 있었다. 일반적인 편집증 환자와 모르간 르 페이 사이에서 보이는 차이점이 있다면, 모르간의 의심에는 마땅한 근거가 있다는 점이었다. 다만 그녀 자신의 머릿속에서 털끝만 한 근거가 터무니없이 부풀고 오로지 최악으로 치닫기 좋도록 윤색될 따름이라, 결과적으로 모르간과 일반적인 편집증 환자의 증세는 동일한 양상을 보였다.
　자신이 하기로 정한 것은 몰아붙여야만 하는 부류의 사람에게 편집증 증세가 있다는 건, 정말이지 그녀의 관리자나 다름없는 이카본에게도 적잖이 곤란한 상황이었다. 천문대에서는 내어놓고 모르간을 타기할 상대가 없다고 몇 번이고 설명한들, 실제로 설명한 후 당사자 또한 납득한들 소환된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지금 씻은 듯 가라앉을 리는 없었다. 그녀의 ‘증세’는 한순간에 쌓인 것이 아니었다. 육천 년 내내 켜켜이 쌓인 기억을 이카본은 함부로 교정할 수 없었다. 애당초 교정하여 치료될 만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므로 오늘처럼 한밤중에 끌려온다거나 하는 일 정도는 이카본에게 어리광에 가까운 해프닝이었다. 무언가 쫓기는 기분에 사로잡힌 티가 나는 모습만은 눈에 밟혔으나 레이시프트를 통해 그녀 자신이나 그가 보아야만 하는 것이 있다면서 무작정 끌고 오는 일 정도, 아마 다른 서번트였다면 이카본에게 청하지도 않았을 터였고 모르간 또한 다른 이가 아니었다면 억지를 부리지 않았을 것이 자명했으므로.

　“칼데아 기자재를 쓰는 게 아니라곤 해도, 음, 허가요청서는 적지 않는 거니?”
　“요청서?”
　“약식으로라도 보통은 남기는 편이거든. 물론 리츠카에게 배속된 서번트는 구두로도 가능하지만, 나는 일단은 스페어니까.”

　모르간의 얼굴에서 언짢은 티가 역력해졌다. 짧은 침음으로 목을 울렸으나, 스페어라는 어휘의 표현과 무단 행동을 구태여 고지하는 행위 중 어느 것도 그녀를 감연하게 한 직접적인 연유는 아닌 듯 모호한 침음이 끊어진 소리를 이었다. 이카본이 개의치 않은 채 펜촉을 제 쪽으로 해 모르간에게 건네자 대답 대신 그녀는 그의 손만 조용히 밀어내었다.

　“내가 가보고자 하는 곳도, 시대도, 연유도 모두 지나치게 개인적인 영역이라 그다지 서면으로 남기고 싶지 않구나.”
　“……흠. 오늘 밤 중으로 돌아올 생각은 있는 거지?”
　“며칠 부재해도 상관없다.”

　그리곤, 그뿐이었다. 그녀는 더 이상 설명하지 않고 술식 안으로 이카본을 떠밀었다. 아무 설명도 없이, 사로잡힌 기분에 함께 휘말리기를 원하는 것처럼 그녀가 그를 떠밀어버린 것은 처음이었다. 덕분에 채 준비도 되지 않은 채 레이시프트한 장소에 나동그라지고 말았지만, 하물며 비까지 내리는 곳인 바람에 항시 단정하게 다려놓던 케이프며 셔츠까지 죄 진창에 더러워지고 말았지만, ……정신을 차리고 나면 타박할 사람도 처음으로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채였다.
　대기 중의 마력은 농도와 범위가 아주 미세할 정도로만 오차가 있었을 뿐 성질은 완연히 요정국 브리튼의 그것이었다. 모르간이 행선지도 일러주지 않은 채 대뜸 밀어 넣었다 해도, 그것만으로 이카본은 적어도 도착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레이시프트는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빗속에 누워 비단 천문대에서 모르간이 떠밀었다는 사실 외에도 레이시프트가 이뤄지던 순간 있었던 의문의 충격에 마음대로 골몰하고 있을 수 있는 건 그 탓이었다.
　분명 모르간 쪽이 좌표를 입력하던 순간까지는 기억에 있고, 여기까지 오는 것도 의도는 되었던 것 같은데……. 왜 떨어졌을까. 분명 모르간의 성격이라면 전부 의도가 되었던 게 맞을 텐데, 왜, 무엇이 의도되지 않은 것 같을까. 무슨 감각이었지? 발목을 잡고 끌어내리는 것 같은 손길과 몹시도 익숙하게 떠밀어버리는, 잘라내는 정반대 감각이 같은 순간 있을 수 있는 건가?
　지끈거리는 머리는 빗물로 식지 않았다. 이카본은 손을 들어 이마를 꾹꾹 누르며 아교처럼 늘어지고 제멋대로 엉켜드는 사고를 정리하려 애썼다. 머리를 부딪히지도 않았고, 그만한 마술적인 충격이 있지도 않았을 터인데 머릿속에서 상황은 각기 잘게 토막 나고 판단은 갈피를 잃은 채였다.

　“우와, 이런 옷 더럽혀도 아무렇지 않으신 거예요? 비의 나라에선 이런 옷 입은 사람 정말 드문데……! 인간, 아니…… 음……? ……저어, 어느 씨족이시죠?”

 

　……내가 모르간에게 생각이 제대로 정리되지 않을 때는, 그깟 것 중요하지 않을 정도의 새 폭탄을 안겨주면 머릿속이 백지화되니 해결된다고 말한 적이라도 있었던가. 이카본이 제 얼굴을 살피는 소녀의 얼굴을 본 순간 든 생각이었다.

 

 

〈2〉

　비의 나라는 빈궁했다. 이카본은 범인류사의 브리튼 가운데 가장 변방에 있는 영지가 꼭 이런 모양새였으리라 생각했고, 애석하게도 이 빈궁한 곳에서 낙원의 요정을 왕녀로 떠받들며 살아가는 요정들은 영악한 씨족들보다 순박했으므로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선성으로 인한 빈궁함이라니. 어디를 가도, 언제라도 불변의 명제와 같이 작동하는 그 말에 씁쓸해할 무렵 이카본은 그들로부터 며칠의 유예를 얻었다. 손님으로서 묵을 만한 방을 내주었고 인간이 하루를 영위할 수 있도록 음식을 제공한 그들은 토네리코가 이카본에게 물었던 것을 재차 묻지 않았다. 낙원에서부터 흘러들어온 왕녀가 그를 데려오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인간 마술사’ 정도로 평가된 이카본이 그녀가 하루의 반 이상을 보내는 장서관이 이런 궁벽진 곳에 있다니 아이러니하다고 코멘트했을 때, 왕녀는 겸연쩍게 웃으며 이곳을 궁벽지다고 평할 정도면 대체 평소에는 어떤 곳에서 살았는지 궁금해질 정도라고 대답했다.
　그 어색하고 어설프기 짝이 없는 열여섯 소녀의 반응 앞에서 무엇을 숨기겠는가. 이카본은 그녀가 비비안임을, 토네리코임을, 나아가 그가 마침내 손에 쥐었던 모르간임을 알았다. 그가 아는 것을 고스란히 들여다볼 적의 눈을 바라보며 ……비비안과 토네리코 가운데 나는 너를 무엇으로 불러야 하지……라고 말했던 순간 소녀는 그가 목숨을 걸더라도 입에 올리지 않을 다른 이름을 정관하듯 읽었고 본 바를 숨기지 않은 채 선선히 속삭였다. 제가 당신을 어떻게 불러야 할지 알려주신다면 선택권을 드릴게요.
　……아. 그녀가 정말로 사랑스러운 소녀였음을, 이카본이 어떻게 모를 수 있겠는가. 누구라도 이런 상대를 내칠 수는 없을 터였다. 이카본은 이 궁색하고 변방에서 나갈 염도 낼 수 없었으며 일 년의 절반 비가 내리는 나라에 사는 이들이 낙원의 요정을 죽이지 않고 멸망을 예견하며 길러온 연유를 듣지 않아도 모두 알 것 같았다. 범인류사의 비비안이 모르간의 얼굴을 하고선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누구에게 어찌 그리 사랑받았는지 알고 있는 자가 어떻게 모를 수 있겠는가.
　사랑스러운 모습 그대로였다. 사랑할 수는 없었다.

 

 

〈3〉

　“안경이랑 머리 스타일. 그다지 네게는 어울리지 않는 듯해.”

　불쑥 떨어진 말이었다. 아마, 서가에 기대앉아 함께 책장을 넘기면서 할 만한 말은 아닐 터였다. 퍽이나 무례하고도 당황스러울 말이었을 텐데도 토네리코는 불쾌한 기색을 비치긴커녕 제 안경을 고쳐 쓰면서 어색하게 웃었다.

　“키르히아이젠 씨는 정말로 솔직한 분이네요. 가끔은 제가 상처받는 것도 개의치 않으시는 것 같아요.”
　“눈에 보이는 거짓말 때문에 상처받는 것과 솔직한 말 때문에 상처받는 것 중 고르면 선택권을 줄게.”

　토네리코는 안경에서 손을 떼다 말고 눈을 동그랗게 뜨며 이카본을 올려다보았다. 그런 눈을 갖고 있으면 생이 퍽이나 재미없지 않을까 이카본은 항시 생각했으나, 소녀는 항상 다른 색으로 눈을 반짝였다. 아마 그 사유에 관해서는 편리한 이유가 있을 터였다. 그녀는 모르간이 아니니까. 아직, 모르간의 모든 것을 그녀 자신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으니까.
　요정안이라는 것은 폭력적이다. 스스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아닌, 순전히 그 성질이 폭력에 가깝다는 점에서 질이 나쁘다. 타인에게는 명징하며 거부할 수 없는 진실을 강제적으로 요구하고 수용자에게는 강제적으로 수용할 것을 요구하면서 그 자신은 솔직하지 못하다. 그런 주제에 보고 있는 것이 어디까지 요정의 눈으로 본 것이고, 어디까지 명징하지 못한 정신이 착각한 것인지 섬세하게 구분해주지 않는다는 사실은 번번이 이카본으로 하여금 뱃속 깊은 곳에서부터 구역질이 치받쳐 오르게 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어린아이는 제 눈을 믿는 듯했다. 요정안이 지닌 성질에 갖는 견지가 이카본과 다른 것이 아니라, 여전히 그 진실성을 믿는 모양이었다. 황망하게도 눈을 굴리던 토네리코는 마침내 그것만은 확신하지 못하는지 손가락을 꼬물거리며 물어왔다.

　“제가 하는 말, 다 기억하시는 건가요?”
　“……내가 하는 말이 네 말을 그대로 인용하는 결과가 되는 게 기분 나빴다면 사과하지. 무례한 일이었어.”
　“아뇨, 아뇨, 그게 아니라…….”

　토네리코의 얼굴은 여전히 혼란스러웠다. 아이는 말끝에 따라붙는 생각을 전부 읽어낸 후였다. 그래서 혼란스러웠고, 그러므로 혼란스러워했다. 진심으로 무례한 일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잖아요, 당연스레 따라올 생각이 따라오지 않아 놀라기라도 한 모양이었다. 덕분에 그 나이 또래의 아이들은 비단 부러 마음을 들여다보려 하지 않아도 눈 굴러가는 것만 보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까지 죄 읽어낼 수 있다는 오래된 격언이라도 말하면, 아이는 또 어떤 얼굴을 할지 한순간 궁금해졌다.
　처음으로 이카본은 ‘토네리코’에게 이 세계가 아닌 그녀 자신을 향한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어떻게 그런 욕구가 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런 종류의 진심을 말하면서 호의를 보이지 않을 수 있는 것인가…… 만난 지 채 일주일도 되지 않은 사람이, 타인에게 이렇게까지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는 것인가…… 호의를 갖고 있다 해도 거짓말을 하는 것이 결국은 지성체라는 잠언을 이제 와 무시해야 하는 것인가…… 거짓을 입에 올리는 대신 진실을 덜 말하는 것이 입에 익은 태도를 알지 못하는 어린아이에게서나 보일 법한 생각이 그리도 눈 전체를 떠돌고 있었으므로. 마음을 여과 없이 읽어낼 수 없는 그에게조차 보이는 감정이란 정말이지 낯설고도 낯익은 개념 그 자체였다.
　입안에 든 말을 전부 꺼내어 무엇이 합당한 질문일까 한참을 저울질하던 토네리코는 결국 적합하지 않은 질문으로 상대의 의중을 더 깊이 캐묻는 대신 조심스럽게 이카본에게 등을 돌리고 앉았다. 항시 단정히 땋아 어깨를 타고 내려오게 했던 블론드를 등 뒤로 넘긴 후였다. 이미 말 또한 침묵과 빗소리 사이에 패었던 골 너머로 훌쩍 건너갔음을 아이 또한 모르지 않는 듯했다.

　“제게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머리로 해주실 수 있나요?”
　“그렇게 마음대로 맡겨도 괜찮겠니?”
　“……저는…… 키르히아이젠이라는 이름이 성씨라는 걸 알아요. 성씨의 개념도, 그게 오랜 세월 동안 언제, 어느 곳에서 사용되었지도.”
　“…….”

　빗소리가 거세졌다. 아니 다만 사위가 고요했으므로 내리는 빗줄기가 소란스럽다고 느끼게 되었을 뿐이었다. 보지 않은 것을 보았노라고 말할 수 없었으므로 이카본은 등진 이가 어떤 얼굴로 마호가니목 책장을 바라보고 있는지 알 수 없었고 무슨 생각을 하며 말을 돌렸는지 읽어낼 수 없었다. 그만한 또래의 아이들이 하는 생각을 쉬이 읽어낼 수 있었노라고 방금 전 자만했음에도. 아니 그 이전 짐작조차 하지 않았음을 이카본은 스스로 시인했다.
　토네리코의 수그린 어깨에 숨길 수 없는 긴장이 묻어났다. 그녀가, 모르간이든 비비안이든 그 육신을 구성한 영혼은 무엇이 되었건 오랫동안 가꿔온 것을 바꾸며 달가워하는 종류가 아님은 자명했다. 그는 느리게 손을 뻗어 옹송그린 어깨 위로 손을 가져갔다. 느리게 쓸자 가는 숨을 바삐 몰아쉬었을 뿐 이쪽을 돌아보지는 않았다. 한참 만에야, 이카본은 머리를 내려주듯 가느다란 리본을 풀어헤쳤다. 색소가 분명한 블론드는 결이 좋아 충분히 조심스럽다면 손가락으로도 문제없을 듯싶었다. 땋은 머리를 풀어내는 동안 행여나 머리칼이라도 엉켰을까 저어하듯 손가락 새로 천천히 머리칼을 빗어넘겼으나 그뿐, 오래 잡아두고 싶지 않아 이카본은 금세 손가락을 튕겨 수수한 나무 빗을 제 쪽으로 끌어왔다.
　처음부터 설명하고자 하지 않았다. 믿든 믿지 않든 천문대에 관한 것은 묻거든 모조리 설명해줄 생각이 있었으나 이카본 키르히아이젠에 관한 것은 묻지 않기를 바랐고 알려 들지 않기를 바랐다. 천문대의 아주 자그마한 아이들조차 스스럼없이 부르는 제 이름조차 그녀에게는 영원한 무지로 남아 있기를 원했다. 오로지 몸에 깃들었던 성질이 그러하다는 이유만으로. 그 음성으로 그를 이카본으로 호명할 이는 단 한 사람이길 원했다. 모르지 않았으므로 보일 수밖에 없던 토네리코의 긴장에 이카본은 아주 조금, 부채감을 느꼈다. 누구라도 사랑할 수밖에 없을 만치 선량하고도 사랑스러워서, 이카본 자신조차 그 짧은 새 아이를 아끼지 않을 수 없었으므로.
　사악, 사악, 가늘고 길게 흘러내리는 머리칼을 빗어넘길 적마다 빗소리에 마른 소리가 사위었고 귓전으로 잡혀들지 않는 소리는 어깨 너머로 밀려 나갔다. 묶지 않았을 때 블론드는 숱이 풍성했고 귀 위로 머리칼을 땋아 장식하기 좋도록 기장 또한 넉넉했다. 아무려면 꼭 같았으련만 이카본에게는 아이와 같은 성질을 대할 때 낯선 흔전함이 손에 묻어나는 듯했다. 이카본은 조심스럽게 제 것이 아닌 블론드를 제 손으로 손수 땋았다.
　위치를 조정하고, 다만 하나로 묶었을 뿐인데도 인상은 퍽이나 달라졌다. 그만 됐어, 라고 말하기도 전 이카본이 정성 들여 묶은 머리를 가다듬어주자 토네리코는 고개를 돌려 이카본을 올려다보았다. 조바심이 난 얼굴이었다. 이제 와 아이를 보며 새삼스럽지도 않지만, 생각이 고스란히 보이는 얼굴이기도 했다. 이카본은 가만히 웃으며 두 손으로 아이에게서 안경을 걷어냈다.

　“그래, 어울려. ‘토네리코’ 같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물음도 던지기 전 흘러나온 대답에 토네리코는 이카본의 손에서 안경을 받아들다 말고 손을 만지작거렸다. 과연 이 낯섦이 자신에게만 있는 낯섦인지, 물음도 전 대답하는 행위는 기실 평범한 것인지 가늠하는 듯했다. 한 번 입술을 달싹이고서도 소리는 흘러나오지 않았다. 처음부터 새어 나오지 않았음은 자명했다. 마른침을 삼키고, 이윽고 흠념은 필요 없음을 깨달은 듯 앳된 소녀가 다시금 입을 열어 이카본을 부르던 순간이었다.
　장서관 건물 전체가 흔들렸다. 순간이었던 진동을 미처 모두 인지하기도 전, 바깥에서 굉음이 울리며 테이블에 쌓였던 책들이 엉망으로 쏟아져 내렸다. 쾅, 쾅, 무엇이 바깥에서 울리는 폭음인지 장서관 안에서 쏟아지는 소리인지 분간할 수 없어질 만치 연이어 소란이 일자 이카본은 황급히 토네리코의 손목을 쥐고 장서관 뒷문으로 뛰쳐나왔다.
　마지막이란 것이 이다지도 갑작스럽게 왔던가. 모르간은 항상 그녀만 간직했던 종류의 유년을 세세히 그에게 일러주지는 않았으나 다만 물거품 같았노라고 말했다. 그녀의 성채처럼. 이제 와 그 표현이 자질구레한 메타포가 아닌 문자 그대로 옮긴 표현이었음을 깨달아, 순식간에 무너지는 건물과 생전 처음 보는 형태의 씨족들이 뒤엉켜 부딪히는 비명 따위에 시선을 줄 수 없었다.

　“자, 잠시만, 잠시만요, 키르히아이젠 씨, 대체 왜 공격당하는 건지 정도는 확인하고…….”
　“잠잠해진 연후에나 생각해도 늦지 않아. 너, 아직은 싸워본 적 없지?”
　“가끔 짐승들이랑만……! 저런 군대 같은 무리는 한 번도…….”
　“하필 오늘 네 머리를 고쳐준 게 다행이네.”

　그것만으로도 말은 충분하다는 듯 이카본은 홱 토네리코를 끌어당겨 안아 올렸다. 비의 나라에서 머무는 며칠, 이런 복색은 눈에 띌 수밖에 없음을 모르려야 모를 수 없을 만큼 깨달았다. 사람들 사이에 숨어드는 일 따위 불가능할 만치. 싸움박질에는 도통 재능이 없어 갈마드는 빗줄기며 눈먼 화살들을 피해 갈팡질팡 뛰는 발길이 분주했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왼손의 손등이 얼얼했다. 부름을 기다리듯, 사람의 마음에 명령할 수 없다던 스스로의 말을 깨고서 비로소 입을 열 때가 되었다는 듯. 결코 바꿀 수 없는 것을 위해 손등의 낙인은 갈 곳 없는 걸음을 자꾸만 재촉하며 명료하게 빛났다. 다시금 덮일 것이나 망각되지는 않을 앞날을 종용하며.

 

 

〈4〉

　수면을 향해 물비늘이 비틀리고 일렁였다. 수면이라 정의 내리기에 합당한지는 확신할 수 없었고 이곳을 너머의 우주라 함이 합당할 수 있었을는지도 모르나 일렁이는 물비늘이 이곳을 수면으로 정의하게끔 했다. 이곳까지 들어올 빛이 없었으므로 반사될 빛은 없었고 비출 것이 없어 떠오를 비늘일랑 눈에 띄지 않을 것이 정상이었음에도 모르간의 눈에서 물비늘은 분명하게 반짝거렸다. 손을 뻗거든 흩어져 달아나고, 몸은 한정 없이 개개 풀려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녀가 어쩔 수 없었으며 실체를 가질 수 없는, 정말이지 개념적이며 속절없는 종류의 침잠이었다. 이곳이 비단 허수와 같은 것으로 물을 채운 무저갱이기 때문은 아니었다. 잠식하며 죽어가는 이의 흔적에 발목이 잡혀 함께 가라앉는 도중이었으므로 침잠함을, 모르간은 알았고 벗어날 수 없음 또한 잡힌 순간 알았다.
　모르간은 잠자코 고개를 돌렸다. 여자의 얼굴은 이미 뭉그러지고 있었다. 오래되어 삭아버린 페이지처럼 부서지고 흩어져, 여자가 아닌 이가 일구었다 타인의 손으로 무너뜨리게 한 세계에 뿌려지려는 살갗을 응시하며 그녀는 그것을 제 것이라 정의 내렸다. 그러나 다시금 죽음을 맞는다면 그런 얼굴은 하지 않으리라고도 생각했다. 저열한 귀엣말을 속삭이는 제 얼굴이 온전치 않아 구분할 수 있었음을 다행으로 여겼다. 마치 ‘그래야만’ 하는 것처럼.
　시계가 썩 나쁜 데다 귓전조차 먹먹해 시간의 흐름을 가늠하기에 수월하지 않았다. 다만 여자의 얼굴을 보면서 적다고는 할 수 없을 시간이 흘렀음만을 짐작할 뿐이었다. 바닥 또한 보이지 않아 깊은 바다 아래로만 가라앉으며 모르간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이미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겠지만.”
　“말이란 것이 군더더기에 지나지 않음은 인간 또한 알고 있다. 그것이 재앙이면서도, 구태여 듣고 싶은 욕심이 바로 인간의 업 아니겠느냐.”

　빠끔거리는 거미줄처럼 푸른 물거품이 여자가 말할 적마다 새어 나왔다. 모르간의 입술에서는 새어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오롯이 이 공간에서는 그녀만이 물리적인 실체를 갖고, 무너진 세계와 함께 침몰하고 있음을 증거하는 듯해 모르간은 한숨처럼 웃었다.

　“그래. 그러니 네 생에서 몰락한 인간의 초상이 되기로 한 이상, 구태여 말하마. 사죄 않기에는 지은 것이 너무 많지만 이제 와 사죄하기에는 내가 얻은 것이 많고 얻은 것을 사죄의 의미로 내놓을 생각이 없노라고. 그건 내 전리품이다.”

　여자의 눈은 형형하게 모르간을 꿰뚫어 보았다. 언어는 부질없게도 여자에게 닿았다가 떨어졌다. 여자의 언어 또한 모르간에게는 한정 없이 가벼웠고 의미 없이 흩어지고 말았듯.
　……내가 준 것으로 더 많은 일을 이룰 수도 있어…… 틀림없이 이 바다에 빠진 연후에 속삭였을 말인데도, 이미 기억도 나지 않을 과거에 들었던 것만 같이 아득하게 멀어져 명멸했다. 그 말을 감히 유혹이라 할 수 있다면 유혹이라 할 수도 있으련만 여자는 다시 모르간을 그와 같은 말로써 종유할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여자는, 그것을 아직 손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비로소 손을 들어 제 무너져버린 관자놀이께를 짓눌렀다. 모양새에서 오래 참았던 티가 나, 어렴풋이 그녀가 이미 한참 전부터 언짢음을 참고 있는 것이 아니었는지 싶었다.

　“고작해야 내가 버린 것을 그러모아 손아귀에 넣은 주제에 얻은 것이라니 자기 위안도 정도가 있지. 멸시와 능욕과 배신의 더미가 여태 모자라?”
　“우리는 의견이 대단히 다르군. 나는 한 번도, 내가 쌓은 기록이 멸시와 능욕과 배신이라 여겨본 일이 없다. 그런 마음으로 살았다면 그만한 세월은 누구라 해도 견딜 수 없지 않겠느냐. 설령 ‘나 자신’의 생과 오욕을 알았다 하더라도. 차라리 네가 내게 인계하지 않았던 종류의 기억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는 것이 어떠하냐? 내게는 그편이 차라리 더 영양가 있는 대화였다만.”
　“하! 네가 손에 쥐었던 것과 버린 것이 무엇인지는 말하지 못하면서 입으로만 부질없는 어휘를 희롱하는 꼴이 누구에게 배운 것인가 싶더라니.”
　“…….”
　“너는 여기서 나와 함께 죽는 거다. 똑똑히 알아둬라! 세 치 혀를 놀려 검은 것도 흰 것으로 만드는 그 남자에게 배워 하는 말이 고작해야 죽기에는 이르다는 말뿐인 네 성격 때문에, 내게 붙들릴 것을 알면서도 여기 돌아온 네 어리석음과 네 ‘애인’의 결벽증 때문에 너는 죽게 된다는 사실을!”

　그 물거품 어디에서 거미줄을 떠올렸는지 모르간은 어렴풋이 짐작했다. 여자에게서 나오는 것은 예외 없이 해묵은 것이었고, 기다리는 것이 잡혀들기에 알맞은 곳이었으며, 이미 어쩔 도리 없이 풀어낼 수 없는 말뿐이었다. 실체 없이 한갓되게 어휘를 희롱한다 했던가. 여자라면 그 자신이 한 악에 받친 말을 두고서 이렇게 품평하는 것 자체를 이번에도 어김없이 불쾌하게 여겼을 터였다. 숨길 생각도 없었으며 숨기려 한들 숨겨지지도 않을 종류의 생각일 테지만, 불쾌감이 저 자신으로부터 비롯되었다는 감상은 퍽 기분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언제부터 부채의식과 품평을 서로 별개로 구분하게 되었는지. 모르간은 토막 나지 않고 길게 이어지는 한숨을 내쉬었다.
　비난조로 들려도 할 말 없을 한숨과 함께 모르간의 몸을 정확하게 가리킨 여자의 손이 달려드는 순간, 머리 위로 자색 빛이 드리웠다. 이제껏 빛 한 줄기 들지 않을 만치 깊은 곳에서조차 선명하게 내리쬐어 길을 가리켰고 명멸하지 않은 채 강렬하게 호명하고 있었다. 빛이란 것은 그 자체로서는 결코 온도가 존재하지 않을 것임에도 자색은 부름과 간청과 그리움이 한데 뒤섞인 염정이라, 모르간은 고개를 들어 빛줄기를 올려다보았다.

　“잘 불러주었다.”

　너무 늦지 않게, 너무 이르지 않게 정확히 적절하게도. 모르간은 여자를 바라보며 손을 들어 제 손가락을 튕겼다. 이카본의 버릇이었고, 이카본이 버밀리온의 영지를 버리고 새 이름을 제 것 삼고 난 후에도 버리지 않은 시살스러운데다 소년 같은 겉멋이었다. 튕겨 울린 소리와 함께 이카본의 모르간은 명과 존재를 돌려주지 않을 여자에게 고했다.

　“돌아갈 시간이군. ‘모르간’ 쪽과는 청산해야 할 것이 있을 뿐이었다. 그가 보아야 할 것을 보도록 보낸 것처럼, 내가 보아야 할 것을 보러 온 것뿐이지. 애석하구나. 나와 함께 죽고 싶거든 나를 이곳에 끌어들이자마자 내 숨통을 끊어놨어야지.”

 

 

〈5〉

　“그 애는 무사히 도망쳤나.”

　땅끝에서부터 멀리, 벗어날 수 없으며 도달할 곳 없는 곳으로 썰물이 빠져서 바다는 아득하게 땅을 드러내 모래를 햇빛에 달구었다. 먹구름 없이도 여전히 비는 내렸고 젖은 모래를 재차 적셔 한데 뭉치게 했다. 철로 된 것을 사용치 않을지언정 불은 있었으므로 가택과 궁을 사르고 난 매캐한 연기가 젖은 모래 위에 내려서 가시지 않고 배어들었다. 예견된 폐허였다.
　모르간은 빗줄기에도 개의치 않고 모래톱으로 발을 내디뎠다. 시취조차 덮는 연기가 고스란히 발끝으로 올라왔다. 구두를 덮었으나 그뿐, 모르간이 무게를 싣자 패는 젖은 모래 위에서 몇 발을 옮겼다.
　이미 아는 것을 묻는구나, 대답 대신 모호한 말이 등 뒤로 꽂히자 그녀는 고개를 들어 수평선 너머를 건너다보았다. 햇수로 이미 육천 년이었다. 그 음성에 육천 년은 흘러갔고 쓸려내려가 그녀와 버리고 떠나온 그 이름을 구분 없이 등 뒤로 달라붙게 했다. 육천 년이라는 말은 인간의 입에서 시간보다도 하나의 개념, 하나의 단위에 지나지 않는 말이었음일까. 그날, 바다를 보지는 못했다. 그곳에는 도망칠 곳이 없었고 바다로부터 왔으므로 바다로 도망치는 일은 허허로우며 무가치한 일처럼 느껴졌다. 지금의 그녀였다면 달리 선택했을는지도 모를 일이련만, 어쨌거나 그 시절의 ‘토네리코’는 미련할 만치 올곧았다. 마녀로서는 그 호명으로 불리기 꺼렸다 해도 모르간 자신이 되돌아보았을 때 그건 여전히 토네리코였다.

　“이카본.”

　등진 채 말을 돌렸다. 그녀는 띄엄띄엄 그와 떨어져 있던 시기를 입에 올렸다. 나직한 음성이었고, 색채를 가져간다면 기꺼이 희끄무레하다 표현할 수 있을 만치 감정이 실리지 않은 음성이었다. 시간을 가늠할 수 없어 모르간이 아직 주검이 되지 못한 모르간과 있었던 시기가 며칠이었음을 나중에야 전해 들었으므로, 시점의 구분은 선명하지 않았다. 고작 며칠이다. 그 며칠을 전하는데도 이야기는 이따금 끊기고 여전히 등을 돌려 달싹이는 입술조차 보여주지 않은 채 머뭇거리다 이윽고 아주 다른 이야기로 넘어갔다. 그렇게 나눈 이야기가 얼마나 많았던지 묻기조차 민망스러울 만치 멀리 떨어진 이야기였다.
　이카본은 햇빛이 쏟아지는 모르간의 어깨 위를 내려다보며 침묵을 지켰다. 말과 말 사이의 간극도 채근하지 않았다. 가까이 다가가지 않은 채 어깨를 덮은 흰 케이프에서 번지는 햇빛만이 가까워지도록 기다렸다. 하지 않을 말, 할 수 없는 말, 이어지지 않는 말, 말, 말. 그리곤 말 속으로는 배어들지 않았던 감정이 박편처럼 숨 끝에 부서져 나올 때 모르간은 마침내 그에게로 몸을 돌렸다.
　비에 젖은 그의 연인은 항상 그랬듯 올려다볼 때조차 고요했다. 가만히 입꼬리를 말아 올려 웃거든 웃음에도 소리는 없었고 소리 내 웃을 적에도 항시 태어나 처음 그리 웃는 것처럼 여신하기 그지없었다. 어느 소란스러움도 없이 다만 조심스럽게 이카본을 올려다보았고 그 고요함으로 인해 항상 그로부터 고유성을 획득했다. 생전의 이카본은 모르간으로부터 느끼지 못했던 모습이었다. 그녀가 알고 있을지, 진정으로 읽어낼 수 없어 모르는 것인지 이카본은 차마 채근할 염도 낼 수 없었으나 할 수 있다면 그녀가 영영 모르기를 바랐다.

　“내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 있어 왔다지만, 말대로라면 당신은 너무 위험했던 길 아니니. 당신이 범인류사 쪽의 모르간이 소멸해가던 공간에 잡혀들어간 건 사고였으니까.”

　모르간은 대답 대신 이카본에게 손을 내밀었다. 말없이 뻗은 손은 셈할 것 없이 상냥했다. 문지방을 넘어 들어오며 에스코트를 청하듯, 반대로 그가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오는 것조차 달리 에스코트가 필요한 것처럼. 이카본은 뻗은 손등을 내려다보다가, 행여라도 잘못 스쳤다가는 흠집이라도 날까 저어하듯 조심스럽게 맞잡고선 모래톱으로 함께 걸음을 옮겼다. 충분히 가까워지고 난 연후에야 이카본은 고개를 숙여 모르간에게 입을 맞추었다.

　“사고는 맞았지만, 내게는 거기까지가 전부 상정 안이었다.”
　“레이시프트 전부터?”
　“말하지 않은 점은 미안하다. 하지만, 네가 알았다면 ‘모르간’ 쪽은 너를 보내는 건 허락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정확히 말하면…… 너는 인간의 몸이니 그런 곳에서 견디지 못할 테고, 그녀는 네가 자신을 면죄부처럼 쓰고 있다고 생각하니 그쪽으로 불러들여 너를 치워버리고 싶다는 쪽이겠지.”
　“조금 언짢으려고 하지만, 뭐, 됐어. 당신 말이 맞아서 언짢으려고 하거든.”

　이카본이 여전히 모르간의 손을 놓지 않은 채 장난스레 웃었다. 생긋 미소 짓는 모습에서 정말로 화가 나지 않았음을 확인한 연후에야 모르간은 가만히 잡힌 손으로 이카본의 눈가를 살살 쓸었다.

　“무엇보다도 그 주검은 내가 보아야 할 주검이 아니냐. 나만이 상대할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처음부터 따로 행동할 생각이었고…… 너 정도의 마술사라면 령주로 나를 꺼낼 수 있으리라고도 상정했다.”
　“하하, 거기까지? 내가 만일 당신과 떨어지자마자 부르기라도 했으면 어쩌려고 그랬어?”

　적당히 기분 좋을 정도만 서늘한 체온이며 부드러운 살갗의 촉감으로 인해 눈가의 열이 식는 듯해 물음 또한 다소 고양되었다. 숨처럼 속삭이는 물음이 역시 싫지 않았고, 역시 소년다운 태도라 모르간에게는 무엇 하나 허투루 대답해줄 만한 생각이 들게 하지 않았다. 그녀의 얼굴에 떠오른 은연한 웃음도 상냥한 속삭임도 모두 그에게만 허락된 것임을 충분히 깨닫게 하듯, 모르간은 오랫동안 말을 아낀 채 이카본의 가지런한 속눈썹을 손톱 끝으로 차분히 건드렸다.

　“이 요정국 브리튼의 땅은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의 땅이었다. 그러니 몰랐을 리 있겠느냐.”

　그것만이 그에게 오롯이 줄 그녀의 대답이라서, 모르간은 맞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감상을 묻지 않았고 그녀가 마련한 무대와 배려가 때로 독선적이었음을 지적할 수 있었음에도 지적하지 않는 어린 애인의 의중을 묻지 않았다. 모르간이 이카본에게 모르간이듯, 이카본은 모르간에게 이카본이었다. 그가 이 땅에 온 자로서 모르간에게 애정을 맹세한 이상 그녀에게 이카본은 미지의 남자가 아니었다. 언제까지고, 쇠하지 않을 애정이 시간에 바스러지더라도.
　먹구름 없이도 내리던 비가 차차 걷혔다. 일 년의 꼭 절반만 허락된 맑은 날씨가 최후에 종지부를 찍듯 명확해졌다. 도망치는 이에게 길을 밝히면서, 그리고 돌아갈 이들에게 먼발치에서부터 그만 물러나 돌아갈 만한 올바른 자리를 비추면서, 달이 뜨고 있었다.

 

 

〈막간의 이야기 - 추성의 잔광 終>
퀘스트 클리어 보상
모르간의 보구 강화 : 적 전체에게 [요정] 특성 부여 (1턴)